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에너지이용 합리화법은 불합리한 법이다

빈스 윙 2011. 6. 25. 08:00

지난 3 2일 지식경제부는 에너지이용 합리화법에 따라 에너지 사용제한 공고를 통해서 골프장 코스에 설치된 조명의 점등을 금지했다. 이에 K컨트리클럽 등 36개 골프장업체는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제출했는데, 오늘(6/24) 서울행정법원 행정2(재판장 하종대)는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고, 지식경제부는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여 단속활동을 일시 중지하기로 했다.

 

사실 골프장 야간조명 금지 이후 도대체 무슨 법률을 근거로 민간기업에 막대한 피해를 주면서 이러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 궁금했었다. 그래서 에너지이용 합리화법을 찾아보니 그 목적에 이 법은 에너지의 수급안정을 기하고 에너지의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이용을 증진하며 에너지소비로 인한 환경피해를 줄임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과 국민복지의 증진에 이바지하고 지구 온난화를 최소화하려는 국제적 노력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 는 아주 좋은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시행령을 보면 ;

14(에너지사용의 제한 또는 금지) 법 제7조 제2항 제9호에서 "에너지사용의 시기·방법 및 에너지사용기자재의 사용제한 또는 금지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이란 다음 각 호의 사항을 말한다.

1. 에너지사용시설 및 에너지사용기자재에 사용할 에너지의 지정 및 사용 에너지의 전환

2. 위생 접객업소 및 그 밖의 에너지사용시설에 대한 에너지사용의 제한

3. 차량 등 에너지사용기자재의 사용제한

4. 에너지사용의 시기 및 방법의 제한

 

시행령에 골프장의 야간조명의 제한과 관련한 내용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너무나도 광범위하게 에너지 사용시설에 대한 에너지 사용의 제한이라고 되어 있다. 그래 좋다. 골프장의 야간조명 금지가 에너지이용 합리화법에 따른 것이라고 치자. 그럼 다른 부문의 금지내용을 한 번 살펴보자.

 

교량, 분수대, 기념탑 등의 외부 경관조명 금지 : 이건 말 그대로 경관을 위해 켜두는 조명이니 당분간 꺼놔도 아무도 뭐랄 사람이 없을 것이다.

 

백화점, 대형마트 영업시간외 외부조명 금지 : 영업이 끝난 다음에 내부조명도 아니고 외부조명이니 매출과는 크게 상관없을 것이므로 정부에 잘 보일 겸 적극 참여했을 것으로 보인다.

 

대형빌딩 자정 이후 외부조명 금지 : 외부조명만 끄면 되므로 빌딩 내에서 야근을 한다 하더라도 아무 지장이 없다.

 

유흥업소 새벽2시 이후 외부조명 금지 : 새벽2시 정도면 올 손님은 거의 왔다고 보여진다. 물론 새벽2시 이후에 올 수도 있는 손님을 외부조명 금지로 인해 못 받았을 수도 있겠지만 영업에 큰 지장은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 마지막으로 골프장을 보자. 사실 볼 것도 없다. 야간조명 전면금지다. 도대체 골프장에만 막대한 영업손실을 입히는 조치를 취한 정부(지식경제부)의 의도가 무엇일까? 무슨 미운 털이 박혔길래 골프장에만 이런 가혹한 조치를 취했는지 의문이다. 세금인하를 강력히 주장하면서 정부를 압박했던 골프장을 골탕 먹이려는 정부의 놀부 심보가 발동한 것일까? 아니면 정말로 골프장의 야간조명이 막대한 에너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불가피한 조치였을까? 에너지이용 합리화법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는데는 합리적인 법인지는 몰라도, 법을 시행하고 집행하는데는 이렇게 불합리한 요소가 있다.

 

사실 골프장의 야간조명 금지로 인해 가장 많은 피해를 본 사람은 관련 직종에 일하면서 일할 기회와 시간이 줄어든 노동자들이다. 골퍼들이야 야간에 골프 좀 못 치게 되었다고 해서 아쉬울 것은 하나도 없다. 오늘 지식경제부는 가처분신청 결과에 따른 효력 적용은 신청업체들에만 한정되지만 형평성을 고려하여 모든 업체에 대해서 단속활동을 일시 중지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렇게 형평성을 잘 따지는 현명한 지식경제부가 야간조명 금지에 대해서는 형평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유독 골프장에만 가혹한) 조치를 내렸는지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오늘 법원이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인 데 대해 지식경제부가 한 발 물러서기는 했지만, 공식입장을 담은 참고자료를 통해 "최근 고유가 상황에서 기업의 생산활동과 국민생활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범위 내에서 불요불급한 에너지 사용을 억제하고 전국민적인 에너지 절약 분위기를 확산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반론했다.

 

그러면서 "본 안 판결 때까지 에너지 절약에 대한 중요성과 에너지 사용 제한 조치의 적절성을 입증해 이번 조치가 적법하다는 것을 법원을 통해 확인 받도록 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지경부의 한 관계자는 특히 "골프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중산층 이상의 소수일뿐" 이라며 매출 급감과 일자리 감소 논리는 상당히 과장됐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재판부는 "야간조명을 금지하면 골프장은 성수기인 4~10월 매출액이 상당히 감소할 것"이라며 "종업원을 휴직시키거나 해고하는 등의 조치를 할 수밖에 없을 것" 이라고 밝혔다. 이어 "야간 영업을 위해 사용하는 전력량이 전체적으로 그리 많지 않고, 사용시간이 하절기 전력수요가 몰리는 시간대가 아닌데다, 동절기에는 야간영업 자체를 하기 어렵다" "골프장 야간영업이 전력 수급에 큰 부담을 준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지식경제부가 이 같은 법원의 결정을 수용해 한 발 물러서기는 했지만, 지식경제부의 입장대로 이번 조치가 적법하다는 것을 법원을 통해 확인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나의 개인적인 생각은 지식경제부의 말도 안 되는 공식입장대로 에너지의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이용을 위한 이번 조치가 불가피했다고 본다. 하지만 유독 골프장에만 막대한 영업손실과 노동자의 근로기회 박탈 등의 가혹한 조치를 내린 것은 정부기관의 권력남용이며 근시안적인 행동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골프장을 통해서 막대한 세수를 확보하고 있는 정부가 어떠한 속셈으로 이런 조치를 내렸는지는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맡기고, 오늘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인 재판부의 결정을 환영하며, 본 안에서도 현명한 판단이 있기를 기대해본다. 그나저나 내일(6/25)부터는 야간조명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골프장이지만, 하필이면 때이른 장마에 태풍 메아리까지 올라온다고 하니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어째든 당분간 야간조명 금지조치가 해제되었으니 내부적인 정비와 고객에 대한 서비스 강화로 더 많은 골퍼들이 골프장을 찾았으면 좋겠다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