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90타 깨기

빠른 스윙템포가 골프스윙을 망치는 실험

빈스 윙 2011. 6. 11. 08:00

요즘에는 필드에서는 왜 연습장에서 같은 샷이 나오지 않는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한다. 얼마 전에 '필드와 연습장에서의 샷이 다른 이유는? - http://blog.daum.net/beanswing/424' 에서 전반적인 이유를 언급한 적이 있는데, 이 글에 대해 다음과 같은 답글을 적어주신 분이 계시다. "필드에서 스윙템포가 빨라지는 것이 가장 큰 원인입니다. 그래서 저는 연습할 때도 의도적으로 스윙템포를 빠르게 하는 연습을 합니다." 대단한 역 발상이다. 어차피 필드에서 스윙템포를 느리게 가져가는 것이 힘들다면 연습을 필드에서와 같이 빠른 스윙템포로 한다는 것인데,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그거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년 전에 '나에게는 세 가지 스윙모드가 있다 - http://blog.daum.net/beanswing/173' 라는 제목으로 쓴 글에서 나의 스윙은 '연습모드', '스크린모드', '필드모드'가 모두 다르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는데 아직도 크게 나아진 것이 없다. 그래도 요즘 들어 조금 심각하게 고민하고 원인파악을 하고 있으니까 조금씩 개선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해 본다.

 

답글을 달아주신 분의 말씀대로 대부분의 초보골퍼들은 연습장보다 필드에서 스윙템포가 빨라지는 경향이 있다. 물론 나도 그 중에 포함되는 초보골퍼다. 처음에는 골퍼 스스로가 자신의 스윙템포가 연습장에서 보다 빠르다는 것 조차 모르다가, 어느 정도 정신차리고 스윙을 할 수 있는 경지(?)에 오르면 필드에서 자신의 스윙템포가 빨라진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초보골퍼들은 필드에서 자신의 샷에 문제가 생기면 스윙템포나 멘탈은 완전히 배제하고 스윙자체에서 원인을 찾으려 한다. 물론 스윙자체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으나 아직 스윙궤도가 안정적이지 못한 초보골퍼들의 스윙은 항상 들쭉날쭉 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자신의 스윙에서 원인을 찾는다는 것이 무의미 할 것이다.

 

서론이 조금 길어졌는데 빠른 스윙템포로 골프스윙을 망치는 실험(?)을 하기 전에 왜 필드에 나가면 스윙템포가 빨라지는지 생각해 본다. 일반적으로 스윙템포를 느리게 가져가라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 스윙템포는 주로 백스윙에 의해 좌우된다. 다운스윙에서 피니쉬까지 느리게 가져 가기는 힘들 테니까 말이다. 그러므로 스윙템포를 느리게 하라는 말은 백스윙을 천천히 하라는 말과도 상통한다.

 

문제는 긴장상태나 압박감 속에서의 템포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심장 박동수와 함께 스윙템포가 빨라지게 된다. 백스윙을 마치기도 전에 다운스윙으로 전환한다든지, 서둘러서 다운스윙을 시작하여 빨리 긴장감이나 압박감에서 벗어나려는 본능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압박감 속에서 얼마나 자신이 연습한 스윙템포를 유지할 수 있느냐에 따라 스윙의 성공여부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한 가지 이유는 티박스에서 그린이 보이는 경우, 그린이 끝도 없이 멀어 보인다. 티샷으로 한 번에 그린에 올릴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능한 그린에 가깝게 보내려는 골프의 속성을 의식한 본능이 작용하기 때문에 스윙템포를 느리게 가져 가기가 어렵게 된다. 그나마 그린이 보일 때가 마음이 더 편하다. 그린이 보이지 않는 경우에는 긴장감, 압박감과 더불어 왠지 모를 불안감까지 엄습해 온다. 이러한 불안정적인 심리적 상태에 빨리 벗어나고 싶은 마음의 결과가 스윙템포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서둘러서 스윙을 하다 보면 시선이 공을 놓치기 쉽고, 몸이 먼저 나가면서 클럽이 따라오지 못해서 클럽이 열려 맞는 경우도 생기고, 혹은 다운스윙에서 팔이 먼저 내려오면서 아웃-인 궤도로 엎어 치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모두 스윙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들이다. 스윙템포에 유의하여 연습을 한다 하더라도 실전에서는 또 스윙이 빨라지게 되는 것이 본능이라는 말을 위에서 했다.

 

이러한 본능을 억제할 수 있는 멘탈 훈련이 필요한데, 연습장에서 했던 스윙보다 오히려 더 느린 스윙을 한다는 생각으로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스윙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연습장에서는 가능한 필드에서의 심리적인 상태를 반영한 조건을 만들어서 스윙을 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매트 끝이나 움푹 패인 곳에 공을 놓고 친다든지, 스윙 중에 전화가 오면 마음이 급해지기 마련인데 스윙을 멈추지 말고 전화벨이 울리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스윙을 해 보는 것도 좋다.

 

사실 제목이 암시하고 있는 빠른 스윙템포로 골프스윙을 망치는 실험은 아주 간단하다. 이 글 첫 부분에 답글을 달아주신 골퍼의 말처럼 평소보다 스윙템포를 의도적으로 아주 빨리 해 보았더니, 백스윙의 크기가 평소에 연습하던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커졌고, 공을 제대로 맞히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평소 연습하던 템포대로 스윙을 했을 때, 80%의 샷이 마음에 들었다면, 스윙템포를 의도적으로 빠르게 했을 때는 마음에 드는 샷이 거의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것을 느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에 발생했다. 의도적으로 스윙템포를 빠르게 2~30회 정도 샷을 한 뒤에, 평소 연습하던 템포로 스윙을 한다고 했는데, 좀처럼 평소의 스윙템포를 찾지 못하고 스윙궤도와 타이밍까지 엉망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렇게 평소의 스윙템포대로 2~30개의 샷을 한 후에야 정상으로 돌아 올 수 있었다. 한 번 빨라진 스윙템포를 원래대로 되돌리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은 일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는 실험(?)이었다.

 

마지막으로 예전에 내가 잘못 알고 있었던 스윙템포에 대한 내용을 소개하면서 글을 마칠까 한다. 나는 막연하게 드라이버와 아이언의 스윙템포가 서로 다를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초보골퍼들을 보면 드라이버나 우드의 스윙템포가 숏아이언보다 빨라지는 경향이 있다. 물론 아주 초보인 경우에는 클럽마다 스윙템포가 모두 다른 경우도 있겠지만, 그렇게 클럽마다 스윙템포가 모두 다른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초보골퍼가 있다면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이에 대한 내용은 이선화 선수와 마이크 벤더의 레슨을 소개하면서 이미 언급한 바 있으므로 생략하겠다.

 

골프를 잘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스윙템포를 일정하게 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초보골퍼들의 미스샷은 대부분 빠른 스윙에서 비롯되는 것을 감안하면, 스윙템포는 골퍼에게 성공적인 스윙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이다. 어떠한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황, 어떠한 환경조건에서도 이를 극복하고 일정한 스윙템포를 유지할 수 있는 골퍼가 진정한 실력자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