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나의 골프희망을 무너뜨리는 이야기 하나

빈스 윙 2011. 6. 23. 08:00

며칠 전에 말로만 듣던 왕싱글 아마 고수 한 분을 만났습니다. 70대 중반 타수를 유지하고 있고, 가끔씩은 이븐파 정도는 그냥 해 버리는 제가 만났던 골퍼 중에서는 프로를 제외하고 최고수였습니다. 이미 몇 명의 세미프로를 길러 내기도 했다는데, 프로가 되지 않고 아마추어로 남아 있는 이유는 현재 하고 있는 일에 프로가 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랍니다. 그리고 골프로 밥 벌어 먹고 살기는 싫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클럽 챔피언들은 대부분 1년 이내에 싱글을 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제가 만난 고수 역시 1년 이내에 싱글을 쳤다고 합니다. 사실 저도 골프를 2년 넘게 했지만, 1년 이내에 싱글이 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었고, 만약 그게 가능하다면 얼마나 연습을 해야 하는지 혹은 연습을 하는데 특별한 방법이라도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고수의 얘기를 들어보니 크게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그 연습방법이라는 것이 평범한 직장인에게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졌습니다.

 

처음 한 달 동안 어느 정도 스윙궤도를 익히고 나서 6개월 이상 매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공을 천 개 이상 쳤다고 합니다. 초보골퍼가 이렇게 많이 공을 치는 것에 반대하는 입장에 있는 저로서는 조금 당황스러웠습니다. 한 달 동안 스윙궤도를 익혔다 하더라도 초보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을 텐데 그리고 여러 가지 잘못된 스윙동작이 많이 있었을 텐데 그런 것들을 어떻게 극복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에 대한 대답은 공 천 개를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마구잡이 식으로 친 것이 아니라 몸의 움직임과 스윙동작에 신경을 써 가면서 아주 정성스럽게 쳤다는 것입니다. 저를 또 한 번 놀라게 하는 대답이었습니다. 공 천 개를 스윙동작에 신경 써 가면서 정성스럽게 치려면 시간이 엄청나게 걸릴 텐데 도대체 뭐 하는 분이 시길래 그런 시간이 났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새벽에 출근하기 전에 2~3시간 동안 300여 개의 공을 치고, 점심시간에 1시간 정도 100여 개의 공을 치고, 퇴근 후에 3~4시간 정도 500여 개의 공을 치고, 주말에는 하루 종일 연습을 했다고 하네요. 이 정도면 프로선수들의 연습량에 버금가는 연습량이 아닐까 합니다.

 

 

그렇게 공을 치면서 마치 득도를 하듯이 깨달은 것이 있는데 처음 며칠 동안 공 천 개를 치는 것이 너무 힘이 들어서 약간 성의 없이 건성으로 공을 치게 되었는데 이 때 힘을 빼는 것에 대한 감이 오더랍니다. 남들은 힘 빼는데 3년 걸린다는데 이것을 3개월도 안 되서 깨닫고 실제로 그렇게 스윙을 할 수 있게 되었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최경주 선수가 그랬던가요? 하루에 공을 천 개 이상 치는 사람들만이 알 수 있는 그 무언가가 있다고. 도대체 그게 뭔지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고 하는데 아마도 수행을 통해서 득도의 과정에 이르는 깨달음이 아닐까 합니다. 처음에는 천 개의 공을 치면서 천 개의 스윙이 나왔을 것이고, 며칠이 지나면 천 개의 공을 치면서 950개의 스윙이 나왔을 것이고, 그렇게 몇 달이 되면서 똑같은 스윙이 점점 더 많이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만의 스윙을 만들기 위한 수련의 과정이 이토록 어려운 것이라는 생각도 드는군요.

 

제가 만난 고수의 말에 의하면 아마추어 싱글 골퍼 50명에게 물었는데 46명이 1년 이내에 싱글을 달성했고, 나머지 4명도 1~2년 정도 하다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골프를 그만 두었다가 다시 시작해서는 모두 1년 이내에 싱글을 했다는 통계가 있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1년 이내에 보기 플레이를 못하면 10년이 걸리고 3년 이내에 싱글을 못하면 영원히 못한다는 얘기가 그냥 나온 얘기는 아닌가 봅니다. 그럼 자칭 골프 지진아인 저는 어쩌란 말입니까? 저는 영원히 싱글을 할 수 없는 걸까요? 애당초 5년 내에 싱글을 하겠다는 목표 자체가 잘못된 것인가요?

 

고수가 알려준 한 가지 비법(?)은 프로골퍼의 스윙을 자주 봐서 눈에 익히고, 그것을 토대로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하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연습할 때는 절대로 막연히 공만 치는 연습은 금물이라는 것입니다. 공 한 개를 치더라도 연습목표를 세우고 정성을 다하여 실전에서 치듯이 치라는 것입니다. 이런 얘기는 예전에도 많이 들어왔는데 실제로 아마 고수가 제 앞에서 직접 얘기하니까 조금은 더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그냥 즐기면서 90대 타수를 치는 것은 오락이지만, 싱글로 가는 길은 고행이라는 생각도 드는군요. 그래도 포기할 때 포기하더라도 내가 세운 목표를 조금은 수정하는 한이 있더라도 저는 싱글로 가는 고행의 길을 선택하렵니다. 어쩌면 짧은 시간 내에 싱글의 반열에 오른 사람보다 오랜 시간 초보골퍼가 범하는 잘못된 동작과 실수를 내 몸으로 느끼면서 교정해 나가는 것이 나중에 레슨을 할 때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어째든 나의 마음을 다시 추스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