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10살짜리 아들에게 배운 스윙의 본질

빈스 윙 2011. 1. 6. 08:30

10세 되는 아들이 있습니다.

먼저 아들의 골프구력을 소개하면 2년 전에 제가 골프를 시작하면서 매일 아침 5 30분에 일어나 약 3개월간 같이 연습을 하다가 3년 터울인 형보다 거리도 안 나가고, 공도 잘 맞지 않으니까 힘들다는 핑계로 그만 두었습니다. 그러다가 이번에 겨울방학도 했고 해서 같이 운동(골프)을 해 보자고 구슬려서 연습장에 데리고 갔습니다.

 

제가 주구장창 외치는 빈 스윙부터 시켰습니다. 처음에는 허공을 가르는 스윙을 하기도 하고, 뒤땅도 치더니 금새 제법 스윙궤도를 그리더군요. 그래서 일 주일간 7번 아이언을 사용하여 빈 스윙으로 몸을 풀게 하고, 빈 스윙 5번 하고 공을 한 개씩 치도록 했습니다.

 

저는 드라이버와 아이언의 스윙이 다른 것이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습니다. 거의 일 년이 지나서야 모든 스윙의 본질이 같다는 것을 깨달았는데, 오늘(12 29아들의 스윙을 보고 모든 스윙의 본질이 같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별명이 호기심 천국인 아들은 엄마 클럽으로 샷을 해 봅니다. 스윙이 주니어용 클럽으로 할 때와 똑 같습니다. 거리는 무지하게 많이 나갑니다. 정말 기분 좋아합니다. 그리고는 제 드라이버를 잡습니다. 거의 자기 키만한 길이의 드라이버를 잡고 스윙을 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거의 완벽한 스윙을 합니다. 거리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이 나갑니다. 150미터 정도 나간 것 같습니다.

 

정말 신기했습니다. 어떻게 어떤 클럽을 잡든지 모든 스윙이 저렇게 똑같을 수 있을까얼마 전에 마이크 벤더와 이선화 선수의 레슨 이야기를 하면서 드라이버와 아이언의 스윙템포가 거의 100% 같다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저는 아들의 스윙에서 다시 한 번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깨달았습니다. '최경주 선수가 말했던 본능적인 스윙이 바로 이것이구나.' 하고 말입니다. 아마추어 성인골퍼들은 스스로의 생각이 본능을 밀쳐내고, 본인의 생각대로 스윙을 하는 경향이 아주 많습니다. 하지만 어린 학생들은 본능에 충실한 스윙을 합니다. 골프를 배운 시간이라고는 2년 전에 약 3개월 정도에 불과한 아들의 스윙에서 깨달은 바가 큽니다.

 

생각보다 스윙이 좋은 아들을 보고 있으니 아버지로서의 욕심이 생깁니다. 그 욕심은 스윙스피드가 좀 느려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힙턴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처음에는 힙이 움직이는 동작과 스윙을 하는 동작이 엇박자가 나더니 쉽게 따라 합니다. 아직은 스피드가 많이 떨어집니다. 그래도 아들이 재미있게 하는 것을 보니 뿌듯합니다. 올 봄에는 같이 퍼블릭 골프장으로 라운드를 하러 갈 계획입니다.

 

아들은 백스윙탑에서 상당 시간 멈춰 있다가 다운스윙을 시작합니다. 저는 궁금했습니다. 백스윙탑에서 무슨 생각을 저렇게 오래할까? 하고 말입니다. 그래서 아들에게 물었고, 아들의 대답을 듣고서 저의 질문이 우문이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아들의 대답은 '아무 생각 안 한다' 였습니다. 대답이 너무 시시하다고요? 제 생각에는 절대 시시한 대답이 아닙니다. 아들이 백스윙탑에서 오래 머무르고 있는 것은 그 만의 스윙루틴 일 뿐이고, 아무 생각 안 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아들과 같이 운동하는 재미도 쏠쏠하고, 아들을 통해 배우는 골프의 묘미에 빠져 삽니다. '모든 스윙은 하나다', '본능적인 스윙을 하자', '스윙을 할 때는 아무 생각 안 한다' 등등 많은 것을 알려 준 아들이 기특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합니다. 그리고 샷에 큰 욕심을 부리지 않는 아들이 부럽기도 합니다. 나중에 성인이 되서도 욕심을 제어 할 수 있는 그런 샷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보며, 오늘도 저는 아들에게 한 수 배우러 연습장에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