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퍼들이 하는 얘기 중에 심심치 않게 들리는 얘기가 ‘핸디귀신’에 대한 얘기다. 사실 나는 ‘핸디귀신’ 같은 것은 없다고 애써 부인하는 입장이다. 그리고 정말로 핸디귀신이 있다고 믿는 많은 골퍼들은 핸디귀신을 물리치고 싶어한다. 혹자는 핸디귀신의 원인이 집중력에 있다고 말하고, 혹자는 골퍼의 마음에 있다고 말한다.
보통 한 라운드를 도는데 4시간 이상이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면 4시간 이상의 긴 시간 동안 계속해서 집중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후반으로 갈수록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나의 라운드를 분석해보면 전반적으로 후반에서 스코어가 좋게 나오는 것은 집중력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들다.
이런 경우는 전반에 너무 엉망으로 라운드를 해서 후반에 마음을 비우고 (여기서 마음을 비운다는 말은 포기한다는 말과 비슷한 것 같다.) 라운드에 임하기 때문에 후반에 스코어가 잘 나오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럼 전반에 펄펄 나는 것은 후반에 집중력이 떨어지기 때문이고, 후반에 펄펄 나는 것은 마음을 비웠기 때문이라는 말이 대부분의 골퍼들에게 해당하는 ‘핸디귀신’의 정체일까?
물론 핸디귀신의 정체가 집중력이나 골퍼의 마음에 있다는 말은 충분히 일리가 있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핸디귀신이 있어서라기보다 그것이 골퍼의 실력이 아닌가 한다. 지난 주에는 갑작스럽게 2번의 라운드가 잡혔는데, 첫 번째 라운드에서는 오비없이 전반에 50타, 후반에 43타를 쳐서 나의 핸디보다 조금 잘 친 스코어가 나왔고, 두 번째 라운드에서는 전반에 오비 3개에 47타, 후반에는 오비 1개에 47타가 나왔다.
내가 가입해 있는 골프클럽에서 정해준 나의 핸디는 +23개(95타)이니 두 라운드 모두 나의 핸디보다는 잘 친 셈이다. 그리고 그게 결국 나의 핸디인 것은 부인하지 않는다. 첫 번째 라운드 전반에서 50타라는 백돌이 스코어가 나온 것은 파5홀에서 레이업을 하지 않고 욕심을 부리다가 쿼드러플 보기를 범하는 코스 매니지먼트의 실패로 인한 것이니 나의 실력대로 친 것이고, 두 번째 라운드에서 오비를 4개씩이나 낸 것도 아직은 티샷이 안정적이지 못한 나의 실력에 기인한 것이므로 ‘핸디귀신’ 탓으로 돌리고 싶지 않다.
물론 첫 번째 라운드에서 욕심을 부렸던 파5홀에서 보기만 했더라도 90타를 칠 수 있었고, 두 번째 라운드에서 오비를 2개만 줄였더라도 90타를 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은 남아있다. 하지만, 그것이 내 실력이라고 받아들이고 부족했던 부분을 중심으로 연습하는 계기로 만들고 있다. 만약에 ‘~~했더라면’ 내지는 ‘~~만 안 했더라면’ 이라는 내용이 현실로 나타난다면 2~3타 정도를 줄일 수는 있겠지만, 그것은 골퍼의 진정한 실력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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