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왜 골프를 하는지 생각해 본다.
처음에는 사업상 거래처 사장들이 대부분 골프를 치니까, 서로 어울리려고 시작한 것 같다. 그러다가 거래처 사장들 보다는 친구들과 라운딩을 할 기회가 더 많아졌다.
골프를 하면서 골병이 들었을 때 혹은 공이 잘 맞지 않을 때는 내가 왜 이걸 시작해서 이렇게 고생하는지 후회하기도 했다. 연습을 해도 해도 나아지는 느낌은 전혀 없고 매일 거기서 거기인것 같은 실력에 스스로 낙담하기도 했다.
라운딩을 나가서는 스트레스를 풀기 보다는 은근히 열받아 돌아 오는 일이 더 많았고, 연습하면서도 주위에 잘 치는 사람을 보며 부럽기도 하면서 내 신세가 처량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런 골프를 난 왜 하고 있는 걸까?
지금은 골프가 좋아졌다.
비록 100타 이상을 쳐도 골프가 즐겁다.
그리고 충분히 80대 타수를 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그 자신감이 계산상으로 나온 자신감인지, 실제로 스스로의 라운딩을 철처하게 분석해서 나온 자신감인지 지금은 알 수 없지만,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돈을 잃어도 그 액수가 그리 크지 않으면 전혀 기분 나쁘지가 않다.
지금은 라운딩을 하면서 내 앞가름 하기에 급급하지만 라운딩 하면서 동반자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주위의 경치도 감상하고, 지저귀는 새소리도 듣고 싶다.
예전에는 연습을 별로 하지 않았을 때 누군가 라운딩을 하자고 하면 거의 거절을 했는데, 지금은 시간만 허락한다면 거의 오케이다. 예전에 내가 라운딩에 임하는 마음은 스코어에 연연하는 마음이었고, 지금은 스코어도 중요하지만 라운딩 자체를 즐기려고 하는 쪽으로 변해가고 있다.
답답한 도심에서 벗어나 숨 한번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긴장된 상태에서 스트레스 받으면서 라운딩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나도 언제부터 왜 이렇게 생각하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왜 골프가 좋아졌는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샷을 하는 마음을 바꾸고 나서 변한 것 같다.
물론 모든 샷은 한번의 기회 밖에 없지만, 한 라운딩에는 100번 가까운 기회가 있다. 100타를 칠 경우, 한 번의 샷은 전체 라운딩의 1/100 밖에 안되는 셈이다. 그런데 그런 샷에 인생을 걸고 성질 버려가면서까지 집착하고 망가질 필요가 있을까?
프로들이야 인생이 걸린 샷을 해야 한다. 더욱 집중해야 하고, 더욱 신중해야 한다. 물론 아마추어들도 집중하고, 신중하게 샷을 해야 하지만, 스트레스를 받아 가면서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마음을 편하게 먹으면 그리고 스코어에 연연하지 않으면 좋은 샷과 연습장에서의 스윙을 할 수 있게 된다.
난 그저 골프가 좋아서 그리고 동반자들과 같이 푸른 잔디를 밟고 맑은 공기를 마시는 것이 좋아서 골프를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