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나쁜 골프규칙도 규칙, 개정의 필요성은 있다

빈스 윙 2011. 5. 5. 08:00

지난 51일, 경주 선수가 13언더파 275타로 공동 3위를 차지한 PGA투어 취리히 클래식 최종 라운드에서 1타 차 선두를 달리던 웹 심슨은 15번홀 버디 퍼팅이 홀 바로 옆에 멈추자, 먼저 홀 아웃을 시도하기 위해 왼발을 뒤로 뺀 채 파 퍼팅을 시도하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바람 때문에 볼이 원래 위치에서 몇 mm정도 미세하게 움직인 것이다.

 

골프규칙에 의하면 그린에서 퍼팅하려는 순간 볼이 움직였다면 어드레스를 했는지 여부에 따라 벌타를 판단한다. 골프규칙에서 어드레스의 정의는 '스탠스를 취하고 클럽헤드를 볼 뒤에 갖다 댄 것' 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심슨은 클럽헤드가 지면에 닿았기 때문에 어드레스를 한 것으로 판정되어 벌타를 받은 것이다.

 

이로 인해서 버바 왓슨에게 공동선수를 허용했고, 결국은 연장전까지 가게 되었다. 두 번째 연장전에서 버바 왓슨이 버디퍼팅을 성공시켜 파퍼팅을 남겨둔 웹 심슨을 물리치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버바 왓슨에게 우승컵을 넘겨준 웹 심슨은 억울한(?) 벌타 규정으로 인해 5억 원에 가까운 우승과 준우승 상금 차액을 날려버리게 되었다. 심슨은 2009년에도 봅호프 크라이슬러 클래식 최종라운드에서 똑 같은 일을 당했다고 한다. 상금보다도 실력이 아닌 운(?)이 없어서 우승을 놓치게 되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더 마음 아프고 억울하지 않을까 한다.

 

경기를 마치고 "좀 실망스럽다. 룰에 대해 언급하고 싶지 않지만 나쁜 룰이라고 생각한다. 바람이나 다른 자연적인 것에 의해 볼이 영향을 받을 때는 선수에게 벌타를 부과하지 않아야 한다", "퍼터로 건드린 경우에 한해서만 벌타를 줘야 한다" 라고 한 심슨의 말에서 그의 심정을 읽을 수 있었다.

 

 

이러한 골프규칙에 대해서 당한 사람은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누구에게나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던 미국골프협회(USGA)가 관련 규칙을 개정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 골프규칙 18-2 B : 플레이어가 어드레스 자세를 취한 후 공이 움직일 경우 공을 건드린 것으로 간주해 1벌타를 부과한다.

 

미국골프협회의 토머스 오툴 부회장은 지난 3일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바람이나 중력의 영향으로 공이 움직일 수도 있다" "이런 경우 벌타를 부과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토머스 오툴 부회장은 이번 웹 심슨의 억울한 사정 때문에 규정 변경을 검토하는 것은 아니고 오랜 시간 영국왕실골프협회(R&A)와 함께 이 규정의 변경을 논의 중이었다고 말했다.

 

일반인들에게 법은 멀고도 까다로운 것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법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자세히 알고 살아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 우리가 법을 모르고도 살아가는데 크게 지장이 없는 것은 합리적이고 도덕적인 차원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면 대부분 법의 테두리 안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간혹 심슨과 같이 억울할 수 있는 상황으로 만드는 것도 법이다.

 

우리가 합리적이고 도덕적인 차원에서 행동하면 대부분 법의 테두리 안에 있게 되듯이, 법도 합리적인 차원에서 제정되고 개정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법이 합리적이고 도덕적인 차원을 벗어난다면 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살아갈 기준이 없어지는 것이 아닐까? 법에 대해 문외한인 내가 법이라는 것을 잘 몰라서 지껄이는 소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이번에 문제가 된 골프규칙은 반드시 개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차제에 불합리한 골프규칙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골퍼가 더 이상 없도록 골프규칙을 개정하여, 선수들이 정정당당하게 경기에 임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골프협회의 의무가 아닐까? 멘탈게임이라는 골프에서 선수의 동작과는 전혀 관계없는 지형이나 바람과 같은 기상변화에 의해 선수들의 멘탈이 무너져서 경기를 망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그럼 2012년 투어에서는 개정된 골프규칙으로 치러지는 경기와 선수들의 멋진 샷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