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골프지도자 '하비 페닉'에게 배우는 레슨

빈스 윙 2011. 2. 27. 09:00

내가 골프를 시작하고 골프에 빠져들기 시작하면서 알게 된, 미국인들이 ‘골프레슨의 원조’라고 칭하는 ‘하비 페닉 선생님께 배운 골프’에 대해 글로 옮기면서, 앞으로 내가 골프레슨을 하게 될 경우 그의 가르침을 최대한 반영하려고 한다. 물론 하비 선생님은 1904년에 태어나서 1912년부터 캐디로 일을 했고, 1924년 오스틴 컨트리클럽 헤드프로로 일을 하기 시작하여 1995년 타계 하셨으니, 지금의 레슨 그리고 나의 생각과 다른 부분도 일부 있다. 하지만, 그의 골프에 대한 철학은 최소한 골프에 있어서 ‘진리’로 통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내가 하비의 호칭을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까닭은 하비 선생님께서 ‘당신이 내 책을 읽는다면 당신은 내 제자, 당신이 골프를 한다면 당신은 내 친구 – If you read my books youre my pupil, and If you play golf youre my friend.’ 라고 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평소에 내가 생각하고 있던 골프레슨에 뭔가 특별한 영감을 주었다고나 할까? 뭔가 통하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통하는 부분이 골프레슨에 관련된 것 일수도 있고, 골프철학에 관련된 것일 수도 있다.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스윙을 어떻게 해야 하고’, ‘어드레스는 어떻게 해야 하고’, ‘폴로스루 자세는 어때야 한다’ 등의 기술적인 면에서 통한 것은 절대 아니라는 점이다.

 

하비 선생님은 자신을 더 나은 지도자가 될 수 있도록 해준 것은 그 누구보다도 학생들이 공을 치는 모습을 많이 보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도 연습장에 가면 골퍼들의 스윙을 유심히 보곤 한다. 그리고 하비 선생님의 수제자라도 된 듯, 이럴 경우 하비 선생님은 어떤 가르침을 주실까 하고 생각해 본다.

 

내가 느끼기에 일부 한국의 지도자들은 골프스윙을 하는데 한 가지 방법만 있다고 가르치는 것 같은데, 내가 ‘골프에 접근하는 유형 파악, 왜 중요한가? http://blog.daum.net/beanswing/211‘ 에서 언급했듯이 하비 선생님은 학생들의 개인적인 특성에 따라 지도하는 방법을 달리 했고, 학생의 문제점에 대해 고민하고, 여러 날을 심사 숙고해서 해결책을 제시했다. 오늘날 지도자들이 거의 임기응변 식으로 즉답을 하는 것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나는 하비 선생님의 이런 부분이 좋다.

 

수 많은 우승자와 세계적인 수준의 골퍼를 길러 낸 하비 선생이지만, 하비 선생님께 배운 제자들은 다른 제자들을 지도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한다. 이것은 하비 선생님이 철저하게 개인의 특성을 반영하여 지도하기 위함일 것이리라. 그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혹은 자신과는 전혀 관계없는 어떠한 내용을 듣고 혼란에 빠질 까봐 구경꾼을 내쫓기도 했다. 이러한 것들이 그가 그룹레슨을 기피한 이유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학생들의 질문에 상당히 신중하게 임했던 그는 학생들에게 하는 대답에서 항상 긍정적인 방식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그렇게 하지 말라’ 보다는 ‘이렇게 하면 어떨까’ 라는 식이다. 그는 골프를 지도함에 있어서 단편적인 스윙의 기술만 가르친 것이 아니라, 골프라는 거대한 산맥을 일깨워준 것이다. 지도방법에서 자연스럽게 골퍼가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려는 노력을 엿볼 수 있다.

 

그는 학생들을 지도하는데 있어서 항상 학생들의 마음과 같이 했다. 초보자나 프로나 골프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그들의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했다. 이러한 그의 애정이 그에게 골프를 배운 학생들의 실력을 향상시켰음을 두 말할 필요가 없다. 그는 진정으로 골프를 사랑한 지도자였다.

 

한 번은 그가 두 달 가까이 클럽을 잡아 보지 못한 골퍼에게 다음 날의 시합을 위해 레슨을 하게 되었는데 별다른 도움을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저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말 밖에 하지 않았는데 그 골퍼는 정말로 만족한 라운드를 해 버린 것이다. 그리고 하비 선생님께 스윙을 봐 준 것에 대해 고맙다는 인사를 전해 왔다. 이에 대해 하비 선생님은 ‘선생이 무엇을 가르쳤느냐 하는 것보다는, 배우는 사람이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오히려 그 골퍼에게 고마워했다. 내가 아무리 잘 가르쳐도 소용없다. 받아들이는 사람이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말이다. 그건 결국 잘 가르친 것이 아니다.

 

하비 선생님은 레슨을 하면서 말을 아주 아끼셨다. 그리고 매우 조심스럽게 얘기했던 것 같다. 왜냐하면 말 한 마디로 선수들의 기술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멘탈적인 문제도 함께 고려하여 해결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래서 더 인기가 좋았던 것이 아닐까 한다. 심지어는 시합을 하다가도 그에게 전화로 도움을 요청하는 선수들이 많이 있었다. 그 때 마다 그가 선수들에게 적절한 말로 용기를 북돋아 줄 수 있었던 것은 골프를 가르치는 것에 아주 약간은 천부적인 재능이 있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뛰어난 재능을 보인 또 다른 하나는 책에서는 그리 길게 쓰지는 않았지만 직업별로 골퍼의 특성을 파악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각계 각층의 골퍼들을 오랫동안 가르치다 보니 저절로 파악되는 부분도 있었겠지만,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모를 수도 있는 부분이다.

 

간단하게 살펴보면 변호사들은 레슨을 받아들이는데 좀 더딘 편이고, 엔지니어나 회계사들은 분석하기를 좋아하여 골프를 스스로 복잡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하비 선생님이 나의 스승이라는 것이 여기서 증명된다. 엔지니어인 나의 골프 스타일을 너무도 정확하게 알고 계시니까. 나머지 부분들은 하비 선생님이 나에게 내 준 숙제로 생각하고 내가 연구하여 나중에 기회가 되면 글을 올릴 예정이다.

 

 

 

아마도 내가 도저히 따라 갈 수 없는 하비 선생님의 재능은 골퍼들의 마음을 읽는 능력일 게다. 심리치료나 멘탈을 전문으로 공부한 것도 아닌데, 어떻게 골퍼에 따라서 그렇게 적절한 처방을 내 놓는단 말인가? 내가 보기에는 거의 초능력에 가까운 능력이다. 골퍼들이 원하는 것 그리고 그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족집게처럼 집어 내는 것은 정말로 혀를 내두르게 한다. 하비 선생님이 골프를 잘 가르쳤던 것은 정말로 초능력자였기 때문은 아닐까?

 

하비 선생님의 너무 간단하고 명쾌한 레슨을 하나 소개 할까 한다. 손목 코킹에 관해 그는 이렇게 얘기한다.

“스탠스를 취하고 클럽을 허리 높이까지(난 이 부분을 왼팔이 지면과 평행할 때까지로 받아들인다.) 백스윙을 하라. 만일 여기서 클럽헤드가 하늘을 향하고 있다면 손목코킹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에 대해 더 이상 생각하지 말라.”

지금의 레슨과 같고 다르고의 차원을 떠나서 뭔가 허전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그 동안 우리가 너무 복잡하게 배웠기 때문이 아닐까?

 

나도 매일 골프일기를 쓰고 있지만, 하비 선생님의 일기는 정말 대단하다. 모든 시시콜콜한 내용을 다 적어서 그것을 골프와 연관 지어서 분석을 하는 정도니까 말이다. 소렌스탐을 비롯하여 많은 스포츠 스타들은 어려서부터 꾸준히 일기를 적어왔다. 그리고 그 일기를 통해 자신의 실력을 분석하는 자료로 삼았다. 하비 선생님은 특히 기복이 심한 골퍼에 대한 처방으로 골프일기 쓰기를 추천했다.

 

겨울철에 많은 골퍼들이 따뜻한 봄날 라운드를 위하여 동계훈련을 계획하고 준비한다. 이에 대한 하비 선생님의 레슨 중 하나는 무거운 연습용 클럽으로 훈련하라는 것이다. 골프의 근육을 유지하거나 키울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고, 무거운 연습용 클럽으로 천천히 스윙을 하여 스윙궤도를 착실하게 익힐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하비 선생님의 레슨 중에서 마치 그의 육성으로 레슨을 받은 듯한 느낌을 준 내용을 두서없이 적어보았다. 그의 육성을 통해 들려오는 골프레슨은 스윙의 기술적인 부분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고 골프라는 운동의 본질에 입각한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인생의 본질까지 깨닫게 하는 그러한 레슨이었다. 이는 그가 남을 가르치는데 천부적인 소질이 있기도 하지만 자신에게 배우는 학생을 진정으로 생각하고 같이 걱정하고 같이 기뻐하는 인간미를 보여 주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