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스윙템포를 빠르게 하는 한국 골프장의 현실

빈스 윙 2010. 12. 13. 09:31

골프를 어느 정도(?) 하다보니 리듬과 템포라는 말을 조금은 이해하게 되고, 그 중요성을 실감한다. 나의 스윙템포가 라운드 전반에 걸쳐 점점 빨라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도 알게되고, 어떤 때는 스윙리듬이 들쭉날쭉인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스윙템포를 가능하면 느리게, 스윙리듬을 일정하게 가져가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연습장에서나 필드에서 우리의 스윙템포를 빠르게 하는 요인들이 잠재해 있다.

 

많은 연습장이 시간단위로 계산하다 보니 시간에 쫒기게 되고, 자동티업기에서는 공을 치면 올라오고, 치면 올라오고... 이렇게 반복되다 보니 자동티업기의 템포에 우리의 스윙템포를 맞추게 된다. 그리고 몇 분 안남으면 왠지 공을 더 쳐야 될 것 같은 욕심 내지는 조바심에 시달리기도 한다.

 

 

필드에 나가면 어떤가?

포스트샷 루틴을 길게 가져가는 편인 내가 피니쉬 자세를 2~3초만 더 오래 가져가면, 똥폼 그만잡고 빨리 카트에 타라는 동반자부터, 피니쉬 자세를 잡고 있는 상태에서 클럽을 빼 가버리는 캐디까지... 우리의 스윙템포를 느리게 가져가려 해도 주위환경이 그렇게 녹녹치가 않다.

 

물론 내가 아직은 보기플레이도 못하는 백돌이 골퍼임을 자처하는 입장이기는 하지만, 카트를 타고 이동하면서 카트의 속도에 맞춰 플레이 하기를 바라는 것이 캐디의 마음이라면, 우리는 캐디와 마찰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리고 라운드의 분위기를 헤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마음이 급해지기 마련이다.

 

앞팀과 간격이 멀어지면 눈치보이고, 앞팀이 너무 밀리면 왠지 스윙이 무너질 것 같은 불안감에 시달리고, 뒷팀이 기다리고 있으면 마음이 급해져서 스윙을 망치기 일쑤다. 이동만 빨리 하라는데 이리 저리 뛰어다니고, 공 찾으러 산기슭을 헤메다 보면 숨 돌릴 여유도 없이 숨을 헐떡이며 샷을 하게 되고, 티샷을 하면서 어드레스 하는 순간 왠지 모를 불안감으로 어드레스 자세를 풀고 다시 에임을 잡기라도 하면 여지없이 어디선가 날카로운 눈초리가 나의 목덜미를 강타하는 느낌이 든다.

 

이러한 현실이 바뀌지 않는 이상, 템포를 빠르게 하는 모든 요인들 까지도 극복해야 하는 것이 백돌이들의 과제인가보다.

 

나의 경험에 의하면, 외국에서 카트를 타지 않고 천천히 걸어서 라운드를 할 때, 마음의 여유도 생기고 스코어도 좋았다. 그렇다고 해서 전체 라운드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도 아니다. 대부분 한국 골프장의 티오프 간격이 6~7분인 반면 외국에서는 앞서 가는 팀도 보이지 않고, 따라오는 팀도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라운드 하는 것을 황제골프라고 하는 모양인데, 사실은 원래 이렇게 라운드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라운드 하면서 시간에 쫒겨 하늘 한 번 쳐다 볼 시간이 없고, 살랑 살랑 부는 바람을 느낄 여유도 없다면 그것은 너무 삭막한 라운드가 아닐까? 멀리건은 안 줘도 좋다. 바라지도 않는다. 제발 느긋하고 여유있는 샷을 할 수 있도록 도와 주었으면 좋겠다.

 

세상이 워낙 급변하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빨리 빨리'에 쫒겨 그렇게 살아간다 할 지라도 골프만큼은 여유를 가지고 자연을 즐기며 동반자들과 유쾌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이 글을 적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