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골프, 장타자만 정상에 오르는 것은 아니다

빈스 윙 2012. 1. 13. 07:30

남자골퍼들은 은근히 장타를 내는 것을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연습장에 가보면 너도 나도 드라이버를 죽자 사자 휘둘러 대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골프관련 레슨을 보면 비거리 늘리는 법에 대한 수 많은 비책 아닌 비책들이 널려 있는 것이 그에 대한 반증이라 할 수 있다.

 

마치 거리를 못 내면 골프를 잘 쳐도 왠지 주눅이 들고, 거리를 못 내면 골프실력이 뒤지는 것처럼 여기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그런데 비거리가 짧은 골퍼들에게 희망을 주는 프로골퍼들이 있어서 그들을 소개할까 한다. 그들은 그냥 평범한 프로골퍼들이 아니고 PGA 투어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린 프로들이다.

 

골프장의 길이가 점점 길어지는 추세를 감안하면 비거리가 짧은 골퍼들은 투어무대에서 정상에 오르기 힘들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하지만 그들은 짧은 비거리를 극복하고 당당하게 투어무대에서 정상에 오른 것은 물론 2011년을 최고의 한 해로 보낸 선수도 있다.

 

이쯤 되면 왼쪽사진에 보이는 31주째 세계랭킹 1위를 지키고 있는 루크 도널드를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는 2011년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2011년 액센추어 매치플레이 챔피언십과 CMN 호스피털스 클래식에서 우승했고, 유럽투어에서도 2승을 했고, PGA 투어 19개 대회에서 14차례 톱10에 드는 절정의 기량을 과시했다.

 

2011년 유럽프로골프투어와 미국프로골프투어 상금왕을 동시에 석권하면서, 미국골프기자협회(GWAA)와 유러피언투어에서 선정하는 올해의 남자 선수에 뽑히는 등 그야말로 2011년 한 해는 루크 도널드의 세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그가 2007년 이후에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 순위에서 140위 이내에 든 적이 한 번도 없다면 믿어지겠는가? 2011년 드라이버 샷 평균거리가 258미터(284.1야드) 정도로 147위였다고 한다. 이나마도 2009년에 비해서 약 8미터 정도 늘어난 거리라고 한다.

 

그래서 루크 도널드는 비거리가 짧아서 투어무대에서 정상에 오르기 힘들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그런 그가 2011년 최고의 한 해를 보내면서 유럽과 미국투어를 동시에 석권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면 도널드는 어떻게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을까?

 

이에 대한 답은 숏게임에 있다. 도널드의 퍼팅 실력은 퍼팅귀신이라 할만하다. 통계에 의하면 도널드는 PGA 투어 선수들의 평균보다 라운드당 퍼트를 0.5타 적게 친다고 한다. 이를 4라운드 대회에서 다른 선수들보다 퍼트로만 2타를 앞서 나간다는 계산이 나온다.

 

또 다른 통계는 2011 1.2미터 이내에서 529번의 퍼트를 100% 성공시켰다고 한다. 흔히 1.2미터 정도면 쉽게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말로 표현하기 힘든 중압감을 느끼는 투어대회에서 529번의 퍼트를 모두 성공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수도 있는 기록이다.

 

 

아마추어나 프로나 3퍼트는 절대로 막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도널드는 483홀 연속 3퍼트를 하지 않은 기록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1206홀을 플레이하면서 80홀에 한번 꼴인 단 15차례만 3퍼트를 했다고 하니 그야말로 퍼팅귀신이라 칭할만한 수준이다.

 

도널드를 세계최고의 골퍼자리에 올려 놓은 것은 퍼팅뿐만이 아니다. 125야드 이내의 거리에서의 샷은 홀에 평균 4.6미터에 붙였다. 이는 PGA 투어에서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라고 한다. 퍼팅을 잘하기 때문에 도널드가 125야드 이내에서 버디를 잡을 확률은 1/3 정도로 투어 1위라고 한다.

 

이러한 도널드의 기록을 보면 숏게임으로 라운드를 운영하는 골퍼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숏게임으로 세계정상에 우뚝 선 것이다. 이는 퍼팅과 숏게임 연습을 등한시 하는 아마추어골퍼들이 한번쯤은 마음 속에 새겨볼 만한 대목이 아닐까 생각한다.

 

루크 도널드 외에 비거리가 짧은 골퍼에게 희망을 주는 투어프로가 또 한 명 있는데 그는 다름아닌 이번 주에 막을 내린 PGA 투어 개막전에서 우승한 스티브 스트리커다.

 

일반적으로 프로골퍼의 전성기는 30대 중반이면 끝난다고 알려져 있지만, 스트리커는 나이를 거꾸로 먹는지 40대에 들어서 전성기를 맞는 듯하다.

 

그의 지난해 평균 드라이버 샷 거리는 260미터가 조금 넘는 정도(288.8야드)113위다. 루크 도널드보다 4.7야드 더 많이 나간 셈이다. 투어프로들의 평균거리에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그는 다른 선수들보다 월등히 앞서는 퍼팅과 숏게임 능력으로 이번 개막전 우승을 일궈냈다.

 

스트리커는 현대 토너먼트 1,2라운드 36홀에서 17개의 홀을 1퍼트로 홀아웃했다. 이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의 지난해 평균 퍼팅수는 1.710개로 위에서 퍼팅귀신으로 소개한 루크 도널드의 1.700개에 이어 2위에 올라있고 그의 지난해 스크램블링은 64.93%로 역시 2위에 올랐다.

 

이번 개막전에서도 스트리커는 13번 그린을 놓쳤지만 10번을 파 이상을 기록했다. 76.92%의 스크램블링 확률을 기록한 것이다. 그린과 그린주변에서의 플레이는 루크 도널드와 함께 최고의 실력을 가진 숏게임의 대가인 셈이다.

 

물론 스트리커와 도널드의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인 250~260미터가 아마추어에게는 절대로 짧은 거리가 아니다. 하지만 장타자들이 즐비한 투어무대에서 투어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드라이버 비거리로 세계 정상에 선 루크 도널드와 2012PGA 투어 개막전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린 스티브 스트리커의 숏게임 능력을 보면 비거리가 짧은 아마추어 골퍼들도 비거리 탓만 할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숏게임 능력이 뛰어난 골퍼들은 멀리 보내 놓고도 그린을 미스하거나 3퍼트로 울상 짓는 골퍼들을 보며 묘한 우월감을 느끼기도 한다. 비거리가 짧은 골퍼들은 숏게임 능력을 연마하여 올해는 묘한 우월감을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오늘부터 시작되는 소니오픈에 출전하는

한국()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합니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