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초보골퍼의 악성 슬라이스와 짧은 비거리

빈스 윙 2011. 5. 12. 08:00

오늘은 나의 드라이버 샷 악성 슬라이스와 비거리에 대한 얘기를 하려고 한다. 아마도 초보골퍼에게는 슬라이스와 비거리 문제가 가장 큰 골치거리가 아닐까 한다. 나 역시 2년여 간 골프를 하면서 지금까지 제일 자신 없는 클럽이 드라이버다. 그 이유는 악성 슬라이스와 비거리 때문이다. 드라이버가 가장 쉽다는 말이 있는데, 이론적으로는 제일 쉽다는 말에 공감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나에게 제일 어려운 클럽으로 다가오는 것이 드라이버다.

 

처음 골프를 배우면서부터 나는 드라이버에 대한 오해를 하고 있었다. 드라이버 스윙을 아이언과는 전혀 다른 별개의 스윙으로 생각하고, 아이언을 마스터(?)하고 나서 드라이버를 연습하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아이언을 어느 정도의 수준까지 치는 것을 '마스터'로 표현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생각하면 정말 골프를 몰라도 너무 모르던 때였다.

 

그래서 골프를 배우기 시작한지 6개월 만에 드라이버를 연습하기 시작했다. 그럼 그 때 이미 아이언을 마스터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그 전까지는 필드에서 우드로 티샷을 많이 했고, 우드로 티샷을 하다 보니 거리문제로 인해 드라이버를 사용했는데 역시 아이언과는 다르다는 것만 느꼈다. 거리와 방향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되는 것이 없었다. 그 당시에 내가 드라이버를 막연하게 아이언과 다르다고 느낀 것은 클럽의 길이로 인해 스윙궤도가 다를 수 밖에 없고, 그러니까 스윙하는 방법도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도 혼자서 꾸준히 연습한 결과 한 라운드에 한 두 개의 오비를 내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 라운드를 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게 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혼자서 익힌 스윙이라서 그런지 일관성이 너무 없었다. 어떤 날은 스트레이트로 정말 멋진 샷을 했지만, 그렇지 않은 날은 슬라이스에 훅에 일관성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었다. 어느 정도 라운드 경험이 쌓이자 슬라이스가 나면 슬라이스가 나는 대로 스윙을 해서 페어웨이를 지키는 능력이 생기기는 했지만 여전히 불안하고 스스로에게 불만스러운 샷이 드라이버 샷이었다.

 

슬라이스가 초보골퍼에게 끼치는 영향은 슬라이스 자체로 끝나지 않는다. 슬라이스라는 구질을 이용해서 라운드를 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라면 그래도 좀 낫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여러 가지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 먼저 일반적으로 슬라이스 구질은 비거리가 짧아진다고 한다. 그런데 나처럼 슬라이스 구질을 수용하지 못하고 마음의 짐으로 남아있는 경우에는 심리적인 요인으로 인해 마음껏 휘두르지 못하므로 거리가 또 한 번 줄어든다. 슬라이스가 비거리를 두 번 죽이는 셈이다. 슬라이스가 마음의 짐이 되고, 비거리를 짧게 하는 것이 나에게는 가장 큰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슬라이스 구질을 수용하고 비거리도 적지 않게 나간다면 굳이 문제 삼지 않을 것이다. 아니 반대로 슬라이스가 나더라도 비거리가 평균수준 이상으로 나간다면 슬라이스를 수용할 용의가 있다. 내가 나의 슬라이스를 문제 삼는 것은 아마도 비거리 때문인 것 같다. 그 동안은 비거리에 대해 비교적 관대한 입장에서 숏게임 위주로 라운드를 운영했지만 핸디를 좀 더 낮추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비거리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요즘 부쩍 비거리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슬라이스를 고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물론 그 노력이라는 것이 올바른 방법으로 한 노력은 아니다. 소위 얘기하는 꼼수라는 것에 불과했다. 잭 니클라우스가 본질을 무시한 스윙의 방법(편법)에 대해 우려의 말을 했는데, 하다 하다 안 되면 이렇게 꼼수에 빠지는가 보다. 그런데 꼼수에 빠지게 된 이유가 본질을 무시한 것에 있다는 것을 레슨을 받으면서 알게 되었다.

 

내가 사용한 꼼수 중에는 어드레스 시에 클럽 페이스를 닫아놓고 치는 것이 있었는데 연습할 때는 효과를 보기는 했지만, 실전에서는 공이 왼쪽으로 날아 갈 것을 두려워해서 역시 마음 놓고 휘두르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 결국은 멘탈에 발목이 잡히는 결과가 된 것이다.

 

좋지 않은 방법이라는데 공감은 하지만 나의 친구 중에 이렇게 어드레스 시에 클럽 페이스를 아주 심하게 닫아놓고 치는 친구가 있다. 그렇게 치면 훅이 나지 않냐고 물어 보았는데 페어웨이 중앙을 기준으로 중앙에서 왼쪽으로 보낼 때는 클럽 페이스를 닫아서 치고, 중앙에서 오른쪽으로 칠 때는 클럽 페이스를 스퀘어로 놓고 친다고 했다. 나름대로의 기준과 방식을 가지고 스윙을 하고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임팩트는 어드레스의 재현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그 친구의 스윙은 뭔가 문제가 있다. 몸이나 머리가 앞으로 나간다든지, 어깨가 빨리 열린다든지 등의 문제가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어드레스에서 클럽 페이스를 심하게 닫았는데, 임팩트에서는 거의 스퀘어하게 맞겠느냐 말이다.

 

 

최근에 다시 레슨을 받기 시작하면서 클럽 페이스를 닫고 스윙하는 문제에 대해서 레슨프로와 상의를 한 전이 있다. 레슨프로의 의견은 몇 가지 경우에 따라 대답을 달리 할 수 있다고 했는데 상당히 합리적이고 일리가 있는 답변이라는 생각에 잠시 소개한다.

 

첫째는 기본적으로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클럽 페이스를 닫을 것이 아니라 스윙에서 잘못된 부분을 교정하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골퍼에게 발전성이 있기 때문이란다. 골프를 한 두 해 치고 말 것이 아니라면 스윙 및 자세를 교정해야 한다는 말이다.

 

둘째는 교정하려는 의지가 없고 골퍼 스스로가 클럽 페이스를 닫아 놓고 치려는 의지만 강하다면 스윙을 교정하기 힘들어지므로 그냥 골퍼가 원하는 대로 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스윙에 대한 교정은 레슨프로가 해 주는 것이 아니라 골퍼 스스로의 강력한 의지와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레슨프로는 단지 가이드를 해 주는 것뿐이다.

 

마지막은 미봉책으로, 스윙의 문제점을 분명히 파악하고 있지만 아무리 해도 고쳐지지 않는 경우에 골프에 흥미를 잃을 수 있으므로 약간의 편법을 사용할 수 밖에 없는데, 골퍼가 교정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거의 100% 교정이 가능하다는 것이 프로의 설명이었다.

 

슬라이스가 나고 비거리가 짧아도 크게 개의치 않고 골프를 즐기는 골퍼도 있을 것이고, 상당히 심각하게 생각해서 예민하게 반응하는 골퍼도 있을 것이다. 크게 개의치 않는 골퍼는 대부분 현재의 실력에서 있는 그대로 골프를 즐기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오히려 그런 골퍼들이 속 편하게 골프를 즐길 수 있으니 부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장기적인 안목에서 조금씩 발전해 나가는 자신의 골프를 즐기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골프에서 스윙을 교정하거나 그립을 고쳐 잡거나 하는 변화를 주는 행동은 골퍼 스스로 하는 것이다. 하지만, 초보골퍼는 반드시 그러한 변화가 제대로 된 것인지 확인해야 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혼자서 연구하고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 보다가 우연히 잘 맞은 샷이 나오면 그런 샷이 나왔을 때의 감과 스윙을 고수하려는 경향이 크다.

 

여기서 조심해야 하는 것은 우연히 잘 맞은 샷이 올바른 스윙으로 잘 맞은 것인지 잘못된 스윙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잘 맞은 것인지 확인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올바른 스윙으로 잘 맞았다면 다행이지만, 잘못된 스윙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잘 맞았다면 잘 맞은 샷의 결과만이 우리 뇌에 각인되어 계속 잘못된 스윙을 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초보골퍼의 왕 슬라이스와 짧은 비거리는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이자 골퍼의 핸디캡이다. 물론 대부분의 골퍼가 겪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왕 슬라이스와 짧은 비거리는 모종의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으므로 슬라이스라는 구질을 인정하고 에임을 한다 하더라도 짧은 비거리라는 한계를 극복하기 힘들므로 가능하면 두 가지 모두 빨리 탈출 할수록 좋을 것이다. 나 역시 두 가지 복병을 극복하고 올해 목표를 위해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자고 다시 한번 다짐하며 글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