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클럽을 짧게 잡고 치라는 말이 안 들리더니

빈스 윙 2011. 7. 20. 08:00

백돌이 시절에 같이 라운드를 하던 고수들이 클럽을 짧게 내려 잡으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었다. 또한 골프레슨에서도 클럽을 짧게 쥐어야 할 때를 알려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때 나는 클럽을 짧게 내려 잡으면 거리가 짧아질 것을 우려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클럽을 짧게 내려 잡아야 할 경우는 트러블 샷을 할 경우이고, 짧게 내려 잡아도 초보골퍼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거리가 짧아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트러블 샷의 경우 정확한 임팩트로 위험지역에서 탈출하는 것을 우선 순위에 두어야 하니 클럽을 짧게 내려 잡아서 제어력을 높이는 것이 라운드 운영의 묘를 살리는 것이고, 어차피 트러블 샷에서는 풀스윙보다는 간결한 스윙으로 정확한 임팩트에 초점을 맞춰서 스윙을 해야 하므로 클럽을 짧게 잡아서 거리가 짧아지기 보다는 풀스윙을 할 수 없는 여건 때문에 거리가 짧아진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트러블 샷을 하면서 아마추어 초보골퍼가 거리를 걱정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 일수도 있다.

 

지금이야 이렇게 옛날 생각을 하면서 글을 쓰지만, 그 당시에는 왜 그렇게 거리에 목을 맸는지 모르겠다. 공이 놓은 라이가 정상적인 스윙을 할 수 없는 경우에도 원래대로 클럽을 길게 잡고 풀스윙을 해댔으니, 이러한 거리 욕심이 쉽게 백파를 하지 못했던 원인 중에 하나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니 거리 욕심이라기 보다는 어떤 것을 우선 순위에 두어야 하는지 몰랐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

 

‘트러블 샷, 어떻게 하지? - http://blog.daum.net/beanswing/144’ 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모든 트러블 샷에서는 클럽을 짧게 내려 잡는다고 생각하면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볼이 발보다 높은 경사에 놓였을 때는 몸이 지면(수평면)에서 꼿꼿하게 서 있는 자세로 스윙을 하게 되므로 (그 대신 땅이 솟아 올라와 내 몸과 가까워져 있게 되므로) 클럽을 짧게 잡아서 보상을 해 줘야 할 것이고, 반대의 경우는 공이 놓여 있는 위치가 몸과 멀어져서 오히려 클럽을 길게 잡아야 할 것 같은데, 초보골퍼의 경우에는 마찬가지로 짧게 잡고 임팩트의 정확성에 초점을 맞추고 샷을 하는 것이 타수를 잃지 않는 비결이랄 수 있다.

 

벙커에서도 클럽을 짧게 잡으라고 한다. 클럽이 모래 속으로 들어가야 하니까 길게 잡아야 한다고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생각이었다. 두 발이 모래 속에 파묻힌 것만큼 공은 몸에 가까이 있게 되므로 그리고 간결한 스윙으로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클럽을 짧게 잡아야 하는 것이다.

 

 

나의 경우처럼 클럽을 짧게 잡으면 거리가 줄어들 것을 걱정하는 초보골퍼들이 많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골프가 확률게임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원래대로 클럽을 길게 잡고 미스샷을 하는 것보다는 조금 짧게 잡고 클럽의 제어력을 높여서 제대로 맞히는 것이 타수를 덜 잃는 것임을 간과하는 초보골퍼들이 많은 것 같다. 오히려 구력이 어느 정도 있는 골퍼들은 레이업을 하는데 비해, 초보골퍼들은 마냥 깃대를 향하여 ‘고(go)’를 외치는 경우를 많이 보곤 한다.

 

대부분의 초보골퍼들은 거리편차가 심하므로 클럽을 조금 짧게 잡는다고 해서 거리가 별로 줄어들지 않는다. 오히려 클럽을 짧게 잡고서도 제대로 맞으면 거리가 더 많이 나갈 수도 있다. 그리고 미스샷을 연발하는 초보골퍼들은 거리가 문제가 아니다. 물론 미스샷을 할 것이라 생각하고 샷을 하는 골퍼는 없겠지만, 미스샷으로 자신이 원했던 거리는커녕 심한 톱볼이나 뒤땅을 쳐서 1~20미터 밖에 보내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면 클럽을 짧게 잡고 클럽의 제어력을 높이는데 주력하는 것이 더 좋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특히, 트러블 샷은 페어웨이에서의 샷과는 달리 초보골퍼에게 심한 중압감을 안겨주는 샷이다. 그러므로 클럽을 더욱 더 제어하기가 힘들어진다. 고수들은 구력에 걸맞게 긴 클럽으로도 쉽게 컨트롤 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초보골퍼들은 스윙아크가 커질수록 미스샷의 확률만 높여가게 된다. 따라서 초보골퍼가 트러블 샷을 하면서 거리를 걱정하는 것은 자신의 골프를 더욱 더 수렁으로 몰아 넣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최근에 나는 트러블 샷뿐만 아니라 샷감이 좋지 않아서 클럽과 공이 제대로 컨택되지 않는 경우에도 클럽을 짧게 내려 잡아서 정확한 임팩트를 위주로 라운드를 한다. 그러다가 어느 정도 샷감을 되찾으면 원래대로 클럽을 잡고 샷을 한다. 그 날의 컨디션에 따라서 샷감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클럽을 길게 잡고 오직 거리만 생각한다면 모든 라운드를 컨디션에 의지해야 할 것이다. 컨디션이 좋지 않고, 샷감이 좋지 않을 때도 어느 정도 자신의 타수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하나쯤은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다. 그 방법으로 나는 클럽을 짧게 잡는 것과 가능하면 무리하지 않고 잘라가는 라운드 운영에서 찾고 있다.

 

일선에서 골퍼들을 가르치는 레슨프로 중에는 클럽을 짧게 잡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 부분에 대해서 나의 주장을 굽히고 싶지는 않다. 앤서니 김의 경우는 모든 클럽을 약간씩(사실 내가 보기에는 아주 많이) 짧게 내려 잡는다. 물론 앤서니 김의 경우에는 상체가 짧고 팔이 길어서 일반적인 그립을 했을 경우에는 볼과 너무 떨어져서 서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짧게 잡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제어력을 높여 준다는 사실을 경험하고, 이러한 습관을 고치려고 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앤서니 김이 말하는 클럽을 짧게 내려 잡는 것에 대한 장점을 소개하면서 글을 맺는다.

 

그립을 내려 잡으면 클럽의 길이가 짧아지므로 거리가 어느 정도 줄어드는 것은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그 차이는 얼마 되지 않으며 클럽의 제어력이 높아진다는 것을 감안하면 오히려 클럽을 내려 잡아서 거리가 짧아지는 것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또 한 가지는 중압감 속에서 미스샷을 확률을 낮출 수 있게 된다. 연습장에서는 대부분 좋은 샷을 날릴 수 있지만, 필드에서는 아무래도 연습장보다는 긴장된 상태에서 샷을 하게 된다. 이런 면에서 짧은 그립은 중압감을 극복할 수 있게 해주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