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골프 라운드 하시면서 공만 치시나요?

빈스 윙 2011. 1. 15. 09:00

세 자리 타수를 기록하는 골퍼들끼리 혹은 그들에게 비싼 그린피를 냈으니 공을 많이 칠수록 본전을 많이 뽑는 거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사실 우리나라 골프장의 그린피는 결코 싼 편이 아니라는데 대부분의 골퍼들이 공감을 할 것이다.

 

요즘에는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스크린 골프장이 많이 보편화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비싼 그린피를 지불하면서 골프장을 찾는 이유를 들자면, 스크린 골프장에서는 볼 수 없는 하늘을 볼 수 있다는 것, 스크린 골프장의 어두운 실내 공기보다는 훨씬 더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다는 것, 변화무쌍한 페어웨이의 언듈레이션과 러프 그리고 벙커 등. 이 정도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골퍼들에게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다. 특히 초보골퍼들에게 말이다. 라운드를 하면서 고개를 들어 의식적으로 하늘을 한 번 쳐다 본 일이 있는지 말이다. 혹은 바람결에 흔들리는 나뭇가지를 본 일이 있는지? 숲 속의 새소리를 귀담아 들어 본 일이 있는지? 도시의 공기와는 사뭇 다른 상쾌한 공기를 가슴 속 깊이 들여 마셔 본 일이 있는지?

 

눈을 시원하게 해 주는 푸른 잔디를 시각적으로 느껴보고, 가슴 속 깊이 맑은 공기를 들여 마시면서 도시의 공해 속에 찌든 폐도 정화시키고, 높고 푸른 하늘에 있는 뭉게구름을 보며 복잡했던 일상을 정리하거나 잊어 보기도 하고, 숲 속의 새들이 들려주는 아름다운 음악에 도취되기도 하고, 러프지역에 핀 야생화와 그 주위를 날아다니는 온갖 곤충들을 보며 자연이 주는 여유를 만끽하는, 이 모든 것들을 가슴 속 깊이 품고 온다면, 샷을 몇 개 더 하는 것보다 더 의미 있고 충분히 본전을 뽑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러한 여유 속에서 하는 라운드는 동반자를 배려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여유를 더하게 하고, 그로 인해 만족할 만한 라운드를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비록 라운드내용이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자연의 여유로움이 만족스럽지 못한 라운드를 충분히 달래줄 수 있지 않을까?

 

좀 더 여유로운 라운드를 위해 샷을 한 번 더 하는 데서 본전을 찾으려고 할 것이 아니라, 도시와는 다른 빛깔의 하늘도 한 번 쳐다보고, 멘탈차원의 심호흡이 아닌 우리의 마음을 정화시키고도 남을 시원하고 맑은 공기도 한 번 마셔보고, 자연의 일부가 된다는 느낌으로 골프장에서 누릴 수 있는 모든 아름다움과 여유를 누림으로 본전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