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나의 그럴듯한 조언이 남의 스윙을 망친다

빈스 윙 2011. 2. 25. 08:45

핸디캡이 높은 골퍼일수록 자신이 골프 교습가의 자질을 타고났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라는 얘기가 있다. 이는 ‘90대 타수 골퍼는 청하지 않아도 레슨을 하고 싶어 안달이고, 80대 골퍼는 청하면 몇 마디 레슨을 해주고, 70대 골퍼는 돈을 주어야 레슨을 한다.’ 는 말과도 통하는 부분이 있다. 정말로 우리 아마추어 골퍼들의 마음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말이 아닐까 한다. 물론 그렇지 않은 골퍼도 있지만, 그 마음이야 비슷비슷할 것 같다.

 

연습장에서 아마추어 골퍼끼리 조언을 해주는 경우를 많이 본다. 귀찮을 정도로 연습도 못하게 하는 경우도 간혹 있다. 이러한 조언이 정작 상대 골퍼들에게 도움이 되기 보다는 스윙을 망가지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오늘 얘기를 시작하려 한다. 그리고 이 글은 내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이기도 하다.

 

골프에 대해서 보통수준의 평범한 골퍼보다 많이 생각하고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나는 연습장에서 연습을 하는 골퍼들의 스윙을 유심히 관찰하는 습관이 있다. 정말 아니다 싶은 스윙을 하는 골퍼들에게는 진심 어린 한 마디 조언을 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의식적으로 입을 굳게 다물고 꾹 참는다.

 

내가 골프에 관한 연구를 많이 하고, 다른 사람들의 스윙을 관찰하는 것을 즐긴다는 것을 아는 주위의 골퍼들은 나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어떨 때는 자신이 연습하는 연습장으로 와 달라는 부탁을 하기도 한다. 이런 때면 나는 마음 속으로 말을 아끼자라고 되뇌고 약간의 조언을 해주기도 하는데 내 나름대로의 원칙이 있다.

 

막연하게 제 스윙 좀 봐 주세요라고 하는 골퍼에게는 그냥 스윙을 봐주기만 한다. 그 스윙에 대한 평가나 조언은 절대 하지 않는다. 아마도 나를 너무 과대평가하는 모양인데, 그야말로 원 포인트 레슨을 해달라는 것이다. 사실 나는 내가 그 정도의 실력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제가 머리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봐 주세요또는 저의 스윙궤도가 바깥쪽에서 들어오는지 봐 주세요또는 백스윙 때 클럽의 위치를 좀 봐 주세요이런 류의 요구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봐 주고 알려준다. 하지만, 어떻게 고치는 게 좋겠다는 얘기는 가급적 하지 않는다. 내 눈에 거슬리는 스윙동작을 잘못 알려주거나, 스윙교정에 대한 나의 생각을 초보골퍼들에게 그대로 말한다는 것은 아주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같이 연습하는 골퍼들이나 친구들에게 조심스럽게 조언을 해 주는 경우도 있다. 나의 연습방법이나 내가 스윙을 교정했던 방법 그리고 코스매니지먼트 등 골프스윙의 기술적인 부분 이외의 것에 대해서는 얘기를 해주는 편이다. 하지만 이것도 내 생각에는또는 나의 경우에는이라는 말로 시작한다. 나에게 효과적이었던 연습방법이나 교정방법이 다른 사람에게도 효과적이란 법은 없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도 있다. 나와 자주 라운드를 하는 구력 6년 정도에 90대 초반 정도의 실력을 가진 친구가 있다. 내가 3~4년 정도 늦게 시작했지만, (그 친구 말로는) 나와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골프를 즐기는 친구다. 우람한 체격을 가진 이 친구 스윙의 특징은 두 팔을 바로 들어올려서 장작 패듯이 내려치는 것이다. 그리고 손목 코킹을 거의 하지 않는다. 그리고 피니쉬 자세에서는 모든 무게의 중심이 오른발에 남아서 몸이 뒤쪽으로 쏠린다. 그래도 워낙 힘이 좋아서 거리는 많이 나간다. 나는 오랫동안 이 친구의 스윙을 지켜보았지만, 스윙에 대한 기술적인 면을 한 번도 얘기한 적이 없다.

 

그 이유는 첫째, 이 친구가 자신의 스윙을 교정하려는 의지가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그저 임팩트가 좋지 않을 때 스윙을 좀 봐달라고 요구하는 정도다. 스윙을 교정하려면 확고한 자기의지가 필요하다. 그리고 오랜 시간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절대로 하루 아침에 스윙이 교정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둘째, 임팩트가 꽤나 정확하다는 것이다. 가끔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생크를 자주 내는 편인데, 거리도 만만치 않게 나가고 임팩트도 그런대로 괜찮고, 아마도 그 친구 입장에서는 스윙을 교정할 이유가 없는지도 모른다. 내 생각도 그렇다. 비록 더 이상의 비약적인 발전은 없겠지만, 스윙을 교정하는 것보다는 지금의 스윙을 가다듬어 자기만의 스윙으로 가져가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셋째, 오랫동안 습관처럼 해온 스윙인데 내가 말 한마디 한다고 고쳐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첫 번째 이유에서 언급했듯이 스윙교정에는 인내가 필요하다. 지금의 골프를 잘 즐기고 있는 골퍼에게 스윙의 기술적인 면을 운운했다가는 스윙을 교정하기 전까지는 분명히 슬럼프에 빠져서 헤맬 것이 분명한데 굳이 그럴 필요까지 있을까 하는 생각이 앞선다. (물론 자신이 더욱 더 발전된 골프를 하고 싶어하고, 골프실력을 향상시키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있는 경우에는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넷째, 골프를 6년 이상 쳤다면, 어느 정도 골프에 대한 자신만의 지론이 있을 것이다. 홀쭉이인 내가 뚱뚱이인 그 친구에게 스윙에 대한 조언을 한다면 내가 생각하는 골프(스윙)에 대한 지론이 그 친구에게 적합한지도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다섯째, 이건 그 친구에게는 말하고 싶지 않은 사실인데, 만약에 내가 확실한 조언을 해서 그 친구의 스윙이 완전히 좋아진다면, 그 후에 나에게 닥치는 일은 내 지갑에서 돈 나가는 일 밖에 없을 거라는 우려 때문이기도 하다. 그 친구는 항상 나에게 우리는 골프에서 영원한 경쟁자라고 외치니까.

 

이렇게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함부로 스윙에 대한 조언을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뒤늦게 시작한 골프다 보니 생각만큼 몸이 따라주지도 않는다. 그래서 때로는 자기방식대로 치는 스윙이 가장 편안한 스윙이 될 수도 있고, 골프를 오랫동안 즐기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그럴듯한 혹은 어설픈 조언으로 초보골퍼들의 스윙을 망치는 일이 없도록 항상 입 조심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시 한 번 다져보며, 초보골퍼들은 나 같은 엉터리(?) 골퍼들의 조언에 현혹되어 자신의 스윙을 망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약은 약사에게 레슨은 프로에게

진료는 의사에게 레슨은 고수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