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좀 헛갈리시나요? 실수보다 더 한 실수? 그냥 실수면 실수지 실수보다 더 한 실수는 무엇을 말하는 걸까요? 앞에 나오는 실수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라운드를 하면서 저지르는 미스샷 같은 실수를 말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 다음에 나오는 실수는 과연 무엇일까요? 오늘은 그 '실수보다 더 한 실수'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합니다.
이 '실수보다 더 한 실수'는 아마추어 세계에서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 실수입니다. 골프룰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대회에서 나오는 실수입니다. 아마도 이쯤되면 눈치채신 분들도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손가락 클릭 한 번 하시고 프로들이 저지르는 실수의 세계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KLPGA 투어 2010시즌 하반기 첫 대회였던 SBS투어 히든밸리 여자오픈에서 우승한 2009년 신인왕 안신애는 생애 첫 우승을 날려 버릴 뻔 했다. 이 대회 2라운드에서 연습그린에서 퍼팅연습을 하다가 티 오프 시간을 10분 정도 남겨두고 1번홀로 갔는데, 클럽하우스에 가방이 도착하지 않은 사실을 알았다. 허둥지둥 가방을 찾아낸 곳은 자동차 트렁크안. 아슬아슬하게 티오프 5분전에 도착해서 벌타는 면했지만, 하마터면 실격을 당할 뻔 했다.
2010년 8월 LPGA투어 캐나다오픈에서 정일미와 안시현은 이 대회 1라운드 18번홀에서 서로 공을 바꿔서 치는 바람에 경기 종료 후 실격 처리되었다. '오구 플레이'는 골프규칙에 따라 경기 중에 바로 잡으면 2벌타가 부과되지만, 그린을 떠날 때까지 바로 잡지 않으면 실격 처리된다고 한다.
같은 달, PGA 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미국의 더스틴 존슨은 17번 홀까지 1타차 단독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18번 홀에서 그는 미처 벙커라고 생각하지 못한 벙커에서 클럽을 땅에 대는 실수를 하는 바람에 2벌타를 받으며 공동 5위로 밀려나며 버바 왓슨(미국)을 연장전에서 누른 독일의 마르틴 카이머에게 우승컵을 넘겨줘야 했다.
이런 규칙위반의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는 선수가 바로 미셀위 선수다. 미셸위는 2005년 삼성월드챔피언십에서 4위를 차지했으나, 3라운드 경기 도중 드롭을 홀과 가까운 쪽에 했다는 이유로 대회종료 후 실격을 당했고, 2008년 스테이트팜 클래식에서는 스코어카드를 내는 장소를 벗어났다가 다시 돌아와 스코어카드에 서명한 사실이 뒤는게 밝혀져 실격 당했다. 정말로 선수입장에서는 억울하겠지만 실수는 실수, 규칙은 규칙이다.
이밖에도 8자 스윙으로 유명한 짐 퓨릭(미국)은 PGA 투어 플레이오프 1차전을 앞두고 늦잠을 자다 5분 정도 늦어 프로암대회에 지각했다는 이유로 본 대회에는 나가보지도 못하고 실격을 당한 일도 있다. 이 사건으로 선수에게 너무 가혹하다는 비난여론으로 인해 나중에 규정을 바꾸었다고 한다.
2010년 9월 현대건설-서울경제오픈에서 아마추어인 장수연은 2타차로 우승이 확정되려던 순간 2벌타를 먹고, 연장전까지 치루는 고생(?)을 했지만 결국은 우승컵을 놓치고 말았다. 2벌타의 이유는 15번 홀에서 어프러치 샷을 하는 상황에서 장수연과 깃대 연장선상 우측에 캐디백이 놓여 있었는데, 이를 본 갤러리가 샷 조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문제를 제기했고, 경기위원장은 2벌타를 선언했다. 가방 하나 잘못 놔서 우승컵을 날린 케이스다.
PGA투어 1라운드를 마친 선수가 대회장에 도착해서 출전 등록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실격 당한 경우도 있다. 1라운드를 마치고 실격 당한 이유는 경기위원회 조차 모르고 있었다나? 경기를 마치고 너무 피곤하다는 이유로 스코어 카드를 제출하지 않고 숙소로 돌아가는 바람에 실격당한 선수가 있는가 하면, 거리측정기를 사용하는 바람에 실격 당한 선수도 있다. 이 외에도 억울하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한 선수들의 실수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아마추어 골퍼들이야 시합이 아닌 이상 이렇게 엄격하게 규칙을 적용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지켜야 할 최소한의 규칙은 있는 법이다. 프로선수들은 좋은 샷 뿐만 아니라 골프규칙도 정확하게 숙지해야 하는데, 자신도 무의식 중에 한 규칙 위반을 스스로가 잡아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지 않을까 한다. 골프가 심판이 없는 유일한 스포츠라 하지만, 역설적으로 얘기하면 골프는 심판이 가장 많은 스포츠이기도 하다. 그 심판은 선수 자신 외에도 동반 선수, 갤러리 그리고 중계화면에 비춰지는 경우에는 수 많은 시청자들이 모두 심판이기 때문이다.
우승트로피를 받을 준비를 하고, 우승 인터뷰 준비를 하다가 이런 실수로 인해 우승컵이 다른 선수의 손에 넘어 간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나 같으면 아마 미쳐버리지 않을까 싶다. 프로선수들은 무엇보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시합에 임하지 않으면, 손에 쥐었던 우승컵도 내 주어야 하니, 이 또한 눈에 보이지 않는 선수들의 경쟁력이요 실력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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