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초보골퍼, 핸디귀신의 정체를 밝히고 싶다

빈스 윙 2011. 7. 25. 08:00

골퍼들이 하는 얘기 중에 심심치 않게 들리는 얘기가 ‘핸디귀신’에 대한 얘기다. 사실 나는 ‘핸디귀신’ 같은 것은 없다고 애써 부인하는 입장이다. 그리고 정말로 핸디귀신이 있다고 믿는 많은 골퍼들은 핸디귀신을 물리치고 싶어한다. 혹자는 핸디귀신의 원인이 집중력에 있다고 말하고, 혹자는 골퍼의 마음에 있다고 말한다.

 

보통 한 라운드를 도는데 4시간 이상이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면 4시간 이상의 긴 시간 동안 계속해서 집중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후반으로 갈수록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나의 라운드를 분석해보면 전반적으로 후반에서 스코어가 좋게 나오는 것은 집중력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들다.

 

이런 경우는 전반에 너무 엉망으로 라운드를 해서 후반에 마음을 비우고 (여기서 마음을 비운다는 말은 포기한다는 말과 비슷한 것 같다.) 라운드에 임하기 때문에 후반에 스코어가 잘 나오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럼 전반에 펄펄 나는 것은 후반에 집중력이 떨어지기 때문이고, 후반에 펄펄 나는 것은 마음을 비웠기 때문이라는 말이 대부분의 골퍼들에게 해당하는 ‘핸디귀신’의 정체일까?

 

물론 핸디귀신의 정체가 집중력이나 골퍼의 마음에 있다는 말은 충분히 일리가 있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핸디귀신이 있어서라기보다 그것이 골퍼의 실력이 아닌가 한다. 지난 주에는 갑작스럽게 2번의 라운드가 잡혔는데, 첫 번째 라운드에서는 오비없이 전반에 50, 후반에 43타를 쳐서 나의 핸디보다 조금 잘 친 스코어가 나왔고, 두 번째 라운드에서는 전반에 오비 3개에 47, 후반에는 오비 1개에 47타가 나왔다.

 

내가 가입해 있는 골프클럽에서 정해준 나의 핸디는 +23(95)이니 두 라운드 모두 나의 핸디보다는 잘 친 셈이다. 그리고 그게 결국 나의 핸디인 것은 부인하지 않는다. 첫 번째 라운드 전반에서 50타라는 백돌이 스코어가 나온 것은 파5홀에서 레이업을 하지 않고 욕심을 부리다가 쿼드러플 보기를 범하는 코스 매니지먼트의 실패로 인한 것이니 나의 실력대로 친 것이고, 두 번째 라운드에서 오비를 4개씩이나 낸 것도 아직은 티샷이 안정적이지 못한 나의 실력에 기인한 것이므로 ‘핸디귀신’ 탓으로 돌리고 싶지 않다.

 

물론 첫 번째 라운드에서 욕심을 부렸던 파5홀에서 보기만 했더라도 90타를 칠 수 있었고, 두 번째 라운드에서 오비를 2개만 줄였더라도 90타를 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은 남아있다. 하지만, 그것이 내 실력이라고 받아들이고 부족했던 부분을 중심으로 연습하는 계기로 만들고 있다. 만약에 ‘~~했더라면’ 내지는 ‘~~만 안 했더라면’ 이라는 내용이 현실로 나타난다면 2~3타 정도를 줄일 수는 있겠지만, 그것은 골퍼의 진정한 실력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것이 있다. 어떻게 오비를 4개씩이나 낸 라운드의 스코어와 오비가 하나도 없는 라운드의 스코어가 불과 1타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일까? 두 번의 라운드에서 퍼트수를 살펴보면 나의 평균 퍼트수인 33개에는 조금 못 미치지만 35개와 36개로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결국은 세컨샷에서 많은 차이를 보였다는 뜻이 되는데, 실제로 첫 번째 라운드에서는 세컨샷에서 미스가 많았고, 두 번째 라운드에서는 세컨샷에서 그리 큰 미스를 하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만약 ‘핸디귀신’이라는 것이 있다면, 내가 핸디귀신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그나마 모든 샷이 엉망이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면 핸디귀신은 초보골퍼의 타수를 엉망으로 만드는 못된 귀신이 아니라, 모든 샷이 엉망으로 되지 않도록 도와주는 착한 귀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핸디귀신이라는 말이 나오게 된 원인은 골퍼들이 핸디를 줄이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된다. 대부분의 골퍼들은 처음 머리를 올릴 때 110타 이상을 치는 것이 보통이다. 그리고 110타를 깨기 위해 나름대로 피나는 연습을 하면서 적지 않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 시간이 노력에 비해 너무 길어지면서 자신의 실력보다는 누군가 자신의 핸디를 묶어두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핸디귀신 얘기가 나온 것이 아닐까 한다. 이는 100타를 깨기 위한 골퍼나 90타를 깨기 위한 골퍼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현실이다.

 

나의 경우 작년 이맘때쯤에 98타 정도만 쳐도 만족할 정도로 100타 언저리에서 타수를 줄이지 못하다가 작년 10월에 88타와 87타 라베를 찍은 이후, 이제는 좀처럼 100타 이상을 치는 경우는 없다. (87타 라베 이후에 102타를 친 적이 한 번 있다.) 대부분의 고수들이 핸디가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어느 한 순간에 줄어든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내가 생각하는 항아리 이론이 골퍼의 핸디를 줄이는 과정을 설명하는데 적절하다고 본다.

 

항아리 이론은 ‘아무리 연습해도 스코어가 줄지 않는다면 - http://blog.daum.net/beanswing/185’ 의 글을 인용하면 ;

 

속이 보이지 않는 항아리에 물을 채운다. 속이 보이지 않으므로 우리는 항아리에 물이 차고 넘칠 때까지 물이 얼마나 찼는지 알 수 없다. 여기서 항아리에 물을 채우는 과정이 우리가 느끼는 정체기이다. 하지만, 여기서 물을 채우는 과정을 멈춘다면(연습을 게을리 하거나, 골프를 포기한다면), 절대로 항아리에서 물을 넘치게 할 수 없다.

 

여기서 항아리에 물이 넘치는 순간이 핸디귀신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순간이다. 그리고 더 큰 항아리를 준비해서 또 다시 물 채우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정말 지루하고 고된 작업이 아닐 수 없다 

 

좋은 샷을 날리는 것은 물론이고, 핸디귀신을 다스리는 멘탈도 골퍼의 실력이고 보면 핸디귀신을 탓할 것이 아니라, 골퍼 스스로 자신의 부족한 부분에 대한 연습과 한 홀 한 홀 평상심과 집중력을 유지하는 멘탈을 강화하는 훈련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