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프로골퍼를 죽이고 살리는 갤러리의 매너

빈스 윙 2011. 8. 5. 08:00

세계무대에 진출하는 선수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골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관심은 세계적인 선수들이 스윙 하는 모습을 직접 보기 위해 많은 골퍼들이 골프대회에 갤러리로 참가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골프가 인기를 끌기 시작한지도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건만 골프대회를 관전하는 갤러리들의 수준은 아직도 도마 위를 오르내리고 있다.

 

2010하나은행 LPGA 챔피언십에서도 1,2 라운드 선두를 달리던 김송희 선수가 경기 막판에 공을 벙커에 빠뜨리며 역전패를 당한 적이 있다. 경기가 끝나고 김송희 선수의 말에 의하면 갤러리의 떠드는 소리와 카메라 셔터소리 때문에 샷이 흔들렸다는 것이다. 김송희 선수는 카메라 셔터소리 때문에 우승상금 27만 불을 최나연 선수에게 넘겨주고, 미국의 비키 허스트에게도 추월 당해 3위로 내려앉으면서 12만 불의 상금에 만족해야 했다.

 

나는 이 대목에서 김송희 선수가 샷을 할 때만 갤러리들이 떠들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러한 환경적인 요인은 모든 선수들에게 똑같이 적용될 것이기 때문에 프로선수들은 샷을 하는데 방해가 되는 요소들도 경기의 일부로 수용하고 슬기롭게 대응하는 자세와 멘탈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지애 선수는 갤러리가 어떤 행동을 취하든 선수가 자신의 플레이를 조절해야 하지만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선수들이 이러한 갤러리 공해(?) 때문에 경기에 집중하지 못해서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면 갤러리의 입장에서도 수준 높은 경기를 관전할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리는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 프로골퍼들의 수준이 세계적으로 상위권에 있는 만큼 그에 걸맞은 골프문화가 자리를 잡을 때도 되지 않았나 생각해 보며 갤러리의 에티켓에 대해 살펴본다.

 

먼저 김송희 선수의 LPGA 대회 첫 우승을 날려버린 카메라 촬영에 대한 문제다. 국내에서 열리는 대회에는 갤러리들이 카메라를 들고 입장할 수 있다고 하는데, 갤러리 입장에서 평소에 좋아하는 선수의 스윙모습을 찍고 싶은 것은 당연지사다. 그러나 선수들이 스윙 하는 도중에 셔터를 누르면 셔터 소리에 샷 미스를 할 수도 있는 일이다.

 

설사 미스 샷을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신지애 선수의 말처럼 선수입장에서는 집중력이 흐트러지게 된다. 오죽하면 2008년 호주오픈에서 존 댈리가 갤러리의 카메라를 빼앗아 나무에 대고 집어 던졌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예 카메라를 소지하지 못하도록 하면 갤러리들의 반발이 너무 클까?

 

 

소리와 관련하여 선수들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것이 휴대전화 벨소리다. 코스에서는 휴대전화를 진동으로 해야 함은 물론 전화통화도 해서는 안 된다. 선수들과 멀리 떨어져 있으니 작은 소리로 통화를 하면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되겠지만, 코스에서는 작은 소리도 멀리까지 들리므로 선수들의 플레이에 방해가 될 수 있다.

 

지난 달 1일 김해 정산골프장에서 열린 한일프로골프 국가대항전 밀리언야드컵에서 자원봉사자로 진행요원을 경험했던 한 골퍼(정산CC 회원)의 말에 의하면, 선수 바로 뒤에서 전화 통화를 해서 경기를 지연시키는가 하면, 카메라를 내려 달라는 진행요원의 말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선수의 스윙장면을 찍으려고 연신 셔터를 눌러대는 갤러리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고 한다. 한 마디로 말해서 갤러리와의 전쟁이었다고 한다.

 

요즘에는 자녀들을 데리고 관전하는 갤러리들이 있는데, 자녀의 움직임을 통제할 수 없거나, 언제 울어 버릴지 모르는 어린 아이를 동반하는 것은 가급적 자제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코스를 이동할 때는 항상 선수와 캐디가 먼저 지날 갈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가 홀 아웃 했다고 해서 먼저 다음 홀로 이동하는 것은 아직 퍼팅을 마치지 않은 동반 선수의 경기를 방해 할 수도 있다.

 

출입이 제한된 페어웨이를 가로질러 가서는 절대로 안 된다. 페어웨이가 개방되었다 하더라도 선수들이 샷을 할 때는 선수의 시야에 움직이는 사람이 들어오면 샷에 방해가 되므로 샷을 마칠 때까지 잠시 멈춰서 있는 것도 갤러리의 매너 중에 하나다.

 

지난 4월 경기도 이천의 블랙스톤 골프클럽에서 열린 2011 발렌타인 챔피언십에서는 카트 도로를 타고 구르는 공을 갤러리가 발로 막은 웃지 못할 광경이 목격되기도 했다. 골프 코스 내에 있는 모든 공은 인플레이 상태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절대로 건드려서는 안 된다. 전 세계에 중계된 한국 갤러리의 행동이 우리나라 골프 이미지를 실추시켰음은 두 말 할 필요도 없다.

 

높아진 우리나라 프로선수들의 실력에 맞는 갤러리의 올바른 관전 태도는 선수들이 최상의 플레이를 펼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뿐만 아니라, 골프 문화의 수준을 나타내는 가늠자가 될 것이다. 이렇게 프로골퍼들이 제대로 실력을 발휘할 수 없게 만드는 수준 이하의 관전 문화를 하루빨리 청산할 때, 프로골퍼들은 최상의 플레이로 갤러리들에게 보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