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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물] 강호동 다시 무너지다 (3/6)

빈스 윙 2010. 7. 9. 15:00

실의의 나날을 보내고 있던 강호동에게 어느 날 빈스윙도사가 나타났다.

강호동이 반가운 마음에 빈스윙도사에게 달려가지만 이내 돌아선다. 빈스윙도사는 빈스윙만 도사이고, 다른 것은 모르기 때문이다. 이 때 빈스윙도사가 말을 건넨다.

 

빈스윙도사 : 빈스윙을 그렇게 열심히 연습하면 무슨 소용이 있나? 여전히 스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장작을 패고 있는데. 휘둘러도사와 공맞혀도사에게 가 보게. 자네에게 도움이 될 걸세.

강호동 : 도사님! 뭐가 이리도 복잡합니까? 처음에는 힘만 빼면 다 되는 줄 알았는데....

빈스윙도사 : 원래 스윙은 한 가지인데, 골망산에 있는 도사들은 전체적인 스윙에 도사가 아니라, 힘

            빼는 연습 따로, 빈스윙 따로, 공 치는 연습 따로. 이렇게 모두 따로 따로 하다 보니 전체적인

            스윙을 못해서 모두 망한 사람들이라네. 자네가 우리 도사들의 장점을 종합해서 멋진 스윙을

            한 번 만들어 보게나. 자네는 할 수 있다고 믿네.

 

빈스윙도사의 말에 힘을 얻은 강호동이 휘둘러도사와 공만쳐도사를 찾았다.

 

강호동 : 도사님! 빈스윙도사님의 소개로 찾아 왔는데예. 힘 빼는 연습을 열심히 했고, 빈스윙도 열심

            히 했는데 도대체 공을 맞힐 수가 없읍니다. 우짜면 좋겠는교?

휘둘러도사 : 빈스윙을 열심히 하면 뭐하나, 공만 있으면, 두드려 패는 스윙을 하고, 때리는 스윙을 하

            는데. 빈스윙은 휘둘러서 해야지.

공맞혀도사 : 아무리 휘두르고 스윙궤도가 좋으면 뭐하나? 공을 맞히는 능력을 키워야지. 공을 맞히는

            능력은 공을 때리거나 패는 연습을 해서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야. 자신의 스윙궤도상에 공을

            놓고 클럽이 지나가면서 공과 만나게 되는 거지. 절대로 때리지 말거라. 공이 불쌍하지도 않

            느냐?

 

그래서 강호동은 휘둘러도사와 공맞혀도사의 도움으로 힘 빼고 휘두르는 빈스윙을 하면서 공을 맞혀 나가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자신감을 얻은 강호동이 김병만을 불러 냈다.

 

이번에는 병만이와 진검승부를 해 보자. 예전의 강호동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주겠다고 다짐한다.

그런데 병만이가 촬영스케줄이 있다며, 수제자 노우진을 내보냈다. 강호동 약간 기분이 상한다.

 

노우진이 먼저 샷을 했다. 스윙은 엉성한데 휘두르는 모양새가 보통이 아니다. 모든 골퍼들이 염원하는 달인의 경지에 와 있는 무심타법이다. 마치 골프치기 싫은 사람처럼, 공이 귀찮은 듯, 너무 성의없이 치는 듯, 공은 보지도 않는 것 같다.

 

강호동이 비웃는다. 저렇게 건성 건성 적당히 쳐서 나를 이긴다고? 병만이도 너무 했지. 어떻게 저런 애를 수제자라고 데리고 다녀?

 

하지만 강호동의 비웃음을 비웃기라도 하듯 공은 마치 대륙간 탄도 미사일처럼 힘있게 페어웨이를 향해 쭉쭉 뻗어 나간다. 상상을 초월하는 무심타법이다.

 

강호동 약간 긴장한다. 그래도 자신의 "힘 빼고 휘두르는 빈스윙으로 공 맞혀 타법"에 무한한 신뢰를 보내며, 마음을 가다듬고 샷을 한다.

퓨~~유 (강호동 몸에서 힘(바람)빠지는 소리) 

부~~웅 (휘두르는 소리)

따~~악 (장작 패는 소리)

어~~억 (억장 무너지는 소리)

 

또 힘들어 가고, 때리는 스윙을 한 것이다.

공을 보는 순간, 갑자기 그 동안 자신을 우롱한 것 같은 공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 오른 것이다. 그래서 힘이 들어갔고, 공을 때리고 싶은 마음이 들어간 것이다. 그렇게 장작을 패듯 무지막지하게 스윙을 하고 나니 억장이 무너진다.

 

"힘 빼고 휘두르는 빈스윙으로 공 맞혀 타법"이 최고의 타법이자, 마지막 타법인 줄 알았는데, 노우진의 무심타법에 무너진 것이다. 골프 스윙같지도 않은 엉성한 스윙인데 그런 무심타법이 이렇게 무서운 것인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공을 맞히려면 힘 들어가고, 힘 빼면 공이 안 맞고. 공을 보면 때리게 되고. 도대체 어떤 도사가 문제인지 알 수가 없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빈스윙을 하면 "힘 빼고 허리돌려 소리나게 휘두르는 빈스윙"까지 되는데, 문제는 공이다. 공만 보면 돌변하는 것이 문제임을 알아냈다.

 

오늘도 강호동의 험난한 골프의 길을 가고 있다. 8부 능선까지는 온 것 같은데, 누구에게 도움을 청해야 할 지 막막하다.

 

강호동 시리즈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