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이제는 떠나야 할 때

빈스 윙 2010. 10. 12. 18:00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다.

뱅기에 몸만 실으면 그만이다.

내일 상해에서 간단하게 업무처리하고,

모레 오전에 청도로 가서 간단한 미팅만 하면,

4년을 기숙사에서 같이 한 친구들과 함께 나를 애타게 기다릴 그린양과 필드군을 만날 수 있다.

내가 처음 머리 올린 그 곳으로 이제 떠나는 것이다.

 

7번 우드와 7번 아이언 그리고 퍼터로 3라운드를 돌았던 그 곳.

공교롭게도 10월이면 그 곳을 찾게 된다.

 

바람이 많이 불고, 을씬년스러운 풍경 속에 너무 여유가 넘치는(?) 캐디들이 있는 그 곳.

그 곳에 가면 왠지 마음이 푸근해진다. 빨리 치라고 재촉하는 놈(?)들도 없고,

앞 팀에 밀려서 기다려야 하는 일도 없다.

느긋하게 여유있게 쳐도 4시간이면 충분한 그 곳.

드디어 그 곳으로 떠난다.

한 때 그 곳에서 살아볼 작정으로 회사 사표쓰고 무작정 떠났던 그 곳은 나에게 마음의 고향일지도 모른다.

 

또 나를 설레게 하는 것들이 있다.

공 10개 이상 잃어버릴 각오하고 오라는 친구의 말이 나를 설레게 한다.

2번째 라운드 할 코스는 황도에 있는 꽤 어려운 코스란다.

어려운 코스라는 말에 긴장을 했지만 이제는 안 속는다.

 

어려운 코스는 코스가 어렵다기 보다 골퍼 스스로 어렵게 만들기 때문에 어려운 것이다.

설마 페어웨이의 폭을 5미터 혹은 10미터로 만들지는 않았을 것인데...

그린을 계단식으로 만들지도 않았을 것이고...

페어웨이를 전부 벙커로 도배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도대체 뭐가 어렵단 말인가.

어려운 것은 골프코스가 아니고 바로 나 자신을 콘트롤 못하는 것 아닌가?

 

또 하나 우리 모두를 설레게 하는 것은 4년간 기숙사에서 같이 지냈던 동기들과

그것도 한 두명이 아닌 10여 명이 모이게 된 것이 나를 설레게 한다.

같이 먹고 자고 훈련받고 운동하고, 그런 세월이 4년이니 가족같은 동기들이다.

 

나를 가슴 설레게 하는 그린양과 필드군, 그리고 어려운 코스와 정겨운 친구들.

이제는 떠난다. 그 들이 있는 곳으로... (퇴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