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시사 이야기

떼돈 버시려고 학교를 설립하셨나요?

빈스 윙 2011. 6. 9. 07:30

요즘 반값 등록금문제가 학생과 학부모는 물론 온 국민의 관심 대상이 되고 있다. 나는 반값 등록금은 반드시 실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반값 등록금과 함께 우후죽순으로 난립해 있는 사학에 대한 정리도 필요하다고 본다. 1990년대 중반부터 대학설립이 자유로워지면서 늘어나기 시작한 대학과 대학들이 교육보다는 사학설립을 각종 이권과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해 온 것이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언론에 보도된 바에 의하면, 설립요건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교육부의 일부 담당 관료들이 인, 허가를 남발한 경우가 너무 많다. 교육단체들은 사학비리를 감독해야 하는 교육관료들의 묵인 또는 적극적인 협조 없이는 설립요건을 갖추지 못한 학교에 대한 인, 허가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교육단체들의 주장에 상당한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설립 당시부터 수익용 기본재산을 확보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2000년 인, 허가를 받은 학교법인 한솔학원(한국디지털미디어고등학교)의 경우 교육부의 감사로 교육관료 31명에 대한 징계, 경고 등의 조치가 취해졌다. 교육관료들이 이렇게 꾸민 서류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을까 의구심이 든다. 더욱 더 철저한 조사를 통해서 징계수위를 높여야 하지 않을까? 그래 교육관료들이 완벽하게 꾸민 서류에 속았다고 치자. 그럼 개교 당시 교사자격증이 없는 무자격자를 학교장으로 임명하여 경기도 교육청이 반려하였으나 1년 이상 시정되지 않은 점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교육청이 수수방관(묵인)했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법인 설립 당시 이사회와 교직원 중에 친인척과 지인이 상당수 포함되어 규정을 위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설립허가를 받은 점도 이해하기 어렵다.

 

이렇게 시작부터 불법적으로 설립된 학교가 제대로 운영될 리 만무하다. 이중 통장을 만들어 교원의 보수차액을 임의로 사용하는가 하면, 교사를 채용하면서 거액의 금품을 받았다가 문제가 불거지자 다시 돌려주기도 했고, 지원금을 받기 위해 사채업자를 이용하기도 했고, 학생들의 성적을 조작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러한 학교는 비단 한솔학원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한겨레21과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의 조사에 의하면, 1990년대 중반, 경문대와 청강대는 학교 설립 규정을 완전히 무시하고도 교육부로부터 설립 허가를 받는데 성공했다. 당시 학교 설립 규정은 학교법인과 학교의 설립 인가를 동시에 내주지 않고 까다로운 조건을 내세워 순차적으로 설립 인가를 내주었다고 한다. 설립자가 학교법인 설립허가를 득한 후에도 출연재산 이행 등의 허가 조건을 모두 이행했는지 심사한 다음에야 학교설립 인가를 내주는 방식이었던 것이다. 이것은 사학 설립자가 자기 재산을 출연하지 않고 등록금이나 국고 지원금 등으로 학교를 운영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경문대와 청강대는 출연재산을 제대로 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설립 허가를 받은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일까?

 

 

경문대의 경우는 정치권력의 힘과 거액의 로비로 설립인가를 받아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의원을 지낸 심규섭(작고)씨가 국회와 청와대를 상대로 한 거액의 로비사실을 시인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규섭씨가 여당의 국회의원이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검찰에서는 사건을 조용히 마무리 하려다가 재조사를 요구하는 여론이 높아지자, 심규섭씨가 경문대 이사장 시절에 등록금을 횡령하고, 교비를 용도 외로 사용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그리고 교육부 국장에게 1억 원의 뇌물을 준 의혹에 대해서는 심 의원 아버지의 단독범행으로 판정하여 벌금 500만원에 약식 기소했다고 한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신성한 학원에 정치꾼까지 달려드는 것을 보면 학원설립이 돈이 되긴 되는 모양이다.

 

청강학원 설립자인 이연호씨(작고. 전 남양알로에 대표)의 부인이자 청강학원 이사장인 정희경씨는 서울대 사범대 교수 출신으로 15대 국회의원(국민회의. 전국구)을 지냈다. 한겨레21의 발표에 의하면 청강대는 출연해야 할 수익용 재산 기준부터 학교 설립 규정에 어긋났다. 같은 규모로 같은 날(93 2 3) 학교법인 설립허가를 받은 경문대는 수익용 재산 기준을 19억 원이었는데, 청강대는 무슨 이유에선지 교육부가 수익용 재산으로 10억 원만 설정을 한 것이다. 그리고 출연재산의 절반가량을 출연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학교설립 인가를 받았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재단이 서류를 조작하면 적발하기 어렵다는 설득력이 떨어지는 해명을 늘어 놓았다고 한다.

 

학교 설립 이후에도 청강재단과 청강문화사업대학은 거짓으로 회계장부를 작성했고, 친인척 이사 수가 1/3이상 될 수 없으나 이사장을 비롯해 딸과 사위 그리고 아들이 친족이사로 등재되어 있다가 편법으로 정관개정을 통해 이사 수를 늘려서 족벌운영을 합법화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도대체 사학재단을 운영하면 얼마나 돈이 되길래 친인척이 모두 동원되는지 알 수가 없다.

 

2004년 당시 한겨레21은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의 도움을 받아 동해대의 학교 설립 과정도 추적하려고 했지만, 교육부는 국회의원이 국정감사를 위해 요청한 서류에 대해서도 보존 기한이 지나서 관련 서류가 보관되어 있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한다. 학교법인 설립 허가 서류는 영구보존문서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여기에도 정치권력이 등장한다. 동해대의 설립자는 전 신한국당 의원인 홍희표씨이다. 결국은 400억 원이 넘는 회계비리 및 횡령혐의로 구속되었다. 홍희표씨는 출연재산을 단기사채로 조달해 학교법인 통장에 입금한 뒤 인가 심사를 통과하고 나서 다시 빼내는 식으로 인가를 받았다고 한다. 정말 학교 하나 설립하는 것이 이들에게는 누워서 떡 먹기보다 쉬운 일인가 보다. 남의 돈으로 대학을 설립하여 학교 운영비와 학생들 등록금 등을 빼돌려 메우는 방법인데 비리가 밝혀진 사학재단에서 많이 써먹은 방법이라고 한다. 그러니 대학 운영이 부실해진 것은 말 할 필요도 없고, 학교와 학생들을 위한 투자를 할 리가 없는 것이다.

 

작년에는 80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현직 국회의원 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 신흥학원의 이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민주당 강성종 의원이다. 신흥학원은 강신경 목사가 설립한 사학법인인데 강신경 목사는 한북대학교의 총장이며, 최근까지 신흥중고의 학교장이었다. 기독교 사학재벌로 알려진 강신경 재단(대학4, ,고교7) 역시 학교의 주요 보직에 아들과 딸은 물론 며느리, 외손자, 사돈 등의 친인척들이 포진하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갑자기 대학 수가 불어난 것과 대학 등록금이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올라간 것이 이제는 조금 이해가 될 듯하다. 교육관료들에게 뇌물을 주어 설립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더라도 설립허가를 받아서 학생들 등록금은 올려놓고 친인척을 모두 동원하여 이사회 구성원으로 만들고 국가에서 나오는 지원금 빼 먹고, 학생들 등록금 빼 먹고, 학교 운영비 빼 먹고…. 이렇게 곶감 빼 먹듯이 하나씩 빼 먹으려고 대학을 설립하다 보니 너도나도 이 사업(?)에 동참하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사학비리, 너무 많아서 다 열거할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사학비리와 관련된 글을 지난주부터 준비해 왔는데 급기야 오늘은 야구와 바둑의 명문 사학 충암학원의 비리가 터지고 말았다. 공사비 불법 집행, 운동부 훈련비 횡령, 교원 채용 비리 등 32건의 비리를 적발했다고 하는데 충암학원의 이사장은 예전에도 사학비리(횡령)와 병역비리로 인해 쫓겨 났다가 3년 전에 다시 이사장으로 복귀했는데, 이번에 또 대형 사학비리를 저지른 것이다.

 

최근 6개월 동안 서울시 교육청 관할 사학재단에서 비리문제로 이사승인이 취소된 곳이 8개교에 이른다고 한다. 특히, 청숙학원(서울외고)은 아버지, 어머니, 아들이 대를 이어 100억대 학교 공금을 횡령한 사실이 밝혀져 재판을 받고 있으며, 숭실학원(숭실중고)은 학생 장학금과 정부 보조금을 횡령하여 고발된 상황이라 한다. 사립 대학의 경우에는 더욱 더 심각하다. 올해 5월 명지학원의 이사장을 지냈던 설립자의 아들이자 KBO 총재인 유영구씨의 2500억 횡령, 그리고 4월에는 한국승강기대학의 이사장 이강두 전 한나라당 의원이 횡령혐의로 기소되었다.

 

아마도 사학의 비리는 해마다 아니 요즘에는 달마다 터져 나오는 것 같은데, 왜 막지를 못하는 것일까? 학교의 모든 권한을 이사회가 쥐고 있는데 이사회의 구성원이 지금까지 얘기했듯이 이사장의 친인척들이다. 끼리끼리 모여서 끼리끼리 해 먹을 수 있는 구조로 되어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이에 대해 좀 더 강력한 대응방안을 마련해서 서민들이 어렵게 벌어서 학비로 낸 돈이 파렴치한 사학재단 도둑놈들의 입 속으로 들어가지 않게 해야 한다.

 

내가 여기서 얘기한다고 듣지도 않겠지만, 교육을 빙자하여 학교설립을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는 일부 파렴치한 사학재단 이사장들은 진정으로 국가의 미래를 위해 교육에 헌신하고 있는 교육자들도 덩달아서 욕먹게 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가진 돈 풀어서 등록금 줄이고, 학생들의 복지와 교육환경에 투자 좀 해 달라고 간곡히 부탁한다.

 

법정 재단 전입금을 한 푼도 내지 않은 39개 대학은 학생들의 등록금을 빨아먹는 거머리 같은 존재라고 생각해도 될 지 모르겠다. 나머지 대학들도 대부분 마찬가지다. 법정 재단 전입금의 50%도 내지 않은 대학이 무려 100개나 된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립대학의 수입 가운데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60%가 넘고, 재단 전입금의 비율은 꼴랑 3.3%에 불과하다고 한다.

 

법정 재단 전입금을 내지 않아도 아무런 재제가 따르지 않는다고 하는데, 국민에게는 범칙금이나 세금이 조금 늦으면 가산세니 뭐니 해 가면서 다 뜯어가는 정부가 왜 사학재단에는 그렇게 하지 못하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 역시 사학재단과 정치권 간에 뭔가 있다는 의구심만 늘어간다.

 

세상에서 가장 나쁜 놈은 먹는 음식 가지고 장난치는 놈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교육을 빙자하여 학교와 학생들을 가지고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놈이 더 나쁜 놈이라는 생각이 든다. 공부하겠다고 힘들게 벌어서 낸 학비가 정말로 공부하는 데만 쓰였으면 좋겠다는 바램은 그저 나의 희망사항에 불과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