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아무리 연습해도 스코어가 줄지 않는다면?

빈스 윙 2011. 1. 5. 08:30

아무리 연습을 하고 레슨을 받아도 스코어가 줄지 않는 골퍼는 정말 속상할 것이다. 물론 그 스코어가 70대 타수냐 90대 타수냐에 따라서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결코 기분이 좋지만은 않을 것이다.

 

80대에서 70대 타수를 목표로 하는 골퍼들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모르겠고, 오늘은 백돌이 초보골퍼들이 90대 타수에 진입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아무리 연습을 하고 레슨을 받아도 스코어가 줄지 않는다면, 연습방법이 잘못되었거나 레슨프로가 잘못 가르쳤다고 쉽게 얘기할 문제가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멘탈에 있다고 본다. 프로선수들의 경우에도 소위 '새가슴'이라는 별칭을 달고 다니는 선수들이 많이 있다. 2010 LPGA 투어에서 최저타수상과 상금왕에 오른 최나연 선수도 2009년 삼성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하기 전까지 54개 대회에 출전하면서 수도 없이 TOP 10 에 올랐지만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리고 지금 또 한명의 선수가 작년에 22개 대회에 출전하여 15차례나 TOP 10에 올랐지만 준우승 2회, 3위 3회에 그친 선수가 있다. 그가 바로 김송희 선수다.

 

매번 우승문턱에서 좌절을 했던 김송희 선수는 운동만 열심히 하면 우승할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운동을 해 왔다고 한다. 매번 우승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게 안타까웠던 절친 최나연 선수가 멘탈 전문가를 만나 볼 것을 권했으나 몇 차례 거절한 끝에 최나연과 소렌스탐 그리고 미야자토 아이를 가르친 심리학자 '린 메리아와 피아 닐슨'을 만나면서 "우승 요인의 70%는 멘탈이고, 나머지 30%는 운과 노력 그리고 체력이 차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프로선수들이 세계적인 대회에서 느끼는 압박감과 아마추어 주말골퍼들이 라운드에서 느끼는 긴감장은 그 차원이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초창기에 나는 티박스에 서면 내 심장이 쿵쾅거리는 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많이 긴장했었다. 투어프로들도 이처럼 긴장하지는 않을 것이다.

 

성격에 따라서는 거의 긴장을 하지 않는 낙천적인 골퍼도 있을 것이고, 아주 심하게 긴장을 하는 골퍼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실력에 따라서 긴장의 정도도 다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긴장을 잘 하는 편인 나의 경우, 왕초보시절 내가 긴장하는 정도와 최근에 긴장하는 정도가 분명히 다르기 때문이다. 낙천적인 골퍼나 긴장을 잘하는 골퍼나 일장일단은 있다. 낙천적인 골퍼는 긴장하지 않고 여유있게 스윙을 하는 반면, 집중해서 신중하게 스윙을 하는 부분에 약한 면이 있다. 긴장을 잘하는 골퍼는 여유있는 스윙에 약한 반면, 집중력이 뛰어나고 신중한 스타일이 많다.

 

어느 쪽이든지 너무 편향된 것은 좋지 않다. 스윙을 하면서 약간의 긴장도 필요하고, 신중하게 샷을 할 필요도 있다. 하지만 너무 긴장을 하여 근육까지 긴장하게 만든다든지, 너무 신중하여 머리 속이 여러가지 생각으로 복잡하게 된다면 스윙을 그르칠 확률이 높아진다. 혹시 열심히 연습을 하고, 레슨도 받는데 오랜 시간동안 백파를 하지 못한 골퍼분이 계시다면 멘탈에 대한 문제를 검토해 보시기 바란다.

 

두 번째로, 연습방법에 문제가 있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이 경우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다. 먼저 연습을 하는데 있어서 잘 맞는 클럽 위주로 연습을 하지는 않는지 확인해 보자.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초보골퍼들은 연습장에서 다른 사람들의 이목도 있고 해서 잘 맞는 클럽 위주로 연습을 하게 된다. 그리고는 실제 라운드에서는 평소에 연습을 별로 하지 않는 클럽을 꺼내 들곤 한다. 당연히 잘 맞을 리가 없다.

 

또 다른 한가지는 어프러치와 퍼팅 연습을 얼마나 하고 있는지 확인해 보자. 우리가 파4홀에서 흔히 2온 2퍼트를 말한다. 여기서 2온은 드라이버와 아이언 혹은 우드 등으로 샷을 하게 될 것이고, 2퍼트는 퍼터로 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여기서 퍼터가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50%다. 하지만 연습장에서 퍼팅연습을 하는 골퍼는 매우 드물다.

 

아마추어 백돌이 골퍼에게 샷의 목적에 맞는 가장 어려운 샷이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얘기한다면 그것은 어프러치 샷이다. 왜냐하면 스윙크기로 거리를 조절해야 하기 때문이다. 30미터 혹은 50미터를 풀스윙으로 보낼 수 있는 클럽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프러치샷은 최소한 10미터 단위로 충분하게 연습을 해 둬야 한다. 그리고 어프러치샷을 하는데 굳이 하나의 클럽만 고집하지 않는 것이 좋다. 클럽별로 어프러치 테이블(표)을 만들어 익혀두면 실제 라운드에서 많은 도움이 된다.

 

연습하는데 있어서 한 가지 문제점을 더 곁들이면, 실제 잔디와 인조매트와의 차이점을 알고 스윙하자는 것이다. 이 문제는 나중에 시간이 나면 다시 올릴 예정인데, 인조매트는 약간 뒤땅이 맞아도 클럽이 매트에 미끄러지면서 잘 맞은 것 같은 착각이 들지면, 실제 잔디에서는 약간 뒤땅을 치게 되면 현저한 거리감소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연습했으면 좋겠다.

 

 

세 번째로, 라운드 경험의 부족을 들 수 있다. 나 역시 그랬지만 초보골퍼들은 라운드 경험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처음 골프를 시작할 때, 누군가 최소한 한 달에 2~3번 정도는 라운드를 나가야 타수를 줄일 수 있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그 당시 나의 경제적인 사정은 한 달에 2~3번 씩이나 라운드를 할 만큼 넉넉하지 않았을 뿐더러 크게 귀담아 듣지도 않았다. 그저 부족한 라운드 경험을 연습으로 극복하겠다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연습과 라운드는 판이하게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2009년 초창기에는 월 1회 정도의 라운드를 가졌다. 그 때는 매 번 나가는 라운드가 생소하기만 했고, 몇 번 가 본 골프장도 왠지 낯선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2010년에는 지인들의 도움으로 하반기에만 22번의 라운드를 할 수 있었다. 거의 매 주 라운드를 한 셈이다. 지금 나의 골프실력은 2010년 하반기에 만들어졌다고 해도 절대 과언이 아니다.

 

풍부한 라운드 경험은 스윙의 기술보다 스코어를 낮추기 쉬운 방법이다. 다시 말하면 스윙의 기술보다 코스운영능력이 스코어를 낮추는데 더욱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코스운영능력을 키우면 무모한 샷이 줄어들게 되고, 트러블샷에 대한 요령도 생겨서 쓸데없는 벌타를 받지 않게 된다. 한 마디로 요령껏 라운드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는 것이다.

 

네 번째로, 자신의 실력보다 너무 과분한 목표를 세운 경우이다. 골프 스코어는 몇몇 아마추어 고수와 프로들에게 물어 본 결과, 대부분 계단식으로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즉, 골프를 치다보니 어느날 세 자리 숫자 스코어에서 두 자리 숫자로, 그러다가 어느 날 80대로. 이런 식으로 스코어의 정체기가 있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을 나는 '항아리 물 채우기'에 비유한다.

 

속이 보이지 않는 항아리에 물을 채운다. 속이 보이지 않으므로 우리는 항아리에 물이 차고 넘칠 때까지 물이 얼마나 찼는지 알 수 없다. 여기서 항아리에 물을 채우는 과정이 우리가 느끼는 정체기이다. 하지만, 여기서 물을 채우는 과정을 멈춘다면(연습을 게을리 하거나, 골프를 포기한다면), 절대로 항아리에서 물을 넘치게 할 수 없다.

 

너무 과분한 목표를 세운 경우는 항아리의 비유에서 너무 큰 항아리에 물을 채우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목표치가 너무 높으면 항아리에 물을 채우기도 전에 지쳐서 포기 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다섯 번째로, 집중력과 체력의 저하를 들 수 있다. 골프(라운드)라는 운동이 의외로 칼로리 소모가 심한 운동이다. 5시간 가까이 걸어서(물론 카트를 타지만) 움직이다 보니, 평소에 이렇다할 운동을 하지 않았던 골퍼는 마지막 홀까지 체력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급격한 체력의 저하는 집중력의 저하로 이어져 좋은 스코어를 기대할 수 없다.

 

스윙을 집중해서 하는 것도 어려운데, 18홀 내내 경기에 집중하는 것은 초보골퍼들에게 쉽지 않은 일이다. 전반에 잘 치다가도 후반에 갑자기 무너지는 것은 집중력과 체력의 부족에서 오는 것일 수도 있다. 라운드를 하면서 집중과 여유를 번갈아 가며 갖는 방법과 기초체력을 튼튼히 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이밖에도 스코어가 줄지 않는 이유로 자신감 부족, 뭔지 모를 막연한 두려움, 스윙을 하면서 머리 속에 스윙의 기술적인 생각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경우 등, 수 많은 원인이 있을 수 있다. 골퍼 스스로 그 원인을 찾지 못하면 영원히 백돌이로 남을 수도 있으니, 한 번쯤 깊이 생각해 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된다.

 

자신만의 스윙을 만들지 못한 경우에는 자신감있는 스윙을 하기가 어려워진다. 그리고 필드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마음과 근육이 위축되는 경우도 있다. 연습을 통해 자신감을 갖는 방법도 있지만, 자신을 믿는 마음에서 나오는 자신감도 있다.

 

초보골퍼에게는 많은 두려움과 걱정이 앞선다. '뒤땅을 치지는 않을까' 혹은 '슬라이스가 나지는 않을까' 심지어는 디봇을 만드는 것에 대한 미안함과 두려움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다. 사실 골프에서 두려운 존재는 두려움을 갖는 자기 자신이다. 뒤땅을 쳐도 팔에 전해지는 충격은 그리 크지 않다. 일부러 연습스윙을 하면서 뒤땅을 쳐보자. '슬라이스가 나지 않을까'하는 마음이 스트레이트로 갈 공도 슬라이스로 만든다.

 

열심히 연습을 함에도 불구하고 스코어가 줄지 않는다면 다시 한번 그 원인을 파악하려는 노력을 통해 골프에서의 재미도 느끼고, 즐거운 라운드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노력이라는 투자에 비해 스코어가 줄지 않는다면 투자대비 기대수익이 떨어져 골프에 흥미를 잃거나 포기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처음 골프를 배울 때는 골프스윙이 골프의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어느 정도 스윙이 몸에 익으면 스윙의 기술적인 요소외에도 이처럼 많은 문제들이 우리 초보골퍼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초보골퍼들이 넘어야 할 자그마한 언덕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