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라운드 분석

[복기] 백돌이 이렇게 라베 찍었다

빈스 윙 2010. 10. 18. 09:54

아직도 8자를 그린 흥분과 감동의 여운이 남아 있어서 홀별 상황을 다시 정리해 보았다. 골프라는 운동이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운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말이다. 더구나 이틀 연속 걸어서 18홀을 도는 것이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었나 보다. 귀국해서 하루 종일 잤으니 말이다.

 

라운드를 할 때는 나의 샷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몰랐고, 알았다 해도 애써 부인하려고 했거나, 어쩔 도리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라운드를 마치고 복기를 해 보니, 나의 샷이 흔들리고 있었음을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 홀별 상황

 

전반 ;

1번홀 파4 407야드,

  - 티샷이 당겨지면서 거리도 안나고 러프에 떨어졌는데 깊은 러프는 아니었음.(럭키)

  - 세컨샷 고구마, 서드샷 PW로 샷을 했으나 3온에 실패.

  - AW로 핀 2미터 근처에 붙였으나, 0.2미터 모자라는 퍼트로 1퍼트 실패 더블

 

2번홀 파4 355야드 (짧은 파4홀)

  - 이번에는 티샷이 약간 밀리면서 오른쪽 러프로 들어갔는데 러프가 조금 깊었다.

  - 7번 아이언으로 공을 향해 가파르게 가격해서 그린에 올림. 2온 성공

    (하지만 핀까지 거리는 20야드 정도)

  - 20야드 첫 번째 퍼트를 핀 2.5야드 근처에 붙였으나 두 번째 퍼트 실수로 3퍼트 보기

 

3번홀 파3 108야드

  - PW 티샷이 벙커로 들어감.

  - SW로 탈출하고 15야드 어프러치샷이 행운의 미스샷이 되어 핀 근처에 붙임.

  - 1퍼트로 보기

 

4번홀 파4 375야드

  - 드라이버 티샷이 탄도가 조금 높았으나 페어웨이 한 가운데로 기분좋게 날아감.

  - 고구마 세컨샷이 약간 밀리면서 오른쪽 러프로 들어감.

  - 50야드 남겨둔 상황에서 SW로 강하게 찍어서 쳤으나 온 그린 실패.

  - 네 번째 샷도 별로 좋지 않아서 핀 15야드 지점에 가까스로 4온.

  - 15야드 보기퍼팅을 핀 0.5야드 지점에 보내서 가까스로 2퍼트 더블보기

 

여기까지는 평소에 내가 치던 실력 그대로 그저 평범한 백돌이의 모습이었다. 4번홀에서 처음으로 티샷이 페어웨이에 떨어졌고 드라이버 티샷에 약간의 자신감이 붙으면서 마음이 편안해 졌다.

 

5번홀 파5 520야드

  - 부드럽게 친 티샷이 230야드 정도 날아가 페어웨이 중앙에 떨어지면서 자신감 상승.

  - 세컨샷 탄도가 조금 낮았으나 제 거리대로 날아갔고,

  - 6번 아이언으로 친 샷이 당겨지면서 약간 깊은 러프.

  - AW로 찍어친 샷이 핀 4야드 지점에 붙었고, 파 퍼팅이 홀을 돌아나와 2퍼트로 보기.

 

6번홀 파3 151야드

  - 6번 아이언 티샷이 뒤땅을 치면서 약 60야드 남겨둔 지점에 떨어짐.

  - AW로 어프러치 6야드 지점까지 보내고 1퍼트로 파.

 

7번홀 파4 372야드

  - 잘 맞은 티샷과 탄도가 낮은 고구마 세컨샷으로 핀 12야드 지점에 보내서 2온.

  - 12야드 버디 퍼팅을 아깝게 놓치고 2퍼트로 파.

 

8번홀 파5 525야드

  - 드라이버 티샷과 두 번의 고구마샷이 모두 거리가 조금씩 짧아서 3온 실패.

  - 45야드 지점에서 어프러치 샷을 핀 4야드 지점에 붙여 파 찬스. BUT

  - 30센티 정도 짧은 어이없는 퍼팅으로 2퍼트 보기

 

9번홀 파4 343야드

  - 2온을 노리고 드라이버를 페어웨이로 240야드 정도 날렸고

  - PW 어프로치샷이 방향은 좋았으나 거리가 짧아 2온 실패.

  - 15야드 AW 어프로치 샷을 핀 1.5야드 지점에 붙여서 1퍼트 파로 전반 마감.

 

전반 파3개, 보기4개, 더블보기2개로 44타.

잘 하면 8자를 그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함.

 

후반 ;

1번홀 파4 401야드 (기억에 남는 홀)

  - 잘 맞은 티샷이 약간 오른쪽으로 밀리면서 벙커턱에 걸림.

  - 한 쪽발(오른발)을 벙커에 담그고 쳐야 하는 상황

    (아이언으로 칠까 고구마로 칠까 고민).

  - 감이 좋은 고구마로 친 샷이 그린 25야드 지점까지 정확한 방향으로 날아감.

  - 25야드 남겨두고 AW 어프러치 샷이 핀 1야드 지점에 붙어 가볍게 1퍼트로 파.

 

2번홀 파3 163야드

  - 고구마 티샷이 약간 오른쪽으로 밀림.

  - 30야드 AW 어프러치 샷이 핀 1.5야드 지점에 떨어져 1퍼트로 파.

 

3번홀 파4 346야드

  - 티샷이 감기면서 그리 깊지 않은 왼쪽 러프에 떨어짐.

  - 고구마 세컨샷을 정확한 방향으로 그린 앞에 떨궜으나 2온은 실패.

  - 10야드 AW 어프러치 샷을 0.5야드까지 보내 1퍼트로 파.

 

*** 전반 9번홀 부터 4번 연속 파를 잡는 생애처음으로 특별한 경험을 함.

      그리고 조금씩 긴장하기 시작함.

      스코어를 계산하니 충분히 80대를 칠 수 있을 것 같음.

 

4번홀 파4 383야드

  - 잘 맞은 드라이버샷과 드로우가 걸린 고구마 세컨샷까지는 좋았으나

  - AW 어프러치 샷을 실수하여 핀 10야드 지점에 3온.

  - 환상적인 10야드 파 퍼트를 했으나 홀컵을 돌아나와 2퍼트로 보기.

 

5번홀 파4 393야드

  - 실수없이 드라이버 티샷과 고구마 세컨샷으로 2온에 성공.

  - 하지만 30야드 버디퍼팅이 어이없게 짧아 7야드 파 퍼팅도 실패. 3퍼트 보기

 

6번홀 파3 145야드

  - 6번 아이언 티샷이 당겨지면서 왼쪽 벙커에 빠짐.

  - 약간 불길한 생각이 들면서 자신있어 하던 벙커샷을 실패함.

  - 두 번째 벙커샷으로 탈출했으나 핀과의 거리는 약 10야드.

  - 모두 들어가는 줄 알았던 10야드 퍼트가 반 바퀴 모자라서 2퍼트로 더블보기

 

7번홀 파5 456야드

  -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티샷이 당겨지면서 헤저드에 퐁당...

    (그럼 그렇지 핸디가 어디 가냐? 내 주제에 무슨 8자를 그려. 포기하기 시작함.)

  - 1벌타 먹고 고구마 세드샷(역시 내 고구마야.)은 그런대로 잘 쳤음.

  - 30야드를 남겨둔 어프러치샷이 15야드나 오버하면서 퍼팅을 어렵게 함.

  - 15야드 퍼트를 또 7야드나 오버하면서 완전히 무너지기 시작함.

  - 결국 4온 3퍼트로 또 다시 더블보기

 

8번홀 파4 373야드

  - 계산을 잘못해서 나머지 2홀을 모두 파를 해야 89타가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음.

  - 갑자기 더블보기를 두 번 연속해서 하니까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느낌이었음. 

  - 티샷은 잘 보냈으나 믿었던 고구마 세컨샷이 톱볼이 나고 어프러치도 NO GOOD.

  - 간신히 3온 2퍼트로 보기

 

9번홀 파5 449야드

  - 마음을 비우고 유종의 미를 거두자는 생각으로 친 샷으로 3온 성공.

  - PW로 친 서드샷이 정확하게 핀 쪽으로 갔는데 런이 하나도 없이 그 자리에 멈춤.

  - 7야드 버디 퍼팅을 남겨두고 스코어를 다시 계산해 봄.

  - 잉? 못 넣어도 87타. 이게 왠 떡?

  - 그래도 버디 하나 잡아 보자고 마지막 주자로 버디 퍼팅을 시도했으나 실패.

  - 2퍼트 파.

 

후반 파4개, 보기3개, 더블보기2개로 43타. 합계 87타

내가 생각해도 꿈만 같은 일이 벌어졌다.

사실 후반에 무너지기 시작할 때 포기했었는데...

만약 스코어를 잘못 계산하지 않고 계속 욕심을 부렸다면?

아마도 90개 정도 쳤을 것 같다.

 

어째든 내년 목표(90대 초반)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붙었다.

골프를 시작하고 제일 행복한 날이 아니었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