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디는 골퍼의 조력자며 라운드의 동반자다
많은 골퍼들이 골퍼의 매너와 에티켓에 대한 얘기를 한다. 모두들 이구동성으로 골프에서 매너와 에티켓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라운드를 하다 보면 그렇지 못한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골퍼들이 지켜야 할 매너와 에티켓에 대해서는 나 역시 블로그를 통해서 언급한 적이 있고, 다른 블로거들도 이미 많이 포스팅 했으므로 오늘은 캐디가 바라는 골퍼의 매너에 대해서 포스팅 하고자 한다.
라운드를 하면서 캐디에게 직접 물어본 적은 없지만, 여러 번의 라운드를 통해서 캐디들이 바라는 골퍼의 매너를 생각나는 대로 정리해본다. (따라서 다분히 나만의 주관적인 글이 될 수도 있다.)
첫째, 몸이 힘든 것은 참을 수 있다. 마음까지 힘들게는 하지 말아달라.
어차피 4시간 이상 골퍼들보다 더 많은 거리를 움직여야 하니 육체적으로 힘든 것은 어쩔 수 없다. 캐디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은 캐디를 무시하는 듯한 언행인 것 같다. 설마 지금이야 성적인 모욕을 주는 골퍼들이 없겠지만 예전에는 많았다고 한다. 지금 캐디들을 ‘야’, ‘너’, ‘언니야’ 같은 호칭과 반말을 하는 것에서 마음이 상하기도 한다. 캐디에게 반말을 하는 것은 골퍼로서의 매너를 따지기 전에 기본적인 예의와 도덕의 기준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둘째, 늦장 플레이를 하는 골퍼들을 보면 똥줄이 탄다.
골프규정에도 플레이의 진행속도에 관한 것이 있다. 신속하게 진행하는 것이 에티켓이다. 골프규정 ‘경기속도 - 약간 빠른 경기 속도 및 유지’ 편에는 ‘플레이어는 약간 빠른 속도로 플레이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후속 팀의 경기가 지연되지 않도록 앞 팀과의 속도를 유지해야 한다.
원활한 경기진행을 위해서 플레이어는 순서가 왔을 때, 즉시 플레이 할 수 있도록 준비하여야 한다. 자신의 차례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그제서야 장갑을 끼고 공과 티를 준비하는 것은 캐디들 입장에서 욕이 나올 수도 있는 행동이다. 엄연히 샷의 순서가 있는데도 서로 먼저 치라고 양보하는 것도 캐디들이 볼 때 우스우면서도 갑갑한 행동이다. (사실 나도 가끔은 나의 차례를 넘겨서 동반자가 먼저 치게 하는 경우가 있다.)
셋째, 잘 치면 자기 탓, 못 치는 캐디 탓.
퍼팅라인을 잘못 읽었다고, 거리를 잘못 불러주었다고, 클럽을 잘못 가져다 주었다고… 이렇게 잘 하면 자기 탓이고 못하면 캐디 탓으로 돌리는 골퍼들에게도 적잖이 마음이 상할 것이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골프장에서의 캐디는 골퍼들을 도와서 골퍼가 라운드에 전념할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 골퍼가 친 샷의 결과까지 책임지는 사람은 아니라고 말이다. 비록 캐디가 퍼팅라인을 잘못 읽어서 혹은 거리를 잘못 불러주었다고 하더라도 최종적인 판단과 책임은 골퍼 자신에게 있는 것이 아닐까?
넷째, 가끔씩 왕 초보골퍼들과 라운드를 하다 보면, 캐디와 타수를 가지고 언쟁하는 것을 본다. 왕 초보골퍼들의 경우에는 한 홀에서 워낙 많은(?) 타수를 치니까 계산하기가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캐디들은 이런 왕 초복골퍼에게 신경이 더 쓰이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대부분 캐디가 계산한 타수가 맞다. 어차피 110타 120타를 칠 거라면 타수 때문에 캐디와 싸워서 서로 마음이 상하는 것 보다는 캐디에게 잘 보여서 캐디 스코어라도 조금 더 잘 받는 게 낫지 않을까?
(다음 글은 이번 글과 반대되는 골퍼에 대한 캐디의 매너 내지는 한 사람의 골퍼로서 캐디에게 바라는 사항에 대해 포스팅 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