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와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는 무엇일까?
골프를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겠지만, 골프에 대한 철학을 가지고 있는 골퍼는 물론이고 거의 대부분의 골퍼들이 ‘골프는 OO이다’에서 OO에 해당하는 단어를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러면 골프와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는 무엇일까? 분노와 좌절이라고 답하는 골퍼도 있을 것이고, 도전이나 즐거움이라고 답하는 골퍼도 있을 것이고, 그에 대한 대답은 무수히 많을 것이다.
어찌 보면 좌절이라는 단어가 골프와 잘 어울릴듯한 느낌이 든다. 왜냐하면 골프를 하면서 좌절을 해보지 않은 골퍼는 없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좌절로 끝난다면 골프와도 영영 이별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골프를 계속하는 골퍼라면 좌절을 극복하고 도전하게 되는 것이 골프다.
좌절하고 다시 도전하고, 또 좌절하고 또 다시 도전하고… 골프는 골퍼의 진을 빼는 운동인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나는 골프와 잘 어울리는 단어로 인내(忍耐)를 말하고 싶다. “‘참을 인(忍)’자가 세 개면 살인도 면한다”는 말이 있지만, 나는 “‘참을 인(忍)’자가 세 개면 골프가 즐거워진다”라고 말하고 싶다.
골프에서는 참고 버텨내야 하는 것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라운드 중에 동반자나 캐디 혹은 다른 조의 잘못에 기인한 분노를 참아야 하는 것은 물론 골퍼 자신으로부터 생기는 분노 역시 참아내야 한다. 아마도 골퍼 자신으로부터 생기는 분노를 참기가 가장 어려울 것이다. 마치 골프가 골퍼의 인내심을 테스트하는 것 같기도 하다.
스스로의 샷에 화를 내게 되면 같이 라운드를 하는 동반자들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것은 물론 분위기까지 썰렁하게 만든다. 즐거워야 할 라운드가 자신으로 인해서 엉망이 되는 것을 원하는 골퍼는 이 세상에 하나도 없을 것이다. 골퍼가 라운드 중에 인내해야 하는 이유는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지 않을까 한다.
라운드에서뿐만 아니라 골프에 입문하는 순간부터 인내해야 하는 것이 골프다. 골프는 속이 보이지 않는 항아리에 물을 채우는 것과 같아서 항아리에 물이 차고 넘칠 때까지 인내하면서 꾸준하게 물을 채워 넣어야 하는 운동이다. 만약에 몇 바가지를 채우고 그만 둔다거나, 얼마나 채워졌는지 알고 싶어 안달한다면 오히려 속만 더 타는 운동이 바로 골프다.
진득하게 기다리고 인내할 줄 알아야 그에 상응하는 기쁨이 찾아오는 법이다. 마치 동굴 속에서 햇빛을 보지 않고 100일 동안 쑥과 마늘만 먹으면서 인내한 곰이 사람으로 변하여 환웅과 결혼까지 하고 단군을 낳는 기쁨을 누렸듯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