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골프, 언더파를 친 기분이 바로 이런 거군요

빈스 윙 2012. 1. 18. 07:30

스크린 골프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골프존에서 작년 12 6일부터 10주 동안 1주일씩 순차적으로 10개의 골프장을 정해서 홀인원을 하면 총 상금 1억 원을 지급하는 슈퍼홀인원이벤트를 하고 있다.

 

 

 

 

 

골프존의 이벤트를 홍보하려는 의도는 아니고, 연습장에 같이 나가는 골퍼로부터 이번 주는 선운산CC (16번 홀)에서 이벤트가 진행되는데, 이번 주(1/17 ~ 1/24, 7주차)만 홀인원 상금이 2012만원으로 상향 조정되었는데 이벤트에 참가하여 홀인원에 기대를 걸고 스크린 골프를 한 게임 하자는 제의를 받았다.

 

평소에 스크린 골프를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그 동안 연습한 샷을 점검한다는 차원에서 한 게임 하기로 했다. 4홀이 300미터가 안 되는 홀이 몇 개 있을 정도로 거리가 짧은 홀이 많아서 비거리가 적게 나가고, 아이언이 비교적 정확한 나에게는 안성맞춤인 골프장이었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1번 홀에서 65미터 남은 지점에서 세컨샷을 했는데 핀에 바로 붙여서 컨시드 버디를 잡으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그렇게 전반을 마치고 나니 버디2개에 보기2개를 맞바꾸며 이븐파를 기록하게 되었다. 그리고 후반 첫 홀에서 또 버디를 잡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언더파를 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렇게 후반을 세 홀 남긴 시점에서 그러니까 15번 홀까지 버디4개와 보기4개를 기록하면서 이븐파를 치고 있었다. 잘 하면 이븐파 정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16번 홀과 17번 홀에서 연속으로 버디를 잡으면서 한 홀을 남기고 2언더파가 되어 버렸다.

 

이제는 남은 한 홀에서 보기를 하더라도 언더파를 기록할 수 있는 상황까지 왔는데, 18번 홀에서 갑자기 뭔가 아주 무거운 것에 짓눌리는 듯한 중압감이 밀려 오면서 집중력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세 번의 샷을 모두 러프에 떨어뜨리면서 공을 그린에 올리지 못했을 때는 언더파는 물 건너 가는 줄 알았다.

 

 

그런데 다행히도 네 번째 샷을 홀 3미터 지점에 붙이면서 4 1퍼트 보기를 기록하면서 생애 첫 언더파를 기록하게 되었다. 수시로 언더파를 치시는 고수님들이야 별 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유난을 떤다고 말씀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스크린 핸디가 15정도인 골퍼가 언더파를 쳤으니 유난을 떨 만도 하다고 생각되므로 그냥 좀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

 

 

 

라운드 후반에 얼마나 신경을 썼던지 18홀을 모두 끝내고 나니 온 몸에 힘이 쫙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투어프로들이 18홀 내내 그리고 사나흘 동안 계속해서 집중력을 유지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알 수 있었다. 아마도 소니오픈에서 배상문 선수도 마지막 라운드에서 오늘 나처럼 집중력이 떨어졌었나 보다. 그래도 PGA투어 데뷔전 치고는 아주 훌륭한 성적을 냈다고 생각한다.

 

[가장 왼쪽에 있는 트로피가 오늘 언더파를 치면서 획득한 트로피다]

 

스크린 골프 생애 첫 언더파를 친 오늘의 라운드에서 가장 잘한 것은 26개의 퍼팅수가 아니라 100미터 내외에서의 아이언 샷과 그린 주변에서의 숏게임이었다. 롱퍼팅을 성공시켜서 1퍼트로 마무리 한 홀은 하나도 없고, 모두 아이언과 웨지 샷으로 홀에 가까이 붙이면서 퍼트수를 줄일 수 있었다. 특히, 후반 9홀에서 11개의 퍼팅을 한 것은 좀처럼 나오기 힘든 기록이 아닐까 생각된다.

 

비록 거리도 짧고 비교적 쉬운 코스였지만, 스크린 골프를 시작하고 51번째(로그인 기준) 라운드 만에 그리고 올해 첫 번째 스크린 골프에서의 언더파는 이렇게 기록되었다. 언더파를 기록한지 12시간이 지났건만 12시간 전의 감흥이 아직도 가슴과 머리 속에 남아있다. 올해는 이런 컨디션이 계속 이어졌으면 정말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