골프/라운드 분석

천당과 지옥을 왔다리 갔다리 한 라운드(2)

빈스 윙 2011. 5. 1. 08:00

두 번째 라운드는 천당부터 다녀왔습니다. 첫 번째 라운드 후반에 보기플레이를 한 여세를 몰아 핸디가 가장 높은 제가 판돈을 모두 싹쓸이 했으니까요. 두 번째 라운드는 타당 5천원, 만원 내기를 했는데, 동반자의 실력을 보면 80대 중반의 이프로, 80대 중후반의 배프로, 90대 초중반의 한프로 그리고 저는 90대 중반(핸디24)입니다. 한프로에게는 핸디를 받지 않고 이프로와 배프로에게만 35천원의 핸디를 받고 시작했습니다.

 

말이 타당 5천원, 만원이지 첫 홀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홀이 배판이 되어 타당 만원인 셈이었습니다. 현실적 객관적으로 볼 때, 저는 제가 가장 불리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래도 내기골프를 즐기는 배프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응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저와 함께 천당과 지옥여행을 떠나 보실까요?

 

코스는 첫 번째 라운드와 동일했습니다. 1번홀(4) 티샷이 러프에 빠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3 2퍼트로 무난하게 출발했고, 약간의 돈도 들어왔습니다.

 

2번홀(5) 티샷은 스카이볼로 거리가 나지 않은 관계로 4 2퍼트. 역시 보기를 기록하면서 또 돈이 들어오더군요.

 

3번 홀부터는 세 홀 연속 파를 기록하면서 돈을 쓸어 담기 시작했습니다. 기분이 무지 좋더군요. 제일 하수인 제가 너무(?) 잘 쳤는지 고수들의 오랄 헤저드가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더군요. 그 바람에 6번홀(5)에서 4번째 샷을 그린에 올리려다 버벅거리면서 5온을 하고 말았는데 홀과의 거리마저 20미터나 되었습니다. 여기서 저는 천국의 황홀함을 맛보았습니다. 20미터 거리의 퍼팅을 그대로 쏠랑 넣어버린 것입니다. 그것도 내리막 2단 그린에서 말입니다.

 

고수들의 오랄 헤저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7번홀 역시 3 2퍼트로 보기. 그런데 서서히 지옥의 먹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첫 번째 라운드에서 양파를 기록했던 8번홀(3) 티샷이 또 헤저드에 빠져버린 것입니다. 세 번째 샷으로 그린에 올리고 2퍼트로 간신히 더블보기를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한숨 돌릴 새도 없이 9번홀(4) 티샷이 OB가 나버렸습니다. 갑자기 정신이 몽롱해지면서 첫 번째 라운드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되었습니다. 첫 라운드에서는 보기를 했던 홀인데 더블보기 정도로 막자는 생각으로 네 번째 샷을 했는데 뒤땅이 나더군요. 지금 생각하니 이 때 핸디귀신이 찾아온 것 같았습니다. 8번 홀까지 38를 쳤으니 제 실력을 넘어서도 한참 넘어선 게임을 한 것입니다. 결국 9번 홀은 5 2퍼트로 트리플을 하게 됩니다.

 

결국 전반을 트리플 1, 더블 1, 보기 4개로 첫 번째 라운드 후반과 마찬가지로 45타 보기 플레이를 했습니다. 퍼팅수도 3퍼트 없이 1퍼트 2개로 9홀 퍼팅수 합계 16개로 양호했습니다.

 

 

전반을 마치고 심기일전하여 후반을 맞겠다는 각오와 함께 마신 막걸리 속에 핸디귀신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전반 8번 홀과 9번 홀의 부진을 털어내지 못하고, 후반 1번홀(4) 티샷이 약간 당겨지면서 헤저드에 퐁당 빠져버렸고, 헤저드 티에서 친 세 번째 샷마저 또 헤저드에 들어가 버렸습니다. 뭔 놈에 헤저드가 이리도 많은지…. 다섯 번째 샷만에 간신히 그린에 올리고 2퍼트로 홀 아웃하여 5 2퍼트로 트리플을 기록하게 됩니다.

 

그런데 지옥의 그림자는 이제부터 시작이었습니다. 후반 2번홀(5) 티샷이 약간 슬라이스가 나면서 오른쪽 러프에 떨어진 것까지는 좋았는데, 두 번째로 친 고구마 샷이 톱볼이 나면서 떼굴떼굴 굴러서 코앞에 멈춰서더니 세 번째로 다시 친 고구마 샷이 이번에는 너무 잘 맞아서(사실 약간 열려 맞기는 했지만) ~~~ 안돼~~~ 결국 오비.

 

한 홀에서 고구마를 몇 번이나 사용하는지 또 고구마로 친 다섯 번째 샷(다섯 번째 맞나? 너무 많이 치니까 타수도 헛갈리네)이 약간 당겨지면서 왼쪽 러프에 떨어졌는데, 낙하지점이 하필이면 나무 아래여서 백스윙이 심히 불편한 상태가 되어 버렸습니다. AW를 짧게 잡고 백스윙이 나무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샷을 하여 그린을 노렸으나 약간 짧아서 그린 바로 앞에 떨어졌습니다.

 

도대체 몇 번만에 그린에 올라왔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이 혼미해진 상태에서 2퍼트로 홀 아웃 했는데 계산을 해보니…. (전 계산하기 싫습니다. 끔찍한 스코어를 제 입으로 도저히 말 할 수 없네요.)

 

돈을 얼마나 퍼 주었는지 모를 정도로 계산을 해주고, 후반 3번홀(3) 티샷을 했는데 이번엔 벙커에 빠졌네요. 정말 골고루 다 합니다. 그래도 멋지게 벙커 탈출하여 1퍼트로 후반 들어 첫 번째 파를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홀(4) 3 2퍼트로 무난하게 지나가는가 싶더니 후반 5번 홀에서는 벙커에 발목이 잡힙니다. 러프에서 친 세컨샷이 벙커로 들어가서 서드샷으로 탈출을 했는데 네 번째 샷이 또 그린 사이드 벙커에 들어가 버리더군요. 그래서 5 2퍼트로 또 트리플을 기록하게 됩니다. 후반 5개 홀에서만 8개를 오버해버렸네요.

 

후반 6번 홀은 무난히 3 2퍼트로 마감하고 한 숨 돌리는가 싶더니 7번홀(3) 티샷이 OB가 나면서 전의를 상실하기 시작합니다. 다시 친 서드샷도 그린에 올리지 못해서 추억의 양파를 기록했네요. 그래도 파3에서 양파니 다행입니다.

 

이제 두 홀 남았는데 아직도 전반에 딴 돈이 남아 있습니다. 도대체 전반에 얼마나 많이 땄는지 모르겠습니다. 8번 홀을 3 2퍼트 보기로 가볍게 홀 아웃하고 보니 아무래도 오늘 캐디피는 제가 내야 할 것 같았습니다. 마지막 홀(5)에서 적당히 보기 정도만 한다면 말입니다. 하지만 그건 꿈에 불과했습니다. 또 헤저드에 빠지면서 간신히 5온에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3퍼트까지…. 이것이 나의 지갑을 털어간 지옥의 종착역이었습니다.

 

후반 결과는 생략하겠습니다. 오비가 2개에다, 헤저드에 3개 빠졌으니까 대강 계산해 보시기 바랍니다. 제가 직접 계산할 엄두를 못 내겠네요. 앞으로는 영원히 첫 번째 라운드의 전반과 두 번째 라운드의 후반과 같은 라운드는 없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렇게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라운드의 원인이 바로 멘탈이라는 것일까요? 아니면 정말 핸디귀신이 있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