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초보골퍼가 이해하기 힘든 아리송한 레슨

빈스 윙 2011. 9. 16. 08:00

초보골퍼들이 레슨을 받으면서 레슨프로의 말을 과연 얼마나 알아들을까? 연습을 하면서 자기 스윙에 도취(?)되어 레슨프로의 말을 건성으로 듣는 골퍼들도 적지 않지만, 열심히 귀담아 듣는다고 해도 초보시절에는 알아 듣기 힘든 아리송한 말들이 많이 있다.

 

물 수제비 뜨듯이 스윙 하라.

채찍질하듯이 스윙 하라.

골프 공은 배꼽으로 치는 것.

옆으로 쳐라.

왼쪽어깨로 스윙 하라.

 

도대체 뭘 어떻게 하라는 말인지 알 수가 없다. 물 수제비를 뜨려면 야구에서 언더스로 투수가 공을 던지듯이 스윙을 해야 하는데 그렇게 스윙을 해보니 오른쪽 어깨가 떨어지면서 모두가 뒤땅이다.

 

채찍질하듯이 스윙을 하라는데 그라파이트나 스틸 샤프트 모두 조금씩 휘어지기는 하지만 그래도 채찍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딱딱한데 어떻게 채찍질하듯이 스윙을 하란 말인가?

 

골프 공을 배꼽으로 친다고? 이건 또 무슨 얘긴지 도통 감을 잡을 수 없다.

 

옆으로 치라고? 야구 같으면야 옆으로 치거나 옆에서 치는 게 조금 이해가 될 듯한데, 바닥에 있는 공을 어떻게 옆으로 칠 수 있지?

 

왼쪽어깨로 스윙을 하라는 말은 또 뭔 소린고?

 

백돌이 시절에 나는 위에서 언급한 말 이외에도 이와 유사한 수 많은 표현들을 알아듣기 힘들었다. 이렇게 비유적인 표현이 알아듣기 쉽다고 말하는 골퍼들도 있는데, 내가 골프 지진아라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지금 백돌이 골퍼들 중에 이런 표현들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는 골퍼가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위에서 언급한 표현들은 수준에 따라 익힐 수 있는 동작이 따로 있다 - http://blog.daum.net/beanswing/385에서 언급한 것이 마찬가지로 시간이 지나면 골프 실력이 향상됨에 따라 그리고 골프를 바라보는 관점이 넓어짐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알 수 있는 표현들이기는 하다.

 

그런데 내가 위의 표현들을 쉽게 이해하지 못한 이유가 두 가지 정도 있다. 첫 번째는 골퍼레슨서적에서는 이러한 표현들을 소제목으로 자세한 설명을 하고 있지만, 소제목을 이해하지 못하니 그에 대한 설명도 대충 읽고 넘어간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리고 두 번째는 연습장에서 레슨프로들이 위와 같은 표현으로 레슨을 하면서 골퍼들이 모두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을 하는지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골퍼마다 받아들이는 정도와 이해력의 차이는 있겠지만, 위에 언급한 표현들은 다분히 느낌을 말하는 것이다. 골프스윙에서의 느낌은 말이나 글로 표현하기가 매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왜냐하면 다분히 주관적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실제로 골퍼가 그 느낌을 가지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 수제비를 뜨는 것이나 채찍질은 대부분 한 손으로 하게 되는데, (나 같은) 골퍼에 따라서는 두 손으로 하는 골프 스윙에 응용하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다. 그리고 물 수제비를 뜰 때는 손목의 스냅을 이용하는 방향이 손바닥 쪽이 되므로 골프에서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 손목을 쓰는 행위와 비슷하기도 하다. (물론 이렇게 오해하는 골퍼는 극소수겠지만.)

 

나 같은 골퍼에게는 물 수제비 뜨듯이 스윙 하라는 표현보다는 물 수제비 뜰 때처럼 오른쪽 팔꿈치를 옆구리에 붙이면서 다운스윙을 하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그리고 채찍질하듯이 스윙 하라는 표현보다는 어깨회전과 몸통의 꼬임을 풀어주면서 스윙을 하게 하여 채찍질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골프 공은 배꼽으로 치는 것이라는 표현은 임팩트 전에 어깨나 상체가 과도하게 돌아가면 클럽헤드가 늦게 따라 내려오면서 클럽페이스가 열리게 되니 임팩트 순간에 배꼽이 공을 바라보도록 치라는 뜻으로 말하는 것 같은데, 순식간에 끝나버리는 임팩트 순간에 배꼽이 공을 바라보는지 외면하는지 골퍼가 자각하기는 너무 어려운 일 아닐까? 차라리 그냥 배꼽이 공을 바라본다는 느낌으로 치라고 하거나 배꼽으로 치라는 은유적인 표현보다 직설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한다. (물론 나만의 생각일수도 있지만.)

 

옆으로 치라는 표현이나 왼쪽어깨로 치라는 표현도 스윙궤도가 너무 가파른 골퍼에게 드라이버 샷을 조금 완만한 궤도로 치라는 뜻으로 말하는 것 같은데, 그냥 그런 느낌으로 치라고 설명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나의 경우는 공을 옆에서 바라본다는 느낌으로 스윙 하라는 말이 쉽게 받아들여졌다. (왼쪽어깨로 치라는 말은 어깨회전을 의식하고 치라는 말일수도 있음.)

 

하지만, 느낌이라는 것이 골퍼 스스로가 직접 느끼지 못하면 아무리 말과 글로 설명을 해도 알기 힘든 부분이 있고, 골퍼에 따라서는 같은 동작을 해도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노력으로 자신만의 느낌을 발견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물론 위에서 언급한 느낌들은 대부분의 선배골퍼들이 먼저 느낀 것을 글로 표현한 것이므로 초보골퍼들도 그러한 느낌을 가질 수 있는 확률이 높기는 하다.

 

나는 아직도 100% 몸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표현들이 있다. 그 중에 하나가 스윙궤도 중에 직선구간이 있다는 말인데, 이론적으로는 이해가 가지만 과연 나의 스윙에도 직선구간이 있는지, 있다면 (클럽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길이가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다. 위에 언급한 표현들은 내가 이미 머리와 몸으로 모두 이해했으니 쉽게 기억해서 적을 수 있지만, 아직도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은 생각조차 나지 않는 표현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어쩌면 골프 연습을 한다는 것은 내 몸이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을 찾아서 떠나는 여행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