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서야 왜 비거리에 목을 매는지 알겠다
비거리가 별로 많이 나가지 않는 나로서는 자기방어적인 입장에서 비거리에 대해 비교적 관대한(?) 글을 써 온 경향이 있다. 지금까지 내가 쓴 글을 ‘비거리’ 라는 측면에서 살펴보면, 거리보다는 방향성에, 롱 게임보다는 숏 게임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떻게 생각하면 비거리가 짧고, 숏 게임에 자신 있어하는 나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래서 오늘은 스스로 느낀 바도 있고 해서 그 동안 약간은 등한시 했던 비거리를 띄워주는 내용으로 포스팅을 하려고 한다.
그 동안 나는 철저하게 장타보다는 정확성과 숏 게임을 위주로 골프를 생각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골프는 공을 멀리 보내는 게임이 아니라고 강조해 왔던 것이다. 멀리 보내는 것도 골프에서 중요한 부분이라는 사실을 몰랐다기 보다는 일부러 외면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내가 공을 멀리 보내지 못하니까 자기방어적인 혹은 자기합리화적인 측면에서 글을 쓴 것이 아닐까 한다. 분명히 골프에서 공을 정확하게 멀리 보낼 수 있다는 것은 크나큰 장점이다.
내가 이렇게 생각의 전환을 할 수 있었던 계기가 있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고 얼마 전 라운드에서 몇 번(정확하게 얘기하면 꼴랑 2번이다.)의 드라이버 샷이 기가 막히게 맞아서 2온에 성공하고 나니 파를 하는 것이 아주 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홀에서 실제로 파를 했다.
지금 나를 가르치는 프로의 경우를 보더라도 화이트 티 파4홀에서는 거의 모든 세컨샷을 9번 아이언이나 웨지로 한다. ‘얼마나 라운드를 편하게 운영할 수 있을까’ 하고 부러운 생각을 한 적도 있지만, 그런 비거리는 내가 넘볼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이 나의 잘못이었다.
나의 경우 2온을 위해서는 모든 샷을 고구마로 해야 한다. 고구마로 세컨샷을 하더라도 2온이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가장 자신 있고 정확성 있는 클럽으로 나누어서 3온으로 홀에 붙이고 1퍼트 내지는 2퍼트를 하는 작전으로 라운드를 한다. 세컨샷을 고구마로 하는 골퍼는 웨지로 하는 골퍼에 비해 불리한 것이 당연하다. 게임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서도 비거리를 늘려야 하는 것이다.
비거리를 늘린다고 해서 무턱대고 늘리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수준에 맞는 거리를 목표로 연습해야 한다. 지금 나의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는 어찌된 일인지 작년보다도 덜 나간다. 작년에는 그나마 185미터 정도였는데, 올해 몇 번의 라운드를 분석한 결과 170미터 정도 밖에 안 된다. 지금 내가 원하는 비거리는 올해 보기플레이를 하기 위한 최소한의 비거리로 200미터 이상 보내는 것이다. 그래서 짧은 파4홀에서는 2온을 노릴 수 있는 정도가 되어야겠다는 것이 단기 목표이다.
공을 정확하게 멀리 보내는 것이 골프 라운드를 운영하는데 있어서 유리하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나의 경우 드라이버 샷의 짧은 비거리는 가장 취약한 핸디캡이고, 이러한 핸디캡을 인정한 이상,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될 것이다. 초보골퍼들이 장타에만 관심을 두는 것 보다는 자신의 가장 취약한 부분을 개선하려는데 관심의 초점을 맞추고 연습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글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