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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가 뭐길래? 당장 때려치우던가 해야지

빈스 윙 2011. 9. 22. 08:00

아마도 골프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골프를 때려치우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말로는 골프를 때려 치우겠다고 하지만 실제로 골프를 그만두는 사람은 거의 없다. 거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데 그것이 골프의 매력이기도 하다.

 

초보골퍼에게 가장 짜릿한 경험이 있다면 - http://blog.daum.net/beanswing/518에서도 언급했듯이 골퍼라면 누구에게나 라운드 도중에 잊지 못할 짜릿한 샷을 경험하게 되는데 그 기억이 골퍼들로 하여금 골프에 중독되게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초보골퍼들의 경우에는 몇 차례에 불과한 멋진 샷보다는 뒤땅에 톱볼에 왕슬라이스 같은 미스샷이 훨씬 더 많지만 그러한 미스샷은 기억도 하기 싫어서인지 쉽게 잊혀지는 반면 온 몸이 짜릿할 정도로 잘 맞은 하나의 샷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첫 번째 홀에서 우연찮게 잘 맞은 하나의 샷을 날리고 머지않아 싱글의 반열에 올라설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우연히 10미터가 넘는 퍼팅을 성공시키고 나면 스스로 퍼팅을 아주 잘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우쭐거리는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그러한 멋진 샷이 자주 나오는 것이 아니다 보니 나도 모르게 초조해지고 절망에 빠질 무렵 또 한 번 평생 기억에 남을 샷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멋진 샷이 좀더 자주 나오면서 초보시절에 가슴이 쿵쾅거리도록 멋졌던 샷이 평범한 샷으로 여겨진다.

 

초보골퍼는 하나의 굿샷을 위해 골프를 하고, 고수는 하나의 미스샷을 줄이기 위해 골프를 한다고 했던가? 초보골퍼에게는 잊지 못할 하나의 굿샷이 골프를 계속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고수에게는 미스샷을 줄여 나가는 재미가 당장 골프를 그만 둘 것처럼 공언하면서도 골프에 빠져들게 하는 골프의 매력인지도 모르겠다.

 

마치 골프가 골퍼들의 마음을 읽고 골프를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쯤이면 잊지 못할 샷을 하나 선물(?)하면서 골퍼들로 하여금 골프를 계속하게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가 원할 때 멋진 샷을 날릴 수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잊지 못할 굿샷은 내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골프가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럼 왜 골프를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쯤이면 굿샷이 나오는 걸까? 생각대로 골프가 되지 않으면 마음이 점점 초조해지고, 기대 이하의 샷을 연발하면서 좌절감을 느끼기도 한다. 마음이 조급해지면 스윙리듬을 잃어버리게 되니 당연히 굿샷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고, 좌절감을 느끼기 시작하면 자신감이 떨어져서 원래 자신의 스윙을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조급함과 좌절감이 극에 달하면서 모든 것을 포기하는 심정으로 스윙을 하면서 마음을 비운 무념무상의 스윙을 하게 되어 굿샷이 나오는 것은 아닐까? 그러다가 굿샷에 매달리기 시작하면 또 다시 조급함이 찾아오고,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스윙을 하면서 또 한 번 굿샷이 나오고. 이런 패턴을 반복하면서 골프에 빠져드는 한편 실력도 좋아지는 것이리라.

 

이렇게 생각하면 골퍼들이 골프를 때려 치우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실력향상의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골프가 골퍼들을 쉽게 놔주지 않기 때문에 골프를 포기할 수 없는 것일까?

 

골프를 때려 치우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마음을 비우고 골프실력이 점차 향상된다면 당장 골프를 때려 치우겠다는 생각도 괜찮은 생각이라고 여겨진다. 하지만 왠지 골프의 노예가 되어 골프에게 끌려 다닌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은 씁쓸하기도 한다.

 

내가 골프를 지배하면서 즐길 수는 없는 것일까? 골프를 지배한다는 것이 자연 앞에서 인간이 한 없이 나약한 존재이듯이 내가 넘볼 수 없는 영역일까? 아마도 내가 골프의 도를 깨닫는 순간 비로소 해결할 수 있는 과제가 아닐까 싶다. 골프가 뭐길래? 정말 알 수 없는 심오한 존재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