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훌륭한 캐디는 조급한 진행을 하지 않는다

빈스 윙 2011. 8. 4. 08:00

어제 올린 '캐디가 지켜야 할 매너와 에티켓도 있다 - http://blog.daum.net/beanswing/486' 와 이어지는 글입니다.

 

원활한 진행도 좋지만, 조급하게 서두르는 진행은 하지 말자.

아마도 골프를 치는 캐디라면 진행속도를 빠르게 하기 위해 샷은 여유 있게 천천히 하시고, 이동속도만 조금 빠르게 해 주세요.” 라는 말을 못 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동속도를 빠르게 해 달라는 얘기는 뛰어서 이동을 해 달라는 얘기일 것이고, 헐레벌떡 공 앞까지 뛰어가서 가쁜 숨을 몰아 쉬며 하는 샷이 잘 맞을 리 없다는 것을 알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골프를 치는 캐디라면 진행속도가 빨라지면 전반적인 템포도 빨라져서 스윙템포 역시 흐트러지기 쉽다는 것도 알게 될 것이다.

 

골퍼와 캐디 간에 가장 상충되는 부분이 진행속도에 관한 문제일 것이다. 진행속도에 관한 것은 골프규칙에도 나와 있는 만큼 골퍼들도 항상 염두에 두고 플레이를 해야 한다. 하지만 골퍼의 플레이에 지장을 주면서까지 진행속도를 빨리 하려는 캐디도 있다. 한 때 나는 피니쉬 자세를 3초 이상 유지하는 스윙을 한 적이 있다. (물론 지금도 그렇게 하려고 노력은 하고 있지만, 요즘에는 왠지 모르게 그게 잘 안 된다.) 그런데 피니쉬 자세를 취하고 있는 내게서 클럽(드라이버)을 빼 가면서 빨리 카트에 타라고 독촉하는 캐디가 있었다. 나는 피니쉬가 아직 끝난 게 아니므로 나의 스윙 역시 끝난 게 아닌데 클럽을 빼앗아 가 버리는 무례한 행동을 한 것이다.

 

잘은 모르지만 대부분의 골프장에서 골퍼들의 라운드 진행속도를 체크하고, 그것을 캐디들의 성적(?)이나 인사고과에 반영하는 것 같다. 캐디들이 중간 중간에 무슨 카드를 찍는데 그것이 시간을 체크하는 것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캐디들은 그 시간체크에 목을 맨다. 그런데 아이러니 한 것은 주말에 예약을 많이 받았으면 핀의 위치를 조금 평범한 곳으로 하면 진행속도도 빨라지고 골퍼들 스코어도 잘 나올 텐데, 꼭 구석에 처박아 놓던가 아니면 벙커나 허저드 등의 장애물 바로 뒤에 핀을 만들어 놓아 골퍼들의 애를 먹이면서 진행속도가 늦다고 독촉하는 골프장이 있다.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골퍼들이 여유 있게 라운드를 즐기면서도 진행속도를 빠르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서로가 모색해 봐야 할 것 같다. 그 방법 중에 내가 생각하는 한 가지는 훌륭한 캐디는 결코 라운드를 재촉하지 않으면서도 신속하고 매끄러운 운영을 한다는 것이다. 골퍼들을 재촉하게 되면 골퍼들이 조급한 마음에 실수를 많이 하게 되고, 실수한 만큼 샷을 더 해야 하니 라운드는 지연되고 진행속도 또한 늦어진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이러한 라운드를 운영하는 캐디들의 공통점은 골퍼들을 편안하게 하여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갖게 하여 미스샷을 줄이게 만든다.

 

너무나 대조적이었던 두 번의 골프 라운드 - http://blog.daum.net/beanswing/421에서 골퍼들을 너무나 편안하게 해 주면서 매끄러운 진행을 했던 캐디의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그 글의 일부를 소개한다.

 

제일 좋았던 것은 경력 3년이 채 안된 캐디의 성실함과 노력이었다. 경력이 얼마 되지 않아서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재미있는 라운드가 되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얘기한 그 캐디는 거리를 파악하는 데는 크게 부족한 부분이 없었고, 그린 위의 브레이크를 읽는 것이 조금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동반자들과 서로의 의견을 교환해 가며 신중하게 자신이 읽은 브레이크를 알려주는 모습이 내게는 마치 개인 캐디와 함께 라운드를 하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굳이 공을 찾지 말라는 우리들의 만류에도 카트를 우리에게 맡기고 공을 찾아서 헐레벌떡 뛰어오는 열성이 같이 라운드를 한 동반자와 나를 감동시켰고, 라운드 시간이 늦어지는 것은 자신이 책임지겠으니 편안하게 여유를 가지고 샷을 하라는 그녀의 말 3년 경력의 캐디가 아닌 30년 경력의 노련한 캐디로 비쳐졌다.

 

 

캐디들도 가급적 골프를 했으면 좋겠다.

나는 캐디들이 골프를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골프를 잘 알기 위해서 반드시 골프를 해야 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골프를 칠 줄 안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골프실력의 좋고 나쁨을 떠나서 골프를 함으로 인해서 어느 정도 골퍼들과 심적으로 공감하는 부분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골프장을 찾는 골퍼들은 싱글핸디캡의 수준에서부터 머리 올리러 오는 골퍼까지 그 실력이 천차만별이다. 캐디들이 골프를 잘 치면 잘 칠수록 다양한 수준의 골퍼들을 상대하기가 그만큼 쉬워질 뿐만 아니라, 그들의 마음까지 헤아리는 라운드 운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캐디가 자신감이 없으면 골퍼는 불안하다.

골프에서 자신감은 골퍼의 실력을 배가시킨다. 캐디가 그린에서 경사도나 거리에 대한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어정쩡하게 알려준다면 골퍼는 불안해진다. 특히, 초보골퍼일수록 자신의 샷에 대한 확신이 없어져 미스샷을 하게 될 확률이 높다. 모든 샷이나 퍼팅에서 자신감은 성공적인 샷으로 이끄는 열쇠다. 골퍼에게 그러한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는 캐디는 골퍼가 타수를 줄이는데 크게 기여한다.

 

고수들에게는 안 통할지 몰라도, 초보골퍼들에게는 조금 틀리더라도 자신 있게 거리를 불러주고 자신 있게 경사도를 알려주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거리를 조금 잘못 불러주었다 하더라도 초보골퍼의 경우에는 클럽의 거리편차가 크므로 캐디가 거리를 잘못 불러주었다고 불평할 수준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잘못된 거리지만 자신 있게 말함으로 인해 초보골퍼들은 최소한 거리가 길까 짧을까 하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므로 자신 있게 스윙을 하게 되고, 잘 맞은 샷 만으로 대부분 만족한다.

 

캐디의 전문성은 웬만한 고수나 그 골프장을 자주 찾는 골퍼가 아니라면 따라가기 힘들다. 매일 매일 겪는 풍부한 경험을 통해 캐디부터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전문가들의 말에 의하면 코스 매니지먼트를 잘 하면 자신의 핸디캡에서 20% 정도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캐디는 그 20%의 절반을 좌우할 수 있을 정도로 전문성을 갖춰야 할 것이다.

 

그 밖에도 골퍼들은 캐디의 미모보다는 골퍼의 마음을 편하게 하는 미소를 더 좋아하고, 진정으로 노력하여 골퍼가 라운드에 전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프로정신을 사랑한다. 캐디의 미소는 작은 실수 정도는 그냥 용서가 되게 하며, 캐디의 진정한 프로정신은 골퍼의 라운드를 더욱 더 활기차게 한다. 예쁜 캐디를 만나면 처음 몇 홀이 즐겁지만 마음을 편하게 하는 미소를 가진 캐디를 만나면 라운드가 끝나고 나서도 즐거운 법이다.

 

사실 골퍼가 캐디에게 바라는 사항과 캐디가 골퍼에게 바라는 사항은 서로 상충되는 부분이 많이 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한 사람의 캐디가 네 명의 골퍼를 상대해야 하는 경우에 캐디들의 고충은 이만 저만이 아니다. 나는 아직도 그런 벅찬 일을 하는 캐디들이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캐디와 골퍼의 관계가 서로 극으로 치닫기보다는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조금씩 양보하는 관계로 발전하는 것이 골퍼는 즐거운 라운드를 하는 지름길이고 캐디는 일의 보람을 느끼는 근간이라 생각하며, 캐디로 일하시는 모든 분들이 프로정신으로 무장하여 실력 있고 사랑 받는 캐디가 되시길 바라며 글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