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아마추어 주말골퍼와 골프의 두 얼굴

빈스 윙 2011. 1. 18. 09:03

연습장에 가 보면 정말로 기가 막히게 공을 잘 치는 아마추어 골퍼들이 있다. 한 눈에 봐도 분명 싱글은 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핸디를 물어보면 간신히 보기플레이를 하는 정도란다. 그리고 라운드를 하다 보면 "연습장에서는 잘 맞았는데..." 라며 푸념 섞인 얘기를 하는 초보골퍼들을 자주 본다.

 

연습장에서의 스윙환경과 실제 라운드에서의 환경이 180도 달라지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연습장에서의 샷은 모든 샷의 조건이 모두 같다. 그리고 사각형의 인조매트와 사각형의 발판이 에임을 잡을 필요도 없게 한다. 하지만 실제 라운드에서 같은 조건에서 할 수 있는 샷은 하나도 없다. 페어웨이의 언듈레이션이나 러프에서 치는 경사지에서의 샷, 그리고 매 번 샷을 할 때 마다, 새롭게 설정해야 하는 에임까지 모든 샷의 조건이 모두 다르다. 그나마 티잉 그라운드에서 하는 티샷이 어느 정도 연습장 환경과 비슷할 뿐이다.

 

라운드에서도 샷을 하기 전에 연습스윙을 기가 막히게 하고도 실제스윙은 방금 전에 한 연습스윙과는 전혀 딴판으로 하는 초보골퍼들이 많이 있다. 나 역시 아직까지 연습스윙과 실제스윙을 완벽하게 일치시키지는 못하고 있다. 골프를 처음 시작하면서 이와 관련된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여기서 소개하고자 한다.

 

제목 : 나에게는 세 가지 스윙모드가 있다. (http://blog.daum.net/beanswing/173)

 

나에게는 세 가지 스윙모드가 있다. 연습모드, 스크린모드, 필드모드. 나의 목표는 이 세가지 모드를 한가지로 만드는 것이다. 이 세가지 모드의 차이점은 ;

 

연습모드 : 가장 기본에 충실한 모드이다. 한 손 스윙도 가능하고, 눈 감고도 스윙이 가능할 정도로 기본에 충실한 모드다. 일정한 스윙궤도를 그리며 부~~웅 소리를 내며 가속하는 스윙모드이다. 내가 가장 아끼는 모드이기는 하지만, 나를 멀리하려고 하는 모드이기도 하다. 아직까지는 짝사랑이지만 언젠가는 나를 사랑하는 모드로 만들 계획이다.

 

스크린모드 : 연습모드에서 약간 변형된 모드이다. 거리가 표시되고, 스코어가 나오다 보니 욕심샷을 하게 되는 모드이다. 그래도 어느 정도 연습모드에 가까운 스윙모드이다. 초창기에는 거의 필드모드와 비슷한 모드였는데 요즘은 스크린모드 버전이 업그레이드되어 연습모드에 충실해져 간다.

 

필드모드 : 아직까지는 내가 아닌 내 안의 누군가가 스윙을 하는 모드다. 누가 스윙을 할까? 바로 욕심이란 놈이 내 안에 들어와 스윙을 하는 것이다. 이 놈은 백스윙이 커서 항상 오버스윙을 하고, 스윙궤도도 일정하지 않은 막무가내 식이고, 리듬과 템포도 모르는 무식한 놈이고, 힘이 잔뜩 들어가 있는 거만한 놈이고, 앞 팀에 뭐가 있는지 빨리빨리를 외치는 성질 급한 놈이다. 바로 이놈이 필드모드를 지배하고 있다. 오늘도 난 욕심이란 놈을 내 안에서 몰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미국 프로골퍼이자 전 PGA 챔피언이기도 한 데이브 마(Dave mar)골퍼는 두 개의 스윙을 갖는다. 아름다운 연습스윙과 진짜로 칠 때의 엉터리 스윙. 연습스윙만 보고는 그의 진짜 스윙을 말할 수 없다.” 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 이처럼 모든 골퍼들은 두 가지의 스윙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인가 보다. 이에 대해 양용은 선수는 주말골퍼들이 실제스윙을 최대한 연습스윙과 비슷하게 하는 것이 골프실력을 늘리는 지름길이라고 말하면서 라운드 전에 최대한 빈 스윙을 많이 하다 보면 실제 스윙에서도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얘기한다.

 

내가 존경하는 나의 골프스승 하비페닉은 연습스윙과 실제스윙이 서로 다른 것에 대해 이렇게 얘기한다. 연습스윙 때에는 임펙트 때의 클럽페이스가 스퀘어하도록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므로 자연스러운 스윙을 할 수 있게 되고, 실제로 공을 앞에 두게 되면 골프들은 무의적으로 클럽페이스를 스퀘어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어 긴장감 때문에 힘이 들어가게 되어 오만가지 실수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하비페닉은 허공에 대고 아무런 의미없는 연습스윙은 긴장해소에는 도움을 줄 수는 있어도, 실제 스윙을 하는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연습스윙을 할 때는 반드시 무엇인가를 겨누는 것이 클럽페이스를 스퀘어하게 만드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스윙에서뿐만 아니라 자신의 실력에서도 양면성은 존재한다.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은 실력과 실제로 보여지는 실력, 그리고 스스로가 인정하는 실력과 다른 사람이 인정하는 실력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양면성 또한 대부분의 골퍼들에게 내재되어 있는 골퍼의 두 얼굴이 되는 셈이다.

 

초보골퍼들에게만 두 가지 얼굴이 있는 것은 아니다. 골프라는 운동 자체가 두 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다. 골프에 대한 이중성을 살펴보기 전에 클릭 한 번 하시고

 

 

에티켓을 제일 우선으로 하고, 가장 신사적인 게임이라는 골프지만 아마추어 골퍼의 95%가 골프 중에 스스로 규칙을 위반하거나 동반자를 속인 경험이 있다는 통계를 보면 골프의 양면성을 볼 수 있다. 오죽하면 미국의 골프평론가 찰스 프라이스는 골프는 낚시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미국인을 거짓말쟁이로 만든 오락이다.” 라고 말했고, 프로골퍼 데이브 힐(Dave Hill)골프는 이 세상에서 플레이 하기는 가장 어렵고, 속이기에 가장 쉬운 게임이다.” 라고 말했을까.

 

골프를 시작하기 전에는 운동 같지도 않았고, 움직이는 공도 치는데(야구), 땅에 가만히 있는 공을 쳐보겠다고 난리를 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막상 시작해 보니 이게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왜 일까? 골프의 운동적인 요소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골프는 운동적인 요소와 함께 정신적인 요소(멘탈)가 크게 좌우하는 운동임을 몰랐던 것이다. 이렇게 남이 하면 쉬워 보이고 내가 하면 어려운 양면성이 골프에도 존재한다.

 

이 밖에도 골프는 골퍼 스스로가 알아서 해야 하는, 다분히 개인적인 스포츠임에도 불구하고, 동반자 없이 즐기기에는 너무 재미가 없는 운동이라는 양면성 그리고 운동과 도박(약간의 내기)이라는 양면성, 아름다운 골프장 일수록 어렵게 만들었다는 양면성 외에도 골퍼들이 가장 싫어하고 제발 자신에게는 일어나지 말았으면 하는 골프의 두 얼굴은 샷감이 좋을 때와 샷이 망가질 때가 아닌가 싶다.

 

오버래핑 그립을 고안한 영국의 프로골퍼 해리바든(Harry Vardon)골프는 아침에 자신감을 얻었다가, 저녁에 자신감을 잃게 하는 게임이다.” 라고 말했다. 골프가 잘 되는 날의 감을 영원히 유지할 수 없다는 현실과 그것을 영원히 유지해 보고자 하는 골퍼의 힘겨루기는 아쉽게도 항상 골퍼들의 패배로 끝나게 된다.

 

골프가 잘 안 되는 날에는 당장이라도 골프를 때려치울 듯 하면서도,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골프클럽을 잡는 골프의 이중성이 우리로 하여금 골프에 빠지게 하는 매력이자 골프의 양면성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