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생애 첫 라운드를 준비하는 골퍼를 위하여

빈스 윙 2011. 2. 24. 08:38

내가 골프를 했으면 얼마나 했다고 이런 글을 쓰는지 모르겠다. 지금 내 코가 석잔데, 누구를 위한 글을 쓴다는 게 어불성설 같기도 하지만, 내가 골프에 대해 많이 알아서 우쭐거리는 마음으로 쓰는 것도 아니고, 자랑하려고 쓰는 것은 더 더욱 아니다. 그저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는 왕초보 골퍼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과 구력이 어느 정도 되신 고수님께는 '예전에는 나도 그랬지' 하는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이해해 주셨으면 한다.

 

이제 우수가 지났고 경칩이 와서 누렇게 변했던 잔디가 푸르름을 머금어 갈 때쯤이면 겨우내 골프에 입문했던 새내기 골퍼들이 가슴 설레는 마음으로 첫 라운드를 준비하게 될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그저 흥분된 마음으로, 대입수능을 며칠 앞둔 수험생의 마음으로 두근거리는 가슴을 주체할 수 없게 된다.

 

처음 가보는 골프장. 당연히 새로운 경험을 한다는 남모를 기쁨과 흥분이 새내기 골퍼의 몸과 마음을 들뜨게 한다. 나의 경우 생애 첫 라운드를 외국에서 하게 되었는데, 먼저 공항에서 세관에 골프채를 신고하러 갔더니 쓰던 채는 신고할 필요가 없단다. 그리고 혼자서 비행기를 타고 도착하자마자 골프장으로 직행. 그런데 골프장에 갔더니 아무도 골프공과 티를 주는 사람이 없다. 알고 보니 골프공과 티는 골퍼 스스로 준비해야 한단다. 그래서 골프장 프로샵에서 골프공을 구입했는데 골프공이 그렇게 비쌀 줄은 몰랐다. 첫 라운드부터 개망신이다.

 

초창기에는 라운드 준비를 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도 빼 먹는 것이 많았다. 심지어는 한 여름에 갈아 입을 내의를 준비하지 않아 소위 말하는 노팬티로 돌아온 적도 있다. (땀에 절어서 도저히 다시 입을 수가 없었으니까.) 처음 라운드를 준비할 때는 경험이 있는 골퍼에게 묻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첫 라운드를 준비하는 경우에는 여분의 공을 많이 준비하는 게 좋다. 공을 많이 잃어버리기도 하고, 공을 찾는데 소비하는 시간으로 인해 다른 동반자나 뒷팀의 라운드를 지연시켜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공을 잃어버리는 것이 아깝다면 로스트볼을 많이 준비하고, 그것도 아깝다면 충분한 실력을 키워서 분실구를 만들지 않으면 된다. 어째든 공이 부족하여 동반자들에게 손을 내미는 일은 가능하면 없도록 하자. 왜냐하면 공을 좀 치는 동반자의 경우 공 한 개에 자장면 한 그릇 값도 넘는, 결코 싸다고 할 수 없는 공을 가지고 다니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새내기 골퍼에게 가장 중요한 골프규칙은 눈치껏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스윙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 세상에서 가장 편한 마음으로 그저 연습한대로 휘두르면 된다. 물론 말은 세상에서 가장 편한 마음으로라고 쉽게 했지만, 아마도 그런 새내기 골퍼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티샷이 엉뚱한 방향으로 가서 하나 더 치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도 첫 홀에서는 잽싸게 오비티로 갈 준비를 하는 것이 좋다. 처음부터 멀리건을 받는 습관을 들이지 않는 것이 좋을뿐더러 첫 홀은 대부분 다음 팀들이 기다리고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신속하게 이동하는 것이 예의다.

 

난생 처음으로 골프장에 온 새내기 골퍼에게는 티에 공을 올려 놓는 것도 시간을 잡아먹고, 일정하지 않은 공의 방향으로 인해 공을 찾으러 다니는데도 많은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 대부분 동반자와 캐디들은 이러한 상황을 어느 정도는 배려를 해 주지만, 배려해 주는 것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새내기 골퍼입장에서는 최대한 동반자들을 배려하여 자신으로 인해 라운드가 지체되거나 흐름을 깨는 일은 없어야 한다.

 

새내기 골퍼의 클럽선택은 거리를 기준으로 하기 보다는 가장 자신 있는 클럽을 기준으로 선택하라고 하고 싶다. 대부분 전체 샷의 50% 이상을 미스샷으로 일관하기 때문에 가장 자신 있는 클럽을 사용하는 것이 전체적인 라운드에 지장을 주지 않을뿐더러 새내기 골퍼 자신에게도 좋은 결과로 나타날 것이라고 본다. 남은 거리에 자신 있는 클럽이 몇 개가 있을 경우에는 그 몇 개의 클럽을 모두 가져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요즘은 골프 시뮬레이션(스크린 골프)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으므로 사전에 한 번 정도는 골프시뮬레이션을 통해 라운드의 흐름을 익혀 보는 것도 좋다. 자신이 라운드 할 골프장을 선택하여 미리 감을 익혀 놓는 것이다. 물론 실제 라운드와는 판이하게 다른 부분들이 많이 있지만, 첫 라운드를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그저 골프 라운드가 이런 것이구나라는 것만 느끼면 된다.

 

다음은 마지막으로 스코어에 대한 얘기다.

많은 사람들이 생애 첫 라운드에서의 스코어에 대해 얘기를 하곤 한다. 대부분 110타 이상이다. 그것도 스코어카드에 적인 숫자가 그런 거지 실제 스코어는 120타를 넘어가는 것이 평범한 성인초보골퍼의 스코어다. 아주 간혹 처음 나가서 90대 타수를 기록했다는 골퍼도 있지만 아마도 그것은 스코어카드에 적인 숫자를 얘기하는 것일 확률이 높다. 실제 스코어가 아니라는 얘기다.

 

따라서 생애 첫 라운드의 스코어카드에 적힌 숫자는 의미가 없다. 오히려 실제타수가 적힌 150타 라는 천문학적인(?) 스코어가 자신의 골프인생에 있어서 역사적인 가치를 갖는 숫자일수도 있다. 내가 머리 올리던 날 가장 아쉬운 점은 두 번째 홀까지 타수를 세지 않다가 세 번째 홀에서 내가 파를 기록하자 그때부터 타수를 기록했고, 동반자들이 내가 생애 첫 라운드를 한다는 점을 배려(?)하여 멀리건과 컨시드를 남발했던 것이다. 그래서 나의 첫 라운드 스코어는 의미 없는 기록이 되고 말았다. 새내기 골퍼들이 의미 없는 숫자에 너무 연연해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겨우내 골프에 입문하여 파릇파릇한 잔디가 돋아나길 기다리는 새내기 골퍼들에게 처음 경험하는 라운드가 골프인생에서 가장 즐거웠던 일로 기억되기를 바라며, 앞으로도 계속 즐기는 골프를 하여, 골프가 인생의 활력소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