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스코어로 골퍼들의 실력을 가늠하는 현실

빈스 윙 2011. 7. 26. 08:00

라운드를 마치고 나거나 골프얘기가 나오면 묻는 얘기가 '몇 타 쳤느냐?' 혹은 '핸디가 얼마나 되느냐?' 는 질문이다. 이렇게 묻는 이유는 골퍼의 타수로 실력을 가늠해 보기 위함일 것이다. 하지만, 골퍼의 실력은 최종 스코어에 있는 것이 아니다. 스코어 카드에 적혀 있는 숫자(타수)가 지금의 실력을 말해 주는 것일 수는 있겠지만, 골퍼의 발전 가능성까지 말해 주지는 않는다. 발전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면 스코어 카드나 라운드 내용을 좀 더 면밀히 검토해봐야 한다.

 

물론 구력이 10년 이상인데 여전히 백파가 목표라면 라운드 내용까지 분석할 필요는 없겠지만, 몇 년 되지 않은 구력으로 90대 초반이나 80대 후반을 치는 골퍼가 있다면, 현재의 스코어보다는 발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실력을 가늠해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나의 경우에는 매 라운드마다 성적(스코어)을 분석해서 연습에 활용하고 나의 발전 가능성을 체크하고 있는데, 나의 기분을 좌우하는 것은 최종 스코어도 있지만, 그 보다는 경기내용에 더 큰 비중을 두고 라운드를 분석한다.

 

나와 비슷한 수준의 골퍼라도 내가 부러워하는 골퍼들이 있다. 그것은 바로 전,후반의 스코어가 비슷하게 나오는 골퍼와 트리플보기가 적은 골퍼다. 그리고 같은 보기플레이어라 하더라도 파와 더블보기가 많은 골퍼보다는 보기가 많은 골퍼가 더 부럽다.

 

나의 경우는 전,후반의 스코어가 고르게 나오는 편이 아니다. 보통은 전반에 48타 내외, 후반에는 46타 내외로 많게는 5~6타 정도가 차이 난다. 조금 드문 경우이기는 하지만 지난 주의 라운드를 보면 전반에 50, 후반에 43타로 7타나 차이가 났다. 그리고 또 한 번의 라운드에서는 전,후반 모두 47타를 쳤다.

 

나는 전,후반 모두 47타를 친 라운드 같은 경우를 시니어 스코어라고 부른다. 왜냐하면 인생의 경험이 풍부한 중년의 골퍼들은 대부분 위기를 지혜롭게 넘기는 방법을 알고 있어서, 그것을 골프에도 적용시켜서 오비가 잘 나지 않고, 오비가 나거나 깊은 러프에 빠지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처하기 때문에 전,후반 모두 안정적으로 플레이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반에 50, 후반 43타를 친 라운드와 같은 경우를 나는 영맨 스코어라고 부른다. 패기가 넘치는 젊은 골퍼들은 장타를 날리기도 하고 때로는 버디를 잡기도 하지만, 오비가 나거나 깊은 러프에 빠지거나 벙커에서 한 번에 빠져 나오지 못하게 되거나 하면 당황하여 양파도 쉽게 하기 때문이다.

 

만약에 실제로 같은 보기플레이 정도의 수준을 가진 젊은 골퍼와 중년의 골퍼가 라운드를 한다면 경험이 많은 중년의 골퍼가 이길 확률이 높다고 한다. 이것은 실력은 비슷하지만 멘탈적인 측면에서 중년의 골퍼가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18홀을 도는 동안 꾸준하게 집중력을 유지하고 인내심을 요구하는 골프에서는 젊은 패기보다는 침착하고 경험이 많은 골퍼가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영맨 스코어나 시니어 스코어나 일장일단은 있다. 영맨 스코어의 경우 전,후반에 50/43타를 쳤다면, 언젠가는 또 다시 9홀에 43타를 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발전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영맨 스코어를 내는 골퍼가 유리하다. 하지만 전,후반에 똑같이 47타를 쳤다면 이미 안정적으로 골프 라운드를 한다고 볼 수 있으므로 발전 가능성은 낮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주로 시니어 스코어를 작성하는 골퍼들은 어지간한 난관도 비교적 쉽게 극복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이러한 나의 생각이 모든 골퍼들에게 적용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칠 때마다 타수가 80대에서 100대를 왔다 갔다 하는 골퍼나, 그 정도는 아니어도 10타 내외로 스코어의 변화가 심한 경우에는 라운드 내용을 조금 더 면밀하게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전,후반 합계 스코어가 110타를 넘어가는 경우에도 이러한 나의 생각을 적용하기 힘들다.

 

주로 전반보다는 후반 타수가 낮은 나의 경우에는 전반에 46타를 기록하는 것이 가장 마음이 편하다. 나의 타수를 분석해 보면 후반에 타수가 낮으므로 전반에 46타를 기록하면 후반에 44타 정도를 기록해서 보기플레이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전반에 47타 이상을 기록하면 보기플레이를 하겠다는 마음에 부담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리고 전반에 45타 이하를 치게 되면 전반처럼 후반 마지막 홀까지 집중력을 유지하기 힘들어진다. 왜냐하면 8자를 그릴수도 있겠다는 마음에서 평정심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은 전반에 45타 이하를 치게 되면 후반에 무너지는 것이 일반적인 나의 스코어다.

 

지난 주말 같이 라운드를 했던 동반자 중에 87타를 기록한 골퍼가 있다. 그의 핸디는 11정도 되는데, 핸디보다는 좋지 않은 스코어가 나온 것이다. 87이라는 숫자만 보면 그가 80대 초반을 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는 힘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스코어 카드를 보면 충분히 80대 초반을 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오비가 난 4개의 홀에서 더블보기가 3개 있었고, 트리플보기가 1, 그리고 8개의 파를 잡고, 보기가 6개였는데, 오비가 난 홀은 초반에 집중되어 있었으니, 생전 처음 라운드를 해보는 골프장임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파를 8개씩이나 할 수 있다는 것과 오비가 난 홀을 대부분 더블보기로 막는 능력을 보면서 역시 80대 초반을 치는 골퍼는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골프는 스코어카드에 적혀있는 최종 스코어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 과정을 분석하여 앞으로의 연습방향을 정하고, 다음 플레이에 참고할 수 있어야 한다. 시니어 스코어를 내는 골퍼라면 코스매니지먼트에서는 안정적인 플레이를 한다고 볼 수 있으므로 스윙의 기술적인 면에 좀 더 노력을 기울이면 좋을 것이고, 영맨 스코어를 내는 골퍼라면 전,후반 스코어에서 높은 스코어를 낮은 스코어로 끌어 내릴 수 있도록 코스매니지먼트에 좀 더 신중을 기한다면 발전적인 골프로 만들 수 있음은 물론 골프를 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며 글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