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골프라는 이름의 강은 어떻게 흘러가는가

빈스 윙 2011. 9. 17. 08:00

처음 골프채를 잡고부터 앞으로 어느 정도의 수준까지 골프를 치게 될지 모르지만 나의 골프라는 이름의 강은 지금도 계속 흘러가고 있다.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바다를 향해 흘러가는 나의 골프라는 이름의 강이 지금까지 어떻게 흘러왔는지 생각해 본다.

 

기술적인 요소가 골프의 전부인 것으로 여겨졌던 시절에서 멘탈적인 요소가 점점 커져가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작은 폭포를 만나 폭포 위에서 뛰어내리는 기술과 계곡을 만나 계곡을 타는 기술과 수 많은 크고 작은 돌들을 이리 저리 피해 다니는 기술이 골프의 전부라고 생각했는데 큰 물줄기를 만나면서 그 흐름에 따라 흘러가는 것이 더 큰 기술임을 알게 되었고, 그 흐름 속에서도 나를 잃지 말아야 하는 것이 폭포와 계곡에서의 잔기술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처음 골프를 시작하면 스윙의 기술적인 부분이 골프의 전부라고 여겨진다. 하지만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스윙의 기술적인 면은 상대적으로 줄어들면서 멘탈적인 면이 점점 더 커지는 것을 느낀다. 라운드를 마치고 샤워를 하면서 그 날 머리 올린 골퍼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이게 마음을 비워야 하는 운동이네.’ 라는 말이다. 그 때부터 골퍼의 멘탈은 점점 커져서 급기야는 스윙기술보다 멘탈이 우위에 서게 되는 것이 아닐까?

 

동적인 운동에서 정적인 운동으로 변해간다.

처음 골프채를 잡았던 시절이 폭포와 계곡의 급 물살 속에서 정신 없이 스윙을 했던 시절이라면 조금 더 큰 물줄기를 만난 지금은 고요하게 흘러가는 완만하고 부드러운 스윙의 흐름을 생각하게 하는 지점까지 오게 되었다.

 

공만 보면 야수로 돌변하여 공에게 덤벼들고, 거리가 적게 나가니 남들 카트타고 이동할 때 뛰어다녀야 하고, 공이 좌탄우탄 이리저리 날아가니 남들보다 더 뛰어다녀서 동적인 운동이 아니라, 뭔지 모를 성급한 마음이 초보골퍼들의 스윙을 급하게 만들고, 또 그런 스윙동작이 골프의 전부인양 마음의 여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으니 초보골퍼에게 골프는 동적인 운동일 수 밖에 없다. 그런 동적인 운동이 마음의 여유를 찾고 마음을 다스리는 기술과 함께 점차 정적인 운동으로 변해가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이성적인 스윙에서 감성적인 스윙으로 변해간다.

처음에는 어떻게 해서든 급류에서 살아 남으려고 온갖 몸부림과 발버둥을 치면서 머리를 굴려 보았지만, 이제는 비가 오는 날은 조금 빠르게, 햇볕이 짱짱한 날은 일광욕을 즐기며 그날 그날의 느낌대로 그냥 흘러간다.

 

초보골퍼 특히 성인초보골퍼 그 중에서도 남자골퍼 그 중에서도 (일부) 나이가 든 골퍼일수록 자신의 의지로(좋게 말해서 의지고 사실은 고집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좋을 듯 하다.) 공을 맞히려는 경향이 강한 것을 보게 된다. 그 동안 살아온 경험과 자신이 이성적인 판단으로 스윙을 하려는 본능이 강하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그렇게 스윙을 하다가 자신의 고집이 꺾이면서 느낌이 있는 스윙’, ‘리듬이 있는 스윙으로 변해가는 것이 아닐까?

 

진정한 힘의 위력을 알게 되었다.

상류에서의 작은 물줄기로는 덩치 큰 바위를 옮기는 정도의 힘 밖에 없었지만, 큰 물줄기를 만난 지금은 마을 하나 정도는 그냥 물바다로 만들 수 있는 위력을 지니게 되면서 진정한 힘에 대해 알게 되었다.

 

상류에서의 작은 물줄기는 그 위치와 방향을 쉽게 바꿀 수 있듯이 사람의 작은 근육 역시 쉽게 조종(제어, 컨트롤)이 가능하다. 하지만 힘이 약한 것이 탈이다. 큰 물줄기는 그 위치와 방향을 바꾸기는 어렵지만 사람의 큰 근육처럼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작은 근육과 큰 근육이 서로 조화롭게 움직인다면 거리와 방향성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이동속도는 느려졌지만 더 넓은 시야를 가지게 되었다.

급 물살에 휘말려 폭포에서 떨어지고 바위에 부딪힐 때는 빠르게 이동하느라 주위를 살필 겨를이 없었지만, 큰 물줄기를 만나니 속도는 느려졌지만 주위를 살필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되면서 시야가 넓어졌다.

 

처음에는 비교적 짧은 시간에 스윙연습만으로 백파를 했지만, 90타를 깨기 위해서는 그 시간과 노력이 몇 배가 더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그것은 비단 스윙에 국한된 얘기는 아니다. 스윙과 멘탈 그리고 코스매니지먼트 등 골프의 모든 것을 보는 넓은 시야를 가져야 80대 타수를 기록할 수 있는 골퍼가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크고 작은 돌들을 피해 다니는 잔기술과 폭포에서 뛰어내리는 쓸데없이 역동적인 행동 그리고 계곡의 바위들을 내가 어떻게 해보려는 이성적인 판단은 뒤로 하고 나의 골프는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바다를 향해 가고 있다. ‘얼마나 깊을까?’ 하는 설레는 마음과 계곡의 빠른 물줄기나 강물의 느린 물줄기나 모두 자연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생각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