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스윙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재미있는 골프

빈스 윙 2011. 12. 25. 07:30

골프스윙은 골퍼의 숫자만큼 있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나는 골프스윙이 골퍼의 숫자보다 더 많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한 사람의 골퍼가 하는 스윙도 한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연습장에서 열심히 칼(?)을 갈고 있는 초보골퍼들이 10번의 스윙을 한다면 과연 몇 번 정도 같은 스윙이 나올까? 개인차가 크기는 하겠지만 10번 모두 완벽하게 같은 스윙을 재연하는 초보골퍼는 없을 것이다.

 

그럼 프로선수가 10번의 스윙을 했을 때는 어떠할까? 아마추어의 눈에는 10번 모두 같게 보일 것 같다. 그리고 프로선수의 스윙이 10번 모두 다르다고 해도 딴지를 거는 아마추어 골퍼는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프로선수의 스윙을 존중해서라기 보다는 프로선수가 골프를 잘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골프를 잘 치는 프로선수들도 기계가 아닌 이상 모든 샷을 항상 똑 같이 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렇게 골프스윙은 골퍼마다 다르기도 하고, 같은 골퍼의 스윙도 항상 같지는 않다. 그런데 골프에서는 골프스윙과 골프이론이 서로 다르다는 것 때문에 소모적인 논쟁을 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누군가가 내가 배운 것과 다른 스윙을 하면 잘못된 스윙을 하는 것 같고, 내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른 골프이론을 제기하면 잘못된 이론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서로 충돌을 하게 되면 논쟁에까지 이르게 된다.

 

사실 골프는 서로 다른 것을 인정하는 스포츠이다. 아니 인정해야 하는 스포츠다. 왜냐하면 골프와 관련된 글을 읽다 보면 자신만의 스윙’, ‘자신만의 코스 매니지먼트’, ‘자신만의 프리샷 루틴등등 유독 자신만의라는 말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자신만의라는 뜻은 오직 혼자만 가지고 있는 고유하다는 뜻이다. 남과는 다른 고유한 스윙을 가지고 있고, 남과는 다른 고유한 프리샷 루틴을 가지고 있는 것이 골프인데 그것이 나와 다르다고 해서 과연 논쟁거리가 될 수 있을까? 그 스윙이 아무리 요상하고 괴상망측하다 하더라도 말이다. (소위 얘기하는 교과서적인 스윙을 한다는 것과는 다른 관점에서 얘기하는 것이다.)

 

이러한 것들이 논쟁거리가 되는 이유는 아마도 다르다는 것을 인정할 줄 모르는 사고 때문이 아닌가 싶다. ‘다른 것틀린 것을 구별하지 못하고 나와 다른 것은 틀린 것이다라는 배타적인 사고 때문에 나와는 다른 스윙 혹은 나와는 다른 골프이론이 논쟁거리가 되는 것이 아닐까?

 

이렇게 다르다는 것을 인정할 줄 모르는 사고는 우리가 그렇게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습관적으로 (국어를 아주 제대로 쓰는 사람이 아니라면) ‘다르다틀리다를 섞어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스포츠 신문에 자주 나오는 틀린 그림 찾기.

 

 

두 개의 그림이 있는데 무엇을 기준으로 틀린 그림이라고 말하는 것일까? 서로 다른 부분을 찾는 것이니 다른 부분 찾기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다른 부분 찾기라고 하면 왠지 어감이 어색하다. 이것은 아마도 다른 것을 틀렸다고 표현하는데 익숙해 있기 때문은 아닐까? 이외에도 일상생활에서 다르다틀리다를 잘못 사용하고 있는 경우는 아주 많이 있다.

 

어떤 교육이 이렇게 만들었을까? 내 생각에는 우리가 학창시절에 가장 많이 접하는 문제의 유형인 다음 중 틀린 것을 고르시오때문이 아닐까 한다. 우리는 해답을 도출하는 과정을 맞고 틀리는 것에서 찾아내는 교육을 받았다. 그래서 세상에는 오로지 맞는 것과 틀린 것만 존재한다고 암암리에 세뇌된 것은 아닌가 모르겠다. 맞는 것과 틀린 것 외에 다른 것도 존재하는데 말이다.

 

서로 다른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데서 인종차별도 생기고, 정쟁도 생기는 법이다. 일단은 다른 것을 인정하고 서로 다른 부분에 대해 의견을 개진한다면 더 좋은 세상 그리고 더 발전적인 아이디어가 생겨날 것이다. 이것은 세상을 즐겁고 재미있게 만드는 토대가 될 것이다. 물론 골프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골프에는 맞는 것과 틀린 것보다 다른 것이 더 많지 않을까? 스윙도 모두 다르고, 비거리도 다르고, 라운드를 운영하는 방법도 다르고…. 그렇게 많은 것이 다른데 다른 것을 인정하지 못하다 보니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것은 아닌지…. 나와는 다른 스윙, 나와는 다른 골프를 틀렸다고 하지 않고 그대로 인정한다면 아무리 이상한 폼으로 스윙을 하는 아마추어 골퍼의 스윙도 존중 받아야 마땅하지 않을까?

 

만약에 골프가 다른 것보다는 같은 것이 더 많다면? 모든 골퍼가 나와 똑 같은 스윙을 하고, 모든 골퍼가 나와 똑 같은 거리를 내고, 모든 골퍼가 나와 똑 같은 라운드 운영을 한다면? 한 마디로 재미없을 것이다. 모두 다르기 때문에 골프가 재미있는 것이다. 골프를 재미있게 하는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수용할 때 골프가 더 재미있어 지지 않을까 생각해보며 글을 맺는다.

 

덧붙이는 글 : ‘그럼 레슨도 필요 없고 그냥 제멋대로 마구잡이로 골프를 하면 되겠네라는 댓글은 달지 않았으면 한다. 그런 뜻으로 쓴 글이 아니니까.

"메~~리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