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골퍼, 말귀를 못 알아 들어서 죄송해요
언젠가 골프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친구가 골프를 배우는 광경을 목격한 적이 있다.
"이렇게 어깨를 그대로 돌려서 채를 떨어뜨리면 됩니다.” 레슨프로는 열심히 설명을 하는데 그 친구의 반응이 시큰둥하다.
그리고 레슨프로가 사라지자 나에게 묻는다.
“채를 떨어뜨리라는데 어떻게 떨어뜨리라는 말이야?”
“다운블로로 치라는데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엎어 친다는데 그건 무슨 말이야?”
이런 질문을 받자 내가 처음 골프를 배웠던 시절이 생각났다. 나 역시 골프를 배우면서 그 친구 못지 않게 모르는 것 투성이였다.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아 레슨프로에게 일일이 물어보기가 미안할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레슨프로에게 물어보려고 해도 뭘 알아야 물어보는데 골프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것이 없다 보니 어떻게 무엇을 물어봐야 하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생각에 내 친구처럼 먼저 골프를 시작한 골퍼에게 묻기도 하고, 인터넷도 찾아보고, 골프관련 서적도 탐독하면서 골프에 대한 기본지식을 습득해가게 된다. 그러면서 서서히 레슨프로의 말을 알아듣기 시작한다.
이런 시절이 지나가면 레슨프로의 말을 어느 정도 알아듣기는 하겠는데, 정확하게 알아듣지 못하고 레슨프로가 전하려고 하는 의미를 잘못 받아들이는 시기도 있다. 특히, 초보골퍼들의 잘못된 동작을 수정해 주면서 설명은 하지 않고 정지상태에서 수정해주는 경우, 초보골퍼들은 무엇을 어떻게 수정하라는 것인지 몰라서 나름대로 판단하고 잘못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다.
나의 경우를 예를 들면, 백스윙에서 오른 팔꿈치가 바깥쪽으로 향하는 플라잉 엘보 상태가 되자 레슨프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팔꿈치를 안으로 넣어주었다. 나는 이것을 겨드랑이를 붙이라는 뜻으로 알아듣고 오른 팔꿈치가 몸통에 닿을 정도로 겨드랑이를 붙여서 백스윙을 연습한 적이 있다. 내가 제대로 기억을 못해서 그렇지 이와 유사한 경우가 아주 많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시절이 지나가고 나면 레슨프로가 전하려고 하는 의미를 제대로 알아듣고 레슨프로의 말대로 스윙을 한다고 하는데 실제는 그런 스윙이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자신은 제대로 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스윙연습을 하는데 동영상을 찍어보면 엉뚱한 스윙동작을 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내가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동작과 실제 동작 간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아마도 많은 골퍼들이 경험했을 것이다. 머리로는 완전하게 이해하겠는데 몸이 따라주지 않았던 경험이나, 나름대로는 레슨프로가 시키는 대로 잘 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스윙연습을 하고 있었는데, 실제스윙을 동영상으로 확인하는 순간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듯한 그런 느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