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시사 이야기

대한항공 라면상무 기사-한심하다는 생각 밖에

빈스 윙 2013. 5. 1. 23:58

참으로 오랜만에 포스팅을 위해 펜을 아니 키보드를 두드립니다. 외국에서 한국의 뉴스를 보고 듣는 시각은 한국에 있을 때와는 사뭇 다릅니다.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뉴스가 많고 가슴 뭉클한 사연의 소식은 별로 없습니다.

 

여기 싱가폴에서 10 가량 살았던 어떤 학생이 한국은 나라라는 얘기를 적이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냐고 물으니 뉴스를 보면 비상식적인 사건 사고가 너무 많아서 그렇게 생각한다고 하더군요. 정도로 외국에서 듣는 한국의 뉴스는 좋은 소식보다는 나쁜 소식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모두 그렇게 비상식적인 행동은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오랜시간 외국에서 살면서 매번 듣는 한국소식이 성폭행에 왕따에 시험문제 유출 등의 소식으로 가득차 있다면 한국은 원래 그런 나라라고 인식할 수도 있을 같습니다.

 

그나마 오늘은 류현진 선수의 선전(3) 외국에서 고향의 훈훈한 소식을 기다리는 동포들에게 일말의 갈등을 푼어준 소식이었습니다.  그런데 대한항공 라면상무의 2 소식이 한번 평범한 소시민의 분통을 터뜨리는 같아 8개월만에 포스팅을 합니다.

 

모두 아시다시피 얼마 전에 대한항공 라면상무 사건이 터지고, 이번에는 이와 유사한 롯데호텔 지갑폭행 회장 사건이 터졌습니다.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었을 때만 해도 소위 말하는 있고 높은 지위에 있는 특권층의 알량한 허세 내지는 뻔뻔함 내지는 몰지각함 정도로 치부했습니다.

 

일각에서는 기회에 대기업 임원들이 권위의식을 버리고 자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면서 사건이 흐뭇하게 전개되는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대한항공 라면상무 소식 2탄을 보니 <대한항공 라면상무역풍, 기업임원들 무서워서 타겠나’> 라는 제목의 기사가 눈에 띄었습니다.

 

기업 임원들 사이에서는 "이제 무서워서 대한항공 타겠다" 말이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대기업 상무는 "이렇게 말이 많이 나오면 굳이 대한항공을 필요가 없다" 말했다.

대기업 관계자는 "해외출장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를 번갈아 이용해 왔는데 당분간 아시아나만 타야겠다" 말했다.

 

물론 위와 같은 말이 나오게 배경에는 대한항공의 내부 보고서 유출이 문제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기사를 읽으면서 저는 한심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잠시 자성의 분위기로 흐르던 사건이 권위의식에 사로잡혀 승무원에게 손찌검을 하고 비인간적인 행동에 대한 반성이 아니라 항공사에 대한 불만으로 변질되어 버렸기 때문입니다.

 

저는 기업 임원들이 사건의 논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문제의 초점을 흐려놓겠다는 의도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사건의 논지는 일부 대기업 임원의 지나친 권위의식으로 인해 발생한 거만한 행동 혹은 무례한 행동 혹은 어처구니 없는 행동 혹은 비상식적인 행동입니다. 그런데 그들은 어처구니 없게도 라면상무의 행패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항공사 내부 보고서가 유출된 것에 화살을 겨누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그럼 만약에 그들이 아시아나를 타면서도 다시 그런 (?) 한다면 아시아나 항공에서는 무조건 손님께서 하셨습니다.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라고 해야 할까요? 대한항공에서 내부 보고서를 작성한다면 아마도 아시아나에서도 작성할 것입니다.

 

그들은 대한항공의 내부 보고서가 유출된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데, 그럼 내부 보고서가 유출되지 않으면 간신히 체면치레는 있다는 발상인가요?  아시아나에서는 절대로 내부 보고서가 유출되지 않는다는 보장이라도 받으신건가요?

 

적어도 이번 사건으로 인해 가해자의 신상이 밝혀진 것은 대한항공의 내부 보고서에 의해서가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대한항공의 내부 보고서가 유출되기 전에 이미 언론을 통해서 기업과 가해자의 이름이 밝혀졌으니까요. (물론 내부 보고서가 언론에 먼저 유출되었을 가능성도 있지만 말입니다.)

 

그들이 지금 항공사의 내부 보고서를 걸고 넘어지는 이유는 해당 기사를 보면 있습니다.

 

 

보고서에는 해당 임원이 탑승한 직후부터 이륙 때까지 행동이 낱낱이 기록돼 있다. 기록된 내용이 워낙 구체적이어서 해당 임원은 이후 사건 진행 과정에서 변명조차 없었다.

 

내부 보고서라는 것이 그들의 행동에 제약을 거는 족쇄로 작용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내부 보고서의 유출에 과민반응을 보는 것은 아닐까요? 이번 사건과 같이 물의를 일으키는 짓만 하지 않는다면 내부보고서가 유출되건 말건 무슨 상관입니까?

 

높은 자리에서 권위의식에 가득 일부 기업 임원들, 옆에서 제대로 하는 동료 임원들까지 싸잡아서 먹게 하지 말고 정신 차립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