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가족 이야기

나는 아빠가 될 자격없이 아빠가 되어버렸다

빈스 윙 2011. 5. 28. 08:00

골프에 빠져 산지 2년여. 흔히들 골프에 빠지면 가정을 버리게 된다고 말합니다. 저 역시 골프와 골프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가족들의 희생이 많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주말이면 푸른 잔디로 향하고 그렇지 않은 날이면 블로그에 올릴 글을 정리한다고 가족은 잊고 컴퓨터 앞에서 자판을 두드리는 일로 주말을 보냈습니다.

 

오늘 이 글을 쓰는 시점을 기준으로 약 5개월간 다음뷰 골프채널 랭킹1위를 유지하고 있고, 전체랭킹은 40위까지 올라왔으니 이 정도면 나름대로 만족합니다. 역설적으로 이야기하면 그 만큼 블로그를 관리하고 글을 쓰는 일에 빠져 있었다는 얘기도 됩니다. 그리고 골프와 관련된 글을 쓰기 위해 수 많은 시간을 연습장과 필드에 쏟아 부은 것도 사실입니다.

 

부인하고 싶지만 저의 관심사는 가족보다는 골프가 우선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지금까지 저는 아빠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지만,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게 살아온 두 아들과 아내에게 감사의 뜻을 표합니다. 그리고 저도 이제는 가족에게로 관심을 돌리기 위해 자녀교육과 가정생활에 대한 블로그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제가 이렇게 아빠 노릇을 제대로 못한 것이 골프 때문만은 아닙니다. 15년 전에 결혼을 하고 1년 후에 큰 놈을 낳아서 기르면서부터 제가 느낀 것이 '난 아직 누구의 남편과 아빠가 될 자격을 갖추지 못했구나' 입니다. 그러고 보니 결국은 결혼을 해서 15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빠 노릇을 거의 하지 못한 셈이 되는군요. 제가 생각하는 아빠는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인 아빠였습니다. 예전에 우리의 아버지들이 그랬듯이 말입니다. (물론 모두가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경제적인 부분만 책임을 지고 모든 집안 일과 교육은 아내에게 맡겨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지금부터 저 스스로를 개조시키려고 합니다.

 

어떤 행동이든지 그 행동을 하기 위해서는 관심을 가지는 단계에서부터 시작할 것입니다. 그리고 인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는 것(인지)만으로는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습니다. 그 다음 단계는 깨달음일 것입니다. 깨달았다고 해서 행동으로 옮겨지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까지의 과정은 머리로만 알고 있는 것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마음이 동해야 행동으로 옮길 수 있습니다. 15년간 좋은 아빠, 좋은 남편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마음이 동하는 데는 이렇게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골프 블로그에서도 저 자신을 골프 지진아로 표현했는데, 착한 아빠가 되기 위한 행동을 하는 것 역시 많이 늦어버렸습니다.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착한 아빠, 착한 남편이 되는지 갑갑하기도 합니다. 아마도 좌충우돌 많은 시행착오를 겪겠지요. 386세대라 불리던 제 또래의 아버지들이 이제는 586세대라 불리게 되는 시점이 머지 않았습니다. 지금이야 '아버지 학교' 내지는 '예비부부 학교' 같은 교육과정이 많이 생겨서 결혼 전부터 부부관계나 자녀에 대한 교육과 관계형성에 대한 내용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있지만, 제가 결혼 할 당시만 하더라도 남편이 되고 아버지가 되는데 무슨 특별한 자격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시대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제가 자라면서 배웠던 대로 자녀를 교육시킬 수는 없는 것이 당연한 현실이 되어버렸습니다. 친구들과 만나면 '요즘 애(회사 직원)들은 왜 이런지 모르겠어.' 라는 푸념을 많이 듣습니다. 친구들이 말하는 요즘 애들에는 우리의 자녀들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요즘 애들은 애들이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변화의 물결을 따라가지 못하고 옛 것만 그리워하는 우리 세대들이 문제일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옛날의 권위적인 아버지에서 친구 같은 아버지가 되는 방법이 필요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친구 같은 아버지까지는 아니더라도 지금처럼 변화된 사회에서 필요한 최소한의 '아버지의 자격' 그리고 '남편의 자격'을 갖춰야 하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어째든 저는 지금까지 이러한 부분에 대해 관심조차 없었지만, 자녀들이 커가면서 생긴 교육에 대한 관심이 저로 하여금 이런 글을 쓰게 하였고, 글을 쓰는 과정을 통해서 제 스스로를 돌아보며, 스스로를 자극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지금 언뜻 생각나는 아버지가 되는 자격은 나와는 다른 자녀들의 생각을 최대한 읽어내고, 자녀들의 관심사로부터 대화의 출발점을 찾아서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제가 알고 있는 제 아들들의 관심사는 '게임', '공부', '먹는 것' 등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것과 다를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아들과의 대화가 너무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부끄러운 일이지만 아들의 관심사를 모를 수 밖에 없는 것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이제부터 아버지의 자격을 갖추기 위한 빈스윙의 노력은 시작될 것입니다. 빈스윙의 교육과 가정생활에 대한 블로그가 시작된다 하더라도 골프에 관련된 글은 계속 올릴 예정이며, 글의 성격상 다음뷰 '일상다반사' 또는 '교육' 채널에 올릴 예정이오니 여러분들의 많은 조언과 격려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