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골프유머

[연재물] 강호동 다시 도전하다 (2/6)

빈스 윙 2010. 7. 9. 14:00

힘빼도사와의 약속을 어긴 죄로 영원히 힘 빼고 스윙을 할 수 없게 된 강호동은 여전히 장작 패는 듯한 스윙을 하고 있다. 그래도 오직 힘으로 200미터 이상은 충분히 날린다. 하지만 김병만을 따라 잡을 수는 없다. 잘 맞았다 싶으면 오비다.

 

어느 날, 연습을 하다가 옛날 생각이 났는지, 조금은 억울했는지 힘빼도사를 원망한다.

영감탱이가 공을 똑바로 보내는 건 알려주지 않고 힘 빼는 것만 알려 주니까 이렇게 됐지. 똑바로만 날아갔으면 내가 힘 주고 칠 생각을 안 했을텐데...

 

강호동이 푸념섞인 원망을 힘빼도사가 들었는지, 강호동 앞에 나타났다.

 

힘빼도사 : 그래 요즘 "힘 주고 스윙" 잘 돼 가나?

강호동 : 도사니~~임. 그런게 어디 있슴니꺼? 저는 힘만 빼면 다 되는 줄 알았는데예,

            공이 전부 오비가 나뿐지데예. 전 그래서 공을 똑바로 보낼려고 힘을 쓴거지 절대로

            멀리 보내려고 힘을 쓴게 아니라예.

           (발뺌하는 거 강호동의 특기다. 그리고 억지의 달인이 강호동 아닌가.)

힘빼도사 : 그래도 약속은 약속이니 할 수 없느니라. 그리고 나도 힘 빼는 스윙 밖에 할 줄 모르니라.

            나도 샷을 하면 오비잔치를 한다. 그 대신 내가 다른 도사를 소개 시켜 주마.

            지금 골망산에 가서 빈스윙도사를 찾거라. 아마도 그 도사가 너를 도와 줄 수 있을거다.

 

*** 골망산 : 1편에서 설명했듯이 골프에 미쳐서 망한 사람들이 모여서 도를 닦고 있는 산.

                   한 가지 밖에 못해서 망했다고 함.

 

빈스윙도사를 찾은 강호동

강호동 : 도사님! 힘빼도사님 한테 "힘빼 스윙"을 배웠는데예, 약속을 안 지켜서 이제는 "힘빼 스윙"을

            못하게 됐다 아임니꺼. 그리고 "힘 주고 스윙"도 죄다 오비가 나데예. 우짜면 좋겠는교?

빈스윙도사 : 오비가 나는 것은 스윙궤도가 잘못 되어서 그러니라. 여기서 몇 달간 빈스윙을 하거라.

            그러면 힘 빼는 방법도 스스로 터득할 것이니라.

 

골프 한번 잘 해보겠다고 다짐한 강호동은 열심히 빈스윙을 해서 자신만의 스윙궤도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전보다 "힘 주고 스윙"도 많이 없어졌다.

 

다시 산에서 내려와 김병만을 불러내고 시합을 요청했다.

꾸준히 연습을 하고 있는 병만이는 여전히 안정적인 샷을 한다. 역시 250미터 내외로 페어웨이 한 가운데에 공을 보낸다.

 

그 다음 강호동이 묵묵히 빈스윙을 몇 번 한다. 자세가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 그런데 톱핑이 나면서 100여 미터 굴러가다가 멈춘다. 공이 너무 앞쪽에 위치했나보다 생각하고 공의 위치를 조금 뒤에 놓고 다시 스윙을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뒤땅이다. 힘이 들어갔다. 강호동 풀이 죽어있다.

아무말도 없이 연습장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생각한다.

 

힘빼영감 때문에 힘 빼는 것도 힘들고, 빈스윙을 배워서 스윙궤도를 일정하게 만들었는데 공도 안 맞고, 도대체 뭐가 잘못 된거야?

 

정말 괴롭다. 골프가 미워진다. 병만이도 얄밉다.

힘빼도사, 빈스윙도사 정말 야속하다. 한 가지만 잘하는 도사가 무슨 도사야?

골프는 나하고 안 맞는 운동이라는 생각이 든다. 완전 자신감 상실이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