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장타자만 정상에 오르는 것은 아니다
남자골퍼들은 은근히 장타를 내는 것을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연습장에 가보면 너도 나도 드라이버를 죽자 사자 휘둘러 대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골프관련 레슨을 보면 비거리 늘리는 법에 대한 수 많은 비책 아닌 비책들이 널려 있는 것이 그에 대한 반증이라 할 수 있다.
마치 거리를 못 내면 골프를 잘 쳐도 왠지 주눅이 들고, 거리를 못 내면 골프실력이 뒤지는 것처럼 여기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그런데 비거리가 짧은 골퍼들에게 희망을 주는 프로골퍼들이 있어서 그들을 소개할까 한다. 그들은 그냥 평범한 프로골퍼들이 아니고 PGA 투어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린 프로들이다.
골프장의 길이가 점점 길어지는 추세를 감안하면 비거리가 짧은 골퍼들은 투어무대에서 정상에 오르기 힘들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하지만 그들은 짧은 비거리를 극복하고 당당하게 투어무대에서 정상에 오른 것은 물론 2011년을 최고의 한 해로 보낸 선수도 있다.
이쯤 되면 왼쪽사진에 보이는 31주째 세계랭킹 1위를 지키고 있는 루크 도널드를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는 2011년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2011년 액센추어 매치플레이 챔피언십과 CMN 호스피털스 클래식에서 우승했고, 유럽투어에서도 2승을 했고, PGA 투어 19개 대회에서 14차례 톱10에 드는 절정의 기량을 과시했다.
2011년 유럽프로골프투어와 미국프로골프투어 상금왕을 동시에 석권하면서, 미국골프기자협회(GWAA)와 유러피언투어에서 선정하는 ‘올해의 남자 선수’에 뽑히는 등 그야말로 2011년 한 해는 루크 도널드의 세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그가 2007년 이후에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 순위에서 140위 이내에 든 적이 한 번도 없다면 믿어지겠는가? 2011년 드라이버 샷 평균거리가 258미터(284.1야드) 정도로 147위였다고 한다. 이나마도 2009년에 비해서 약 8미터 정도 늘어난 거리라고 한다.
그래서 루크 도널드는 비거리가 짧아서 투어무대에서 정상에 오르기 힘들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그런 그가 2011년 최고의 한 해를 보내면서 유럽과 미국투어를 동시에 석권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면 도널드는 어떻게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을까?
이에 대한 답은 숏게임에 있다. 도널드의 퍼팅 실력은 퍼팅귀신이라 할만하다. 통계에 의하면 도널드는 PGA 투어 선수들의 평균보다 라운드당 퍼트를 0.5타 적게 친다고 한다. 이를 4라운드 대회에서 다른 선수들보다 퍼트로만 2타를 앞서 나간다는 계산이 나온다.
또 다른 통계는 2011년 1.2미터 이내에서 529번의 퍼트를 100% 성공시켰다고 한다. 흔히 1.2미터 정도면 쉽게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말로 표현하기 힘든 중압감을 느끼는 투어대회에서 529번의 퍼트를 모두 성공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수도 있는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