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90타 깨기

필드에서의 미스샷은 미스샷이 아니었다

빈스 윙 2011. 6. 13. 08:00

'필드와 연습장에서의 샷이 다른 이유는? - http://blog.daum.net/beanswing/424' 을 쓴 이후로 계속해서 필드와 연습장에서의 샷이 어떻게 다른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도대체 왜 필드에서는 연습장에서의 샷이 나오지 않는지 고민을 많이 했다.

 

'필드에서의 샷이 연습장과 다르다면 연습장에서의 연습이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해 보고, '정말로 빨라지는 스윙템포 하나 때문에 혹은 멘탈(욕심) 때문에 그렇게 엉망인 샷이 나오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물론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지난 주에 '빠른 스윙템포가 골프스윙를 망치는 실험 - http://blog.daum.net/beanswing/427' 에서 필드에서는 스윙템포가 빨라진다는 얘기를 했다. 초보골퍼들은 분명히 필드에서 스윙템포가 빨라지는 경향이 있다.

 

스윙템포 말고 필드에서 달라지는 것을 찾던 중에 페어웨이의 언듈레이션을 생각했다. 그래서 여러 가지 고민을 하던 끝에, 오늘은 연습장 환경을 최대한 필드와 비슷하게 만들어서 해 보기로 했다. 실험결과는 만족스러웠지만, 나의 샷은 필드에서의 샷 그대로 나왔다

 

초보골퍼들의 티샷은 페어웨이보다 러프에 많이 떨어지면서 세컨샷을 경사지에서 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18홀을 돌면서 티샷을 제외하고는 연습장에서의 셋업자세로 스윙을 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페어웨이에서 세컨샷을 한다고 하더라도 연습장의 발판처럼 평평한 곳은 거의 없다. 그리고 두 발과 공의 경사도는 매 번 샷을 할 때마다 달라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초보골퍼들은 미스샷을 많이 하게 되는데, 이는 엄밀히 말하면 미스샷이 아니다. 평소에 한 번도 연습해 본 적이 없는 자세에서 스윙을 하다 보니 나오는 당연한 샷일 수도 있는 것이다. 미스샷을 실수라는 개념에서 보면 경사지에서의 샷을 연습할 기회가 적은 초보골퍼 입장에서는 미스샷이 아니라 초보골퍼의 실력대로 친 당연한 샷이라는 얘기다.

 

TV 골프레슨 프로그램이나 레슨 서적을 보면 경사지에서의 샷을 알려주는 경우가 많이 있다. 나는 이러한 레슨을 볼 때마다, 평평한 연습장에서도 제대로 못 치는데 경사지에서의 샷은 아직 내가 배울 단계가 아니라고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필드에 나가게 되면 평평한 곳에서의 샷보다는 경사지에서 샷을 하게 되는 경우가 더 많은 것이 초보골퍼의 현실임을 감안한다면 경사지에서의 샷은 아주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언젠가 90대 후반 정도의 타수를 치는 친구가 심한 왼발 내리막 지형에서 공조차 건드리지 못하고 헛스윙을 몇 번씩이나 했던 기억이 난다. 평평한 곳에서의 샷은 기가 막힌 데 어쩌다가 경사지에 공이 떨어지면 거의 공을 건드리지도 못하는 것이다. 아마도 이 친구가 경사지에서의 샷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연습을 했다면 90대 초반은 충분히 기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 내가 연습장에서 어떻게 최대한 필드의 환경을 만들어서 연습을 했는지 알아보자. 오늘은 작정하고 각목을 두 개 구해서 연습장으로 향했다. 내가 각목으로 경사를 만들어서 연습하는 것을 본 연습장 회원 한 분이 별 짓(?)을 다한다며 한 마디 한다. 그래도 기꺼이 모델이 되어 주신 점, 감사하게 생각한다.

 

 

먼저, 위의 사진과 같이 각목을 발 뒤꿈치와 앞꿈치에 받쳐놓고 스윙을 해 보았다. 공이 놓인 곳은 원래 연습하던 대로 평평한 매트다. 왼쪽 사진은 셋업자세에서 몸이 앞쪽으로 쏠리는 것을 보상하려고 그랬는지 몸의 무게중심이 뒤쪽으로 쏠렸다. 그리고 탑볼이 많이 나왔다. 오른쪽 사진은 반대로 몸이 앞쪽으로 쏠리면서 스윙 하면서도 뒤로 넘어가지 않으려고 하다 보니 뒤땅이 조금씩 나왔다.

 

 

두 가지 경우 모두 무게중심을 잡기가 어려웠기 때문인지 풀스윙을 하기가 힘들었다. 거의 팔로만 스윙을 하게 되는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무게중심조차 잡기 어려운 경우에는 오히려 풀스윙보다는 하프스윙으로 그리고 팔로만 하는 스윙으로 레이아웃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필드에서의 샷을 생각해 보면 아무 생각 없이 풀스윙으로 도전했으니 제대로 맞을 턱이 없었던 것이다.

 

 

위의 사진과 같은 경우는 발의 위치만 경사가 있고 공이 놓여있는 부분은 평평한 매트다. 오르막 내리막 경사에서의 샷을 생각하고 왼쪽 사진의 경우에는 약간 왼쪽으로 중심을 이동하고, 오른쪽 사진의 경우에는 오른쪽으로 중심을 이동해서 셋업자세를 취했는데, 정반대로 셋업을 취했던 것이다. 공이 놓여있는 곳의 경사도가 없으므로 왼발과 오른발에 평소대로 무게 배분을 하되 경사가 높은 쪽으로 약간만 무게를 실어서 셋업을 하는 것이 훨씬 더 자연스러웠다.

 

 

위 사진은 우리가 흔히 겪는 상황이다. 공이 놓은 위치와 두 발의 위치가 같이 오르막 혹은 내리막인 경우다. 이런 경우는 경사면을 따라서 셋업과 스윙을 하면 된다. 왼쪽 사진의 경우는 약간 오른쪽에, 오른쪽 사진의 경우는 약간 왼쪽에 무게를 두고 경사면을 따라서 스윙을 하면 된다.

 

 

위 사진은 조금 특수한 경우인데, 그래도 이런 상황이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런데 공을 맞히는 것조차 어려웠다. 왼쪽 사진의 경우는 클럽의 토우 쪽이 먼저 지면에 닿다 보니 클럽이 열려 맞는 경우가 많았고, 오른쪽 사진의 경우에는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연습장에 있는 프로에게 샷을 해보라고 했는데 역시 프로는 달랐다. 위 사진과 같은 경우는 클럽의 토우 또는 힐 쪽이 먼저 지면에 닿게 되므로 그립을 약간 강하게 잡아서 임팩트 순간에 그립이 돌아가는 것을 잡아주는 것이 좋으며, 초보골퍼들에게는 아주 어려운 샷이므로 몸의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하프스윙으로 그 지역에서 벗어나는 것이 더 현명한 결정일수도 있다고 한다.

 

연습장에 있는 프로는 위의 모든 경우에서 평지에서와 같은 샷을 보여줬다. 그럼 프로는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 해답은 몸의 움직임(셋업)이었다. 회전축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기본이고, 시각적으로 느끼는 생소한 느낌을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방법론적인 것은 일반적인 레슨에서 얘기하는 것과 같이 스윙궤도는 공이 위치해 있는 경사도에 따라서 한다는 것과 경사도에 따라서 공의 위치도 변화시킨다는 것 정도였다. 그리고 프로가 마지막으로 덧붙인 것은 필드경험이 많으면 여러 가지 상황에서의 샷을 많이 구사하게 되므로 이러한 라이에서의 샷을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했다.

 

평소에 연습장에서 공의 위치나 발의 위치가 모두 평평한 상태에서만 연습을 했는데, 이렇게 공이 있는 위치와 두 발의 위치에 경사가 생기면 당황스럽기도 하고 스윙자체가 어색해지는 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찌 보면 초보골퍼들이 실전에서 하는 샷은 연습장에서 했던 샷이 아니라, 생전 처음 해보는 샷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앞으로는 일반적인 연습과 함께 사진과 같이 발의 위치를 서로 다른 경사에 놓고 연습을 하려고 하는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오늘은 사진과 같이 연습을 하면서 필드에서 했던 샷의 느낌을 받았다는 것과 오늘 하루 연습을 해 보니 처음보다는 많이 익숙해졌다는 느낌만 가지고 연습을 마쳤다. 이 글을 읽는 초보골퍼님들도 당장 각목 두 개를 구하셔서 저와 같이 연습을 해보시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