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를 하는데 골프철학 하나쯤은 있어야
나는 오래 전부터 읽고 싶은 책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다양한 수준을 가진 골퍼들에게 바이블로 통하는 벤 호건(BEN HOGAN)의 ‘파이브 레슨즈(FIVE LESSONS)’다. 그런데 우연한 기회에 데이비드 리드베터(DAVID LEADBETTER)가 쓴 ‘벤 호건 골프의 모든 것’ 이라는 책이 ‘파이브 레슨즈’의 기본자료를 토대로 데이비드 리드베터가 자신의 주관적인 견해를 곁들여 쓴 책이라는 것을 알았다.
책 한 권으로 벤 호건과 데이비드 리드베터가 추구하는 골프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들이 생각하는 골프레슨의 세계를 엿볼 수 있었으니 그야말로 일거양득이었다. 그 중에서도 오늘은 데이비드 리드베터가 말하는 골퍼 나름대로의 철학이 있어야 한다는 글을 읽고, 나의 골프 철학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철학이라고 하면 고리타분하고 딱딱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골프 역시 철학 없이 그냥 치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실 골프는 골퍼 나름대로의 골프철학이라는 개념을 떠나서 보더라도 ‘동양철학’이나 ‘인문학’이나 ‘사회학’ 등의 학문과 연결시켜 생각할 수 있는 소지가 많은 운동이다.
요즘에는 철학이라는 개념이 광범위하게 쓰이는 만큼 그렇게 어렵게 생각할 것은 없다고 본다. 오늘 내가 말하려고 하는 골프철학 역시 그리 거창한 것도 어려운 것도 아니다. 대부분의 골퍼들이 나름대로 한 번쯤은 생각해 보았거나 들어본 내용일 것이다. 다만, 그러한 내용으로 골퍼 나름대로의 철학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이 가치와 의미를 가지고 실천할 수 있는 목표가 되어야 할 것이다.
나는 골프철학이라는 것을 그저 골프를 하면서 골퍼가 생각하는 그리고 지향하는 주관적인 개념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고 싶다. 그런 면에서 그 동안 내가 블로그를 통해 쓴 글을 보면 어느 정도의 일관성과 철학을 가지고 썼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골프에 대한 철학과 골프스윙에 대한 철학을 나누어서 생각한다. 골프는 마음을 비워내는 작업의 연속이며, 인생수양의 한 방편이다. 그리고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프로나 아마추어나 즐거움이 없는 골프는 죽은 골프라는 것이 나의 골프에 대한 철학이다. 굳이 철학이라는 단어가 어렵게 느껴진다면 그런 것들이 내가 지향하는 골프라는 얘기다.
사실 여기서 어려운 것은 철학이라는 단어가 아니라, 내가 지향하는 골프가 평생을 노력해야 한다는데 있다. 내가 지향하는 골프를 하는데 있어서 걸림돌이 되는 것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거기에는 골프실력을 포함하여 욕심, 스코어, 비거리, 방향성 등등. 대부분의 골퍼들이 추구하는 현실적인 부분들이 걸림돌로 작용한다.
그런 현실적인 걸림돌을 무시하고 골프를 하겠다는 얘기는 아니다. 골프실력이 부족하다고 골프를 재미있게 칠 수 없는 것이 아니며, 스코어가 평소보다 높게 나왔다고 기분 나빠 할 필요도 없고, 비거리가 적게 나간다고 골프를 못 치는 것도 아니며, 방향성이 나쁘다고 매번 오비를 내는 것도 아니라는 관점에서 걸림돌이라고 말하는 요소들을 극복할 수 있다는 말이다.
비거리보다는 방향성이 더 중요할 수도 있고, 방향성보다는 일관성이 더 중요할 수도 있고, 스코어가 높게 나오는 것은 소질이 없어서가 아니라 연습을 게을리 했기 때문이거늘, 골프의 본질을 보지 못하고, 스코어에만 집착하며 현실을 인정하기 싫은 골퍼의 마음으로 골프를 재미없게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