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고반발 드라이버의 보이지 않은 유혹

빈스 윙 2012. 9. 3. 07:30

올해 출시된 드라이버 중에는 유독 고반발 드라이버가 눈에 많이 띈다. 예년에도 많이 출시되었는데 내가 모르고 있었는지도 모르지만 그 고반발 드라이버의 광고문을 보면 한결같이 비거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것은 아마도 거리에 목매고 있는 아마추어 골퍼들의 현실을 반영하여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고반발이라는 단어로도 모자라 초고반발이나 극초고반발이라는 단어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데 고반발 드라이버는 공을 얼마나 공을 더 많이 보낼 수 있을까?

 

USGA(미국골프협회)에서는 과도한 반발 성능향상을 규제하기 위해서 0.83이하의 반발계수를 가진 클럽만을 공인하고 있으나, 거리문제로 고심하는 아마추어 골퍼들을 위해 클럽 메이커에서는 0.90이상의 비공인 드라이버를 출시하기도 한다.

 

드라이버 헤드의 공식 반발계수는 특정 골프공을 100mph의 속도로 고정된 헤드 타면에 충돌시켜 충돌 전후의 상대 속도비로 정한다고 하는데, 충돌 중에 에너지가 소실되므로 일반적으로 1을 넘을 수 없다. (역학적 에너지를 생성하는 충돌에서는 반발계수가 1을 초과하는 경우도 있다고 함.)

 

반발계수에는 탄성충돌이니 비탄성충돌이니 혹은  이렇게 복잡한(?) 수식도 등장하는데, 간단하게는 진공상태의 1미터 높이에서 물체를 자유낙하 시켰을 때 튀어 오르는 높이로 설명하기도 한다. 만약 0.83미터를 튀어 올랐다면 반발계수가 0.83이 되는 식이다.

 

그럼 반발계수가 크면 드라이버 거리는 얼마나 더 증가할까? 이종원 카이스트 교수가 쓴 역학골프에서는 비거리와 반발계수에 대해 드라이버의 거리는 대략 (1+반발계수)에 비례한다고 되어 있다. 반발계수가 0.83인 공인 드라이버 대신에 반발계수 0.92인 드라이버를 사용하면 대략 5% 정도의 거리를 더 보낼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종원 교수는 이에 대한 문제도 함께 제기했다. 같은 클럽 헤드라도 헤드 속도(공과 타면이 충돌하는 상대속도)가 커지면 반발계수가 작아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충돌속도가 커지면 공과 헤드의 변형이 커져서 소성변형이 생겨 에너지 손실이 커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드라이버가 공과 충돌한다고 해서 소성변형을 일으킬까 하는 의구심도 들고, 과연 얼마나 헤드 속도가 커져야 소성변형을 일으킬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드라이버에 소성변형이 생긴다면 그 드라이버는 못 쓰게 되는 것 아닐까?

 

 

*** 소성변형(塑性變形) : 외부의 힘이 작용하여 변형된 고체가 그 힘을 제거하여도 본래의 상태로 되돌아가지 않는 변형

 

고반발 드라이버 시타후기를 보면 가끔 가볍고 부드럽게 스윙 하는 것이 세게 스윙 하는 것보다 더 멀리 나간다는 내용이 나온다. 혹시 이런 부분이 이종원 교수가 말하는 소성변형과 관련이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인터넷에서 다른 자료를 찾아보니 반발계수가 0.01 증가하면 비거리가 2야드 증가한다 혹은 3야드 증가한다는 내용도 있다. 반발계수 0.93인 드라이버를 개발한 업체의 광고를 보면 30야드가 더 나간다고 하니 아마도 이는 반발계수 0.83을 기준으로 0.01증가에 비거리가 3야드 증가하는 것으로 계산한 것 같다.

 

또 어떤 업체의 광고를 보면 반발계수 0.90, 24야드 비거리 증가라고 되어 있다. 이 역시 반발계수 0.83을 기준으로 하면 0.01증가에 3야드 증가하는 것으로 계산했다. 명확한 물리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않고 있지만, 이론적으로 생각하면 이종원 교수가 제시하는 증가폭과는 차이가 있지만 몇 야드가 증가하던 간에 비거리가 증가하는 것은 사실 일 것이다.

 

그런데 아마도 반발계수에 따른 비거리 증가는 골퍼마다 차이를 보일 것 같다. 최근에 비거리를 늘리기 위해 이런 저런 방법으로 스윙을 하던 중에 나에게는 반발계수가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클럽페이스의 스윗스팟에 맞히지 못할 경우에는 반발계수로 인해 비거리 증가가 미미하거나 의미가 없어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볼 스트라이킹 능력이 뛰어난 골퍼들에게는 효과적일 수 있겠지만, 유효타구 면에 공을 제대로 맞히지 못하는 초보골퍼에게는 반발계수보다는 공을 정확하게 맞히는 것이 오히려 비거리 증가에 도움이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혹은 고반발 드라이버라 하더라도 공이 유효타구 면에 맞았을 때 비거리 증가로 이어지지 공을 제대로 맞히지 못한 경우에는 반발계수는 그 의미를 상실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USGA에서 반발계수를 제한하는 것을 보면 분명 비거리에 영향을 미치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그 비거리가 마치 스윙머신으로 일정한 임팩트를 구현하는 것처럼 모든 골퍼들에게 적용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반발계수로 비거리를 늘리려는 생각보다는 먼저 안정적으로 스윙으로 정확한 임팩트를 구현할 수 있는 스윙이 우선시 되어야 하지 않을까?

 

고반발 드라이버의 광고에서 말하는 비거리 증가가 모든 골퍼에게 적용되어 나에게도 비거리 증가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생각은 실제 현실과는 많이 동떨어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이유는 몇 번 잘 맞았을 때는 어느 정도 만족스러울 정도의 비거리가 나오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공인 드라이버와 거리차이를 별로 보이지 않으므로 볼 스트라이킹 능력을 키우는데 더 집중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