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각본 없는 드라마에 대본을 쓰는 사람들

빈스 윙 2012. 2. 18. 07:30

이번주 야구계는 갑작스럽게 터져 나온 승부조작설로 사태수습과 상황파악에 정신이 없었다. 프로배구의 승부조작에 연루된 브로커가 수사를 받던 프로야구 쪽에도 접촉 했다는 진술을 하면서 야구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것이다.

 

프로게이머, 축구, 배구에 이어 농구와 야구에까지 줄줄이 터져 나오는 승부조작과 승부조작의 가능성이 제기되었다는 기사를 읽으면서 팬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많은 사람들이 스포츠하면 정정당당한 승부 떠올린다. 그런데 스포츠가 정정당당한 승부가 아닌 누군가와 짜고 승부나 경기를 조작한다면 그것은 팬들을 우롱하는 일이니 스포츠를 좋아하는 팬들의 기분이 좋을 없다. 마치 짜고 치는 고스톱판에서 혼자만 속은 기분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어쩌다가 프로스포츠가 이렇게 짜고 치는 고스톱판이 되었단 말인가?

 

팬들이 스포츠에 열광하는 이유는 스포츠만큼은 노력과 실력만으로 정정당당한 승부가 펼쳐질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어쩌면 정정당당하게 살아가기 힘든 현실 속에서 스포츠를 통해 대리만족을 얻으려는 심리가 작용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그런 믿음이 사라져 버린다면 스포츠는 팬들로부터 외면 당하게 것이고, 스포츠의 존속 자체가 위험해지는 상황까지 갈수도 있다.

 

프로스포츠는 스포츠 자체로 존립할 없는 특성이 있다. 누군가 봐주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봐주는 사람은 스포츠 경기를 봐주는 팬과 뒤를 봐주는 구단주나 광고주 정도가 것이다. 뒤를 봐주는 사람이 없어도 프로구단의 존립이 어렵지만, 경기를 봐주는 사람이 없어도 마찬가지 결과일 것이다.

 

이러한 프로스포츠의 생리를 아는 프로야구의 어느 구단주는 이번 승부조작설이 사실이라면 구단을 해체하는 것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있다. 그만큼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이다.

 

팬들이 스포츠에 열광하는 하나의 이유는 결말을 예측하기 힘들다는데 있다. 뻔한 결말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열광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는 경기나 9회말 끝내기 안타나 홈런으로 마무리하는 경기에 팬들은 열광하고 열광한다.

 

그래서 스포츠에서는 각본 없는 드라마라는 말을 많이 한다.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결말을 예측할 없는 경우에 자주 쓰는 표현인데, 여기에 대본을 써서 경기를 누군가의 의도대로 끌고 간다면 팬들은 얼마나 허탈하겠는가? 스포츠 팬들이 각본 없는 드라마를 있는 그대로 즐길 수 있도록 대본을 고쳐 쓰는 일은 이제 그만 중지했으면 좋겠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기에서 일상의 스트레스를 날려 보내고, 마음껏 소리질러 응원하면서 일체감도 느끼는, 그런 팬들을 열광하게 하는 요소들이 승부조작이나 경기조작으로 인해 사라져 버린다면 과연 프로스포츠가 존속할 있을까?

 

팬들은 드라마같은 승부를 원한다. 승부조작의 끝이 어디인지 수는 없지만, 이제는 이쯤에서 팬들이 스포츠를 마음껏 즐기고 스포츠를 통해 행복해 있는 권리를 돌려 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지금 조사가 진행 중인 건에 대해서는 제발 승부조작에 가담한 선수들이 일체 없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