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홀인원? 그냥 두 번씩이나 쑬렁 들어가데요

빈스 윙 2011. 8. 6. 08:00

홀인원, 많이 사람들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약간의 실력과 굉장히 재수가 좋아야 할 수 있는 것으로한국의 골프세계에서는 필요악(?)이기도 합니다. 한 번에 쑬렁 들어갈 때야 너무 기뻐서 심장마비로 쓰러질 정도로 기분이 좋지만, 그 뒷감당을 하려면 돈 꽤나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무도 본 사람이 없는 홀인원은 어떤 의미를 남길까요? 그냥 무덤덤하고 신기한 정도더군요. 같이 기뻐해주는 사람이 없다 보니 기쁨도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역시 기쁨은 나눠야 배가 되는 것이 맞나 봅니다.

 

지난 주에 정말로 별거 아닌 홀인원을 같은 날 두 번이나 하게 되었습니다. 본 사람도 없고, 거리도 짧았고, 정규코스도 아니고, 그렇다고 퍼블릭도 아니고 스크린 골프장은 더 더욱 아닌 파3 연습장에서 말입니다. 경남 창녕에 만원만 내면 3시간 동안 6개 홀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파3 골프 연습장이 있는데, 여름휴가 중에 하루를 내서 6홀을 9번 돌았습니다. 모두 54홀을 돈 셈이지요. 티박스에서 핀까지의 거리가 50미터에서 70미터 가량되니 짧은 어프러치 샷을 연습하기에는 안성맞춤인 연습장입니다. 더군다나 그 날은 평일이었고, 날씨가 너무 더워서 다섯 번 정도를 돌 때까지 연습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서 여유 있게 연습할 수 있었습니다.

 

첫 번째 1번 홀(61미터)에서는 몸이 안 풀렸는지 SW로 친 샷이 턱도 없이 짧아서 50미터가 채 나가지 않았고, 두 번째 1번 홀에서는 그린을 약간 오버했습니다. 그렇게 서너 번 정도 돌고, 너무 더워서 음료수 한 잔과 함께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다시 1번 홀에 섰습니다.

 

연습스윙을 한 두 번 하고 어드레스를 취했는데 왠지 모를 자신감과 함께 스윙이 아주 부드럽고 자연스럽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 공은 이미 창공을 날아 홀에서 7 방향쯤에 착지해서 홀을 향해 굴러 가더니 시야에서 사라져 버리더군요. 깃대 뒤로 숨었을까? 약간 흥분된 마음으로 그린을 향해 걸어갔는데 그린에 공이 보이지 않더군요. 그린을 오버했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홀컵을 보니 내가 친 공이 아주 얌전하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들어 앉아 있더군요.

 

누군가 이 역사적인(?) 광경을 같이 목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주위를 둘러 보았지만 태양만 쨍쨍 내리쬘 뿐 아무도 없더군요. 아무리 짧은 파3 연습장이지만 그래도 홀인원인데 그냥 씁쓸하고 덤덤한 마음으로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홀컵 안에 얌전하게 들어가 있던 공처럼 조용히 다음 홀로 발걸음을 옮겨야 했지요.

 

 

그리고 또 한 번의 홀인원은 4번 홀에서 있었습니다. 4번 홀은 거리표시가 안 되어 있었는지 있었는데 제가 못 본 것인지 모르겠지만, 티박스에서 그린 중간까지 양쪽으로 나무들이 빽빽이 심어진 관계로 내리막이기는 하지만 거리가 제법 되어 보이는 홀이었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거리가 길어 보였던 것은 착시현상이었습니다. 실제로는 65미터가 채 안될 거라는 주인장의 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두 번째까지는 AW로 공략했는데 두 번 다 그린을 오버해서 공을 잃어버렸습니다. (나중에 하나는 찾았어요.)

 

세 번째 4번 홀에서는 SW로 풀스윙을 했는데 정확하게 깃대를 향해서 날아가더니 공이 깃대를 맞고 왼쪽으로 흐르는 것이 보였습니다. 1번 홀에서 홀인원을 할 때는 홀에 공이 들어가는 장면을 직접 보지 못했는데 4번 홀은 내리막이다 보니 하늘에서 뚝 떨어진 공이 깃대와 키스하는 장면이 또렷하게 보이니까 홀인원을 했을 때보다 더 짜릿하더군요.

 

그렇게 두어 번 정도 더 돌았는데 4번 홀에서 또 깃대를 맞히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같은 코스를 여러 번 돌다 보니 저도 모르게 실력이 향상(?)되었나 봅니다. 그렇게 여덟 번을 돌고 나니 시간도 거의 다 되고 날씨도 덥고 해서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돌기로 하고, 다시 4번 홀에 서서 스윙을 했는데 1번 홀에서 스윙을 할 때와 비슷한 느낌이 들더니, 1번 홀에서 홀인원 한 것과 비슷한 위치에 공이 떨어지더니 홀컵으로 쏠랑 들어가 버리더군요.

 

내리막이었던 관계로 공이 홀컵에 떨어지는 장면을 생생하게 볼 수 있었는데, 공이 그린에 떨어져서 홀컵을 향해 굴러가는 얼마 안 되는 순간이 가장 짜릿하고 긴장되더군요. 비록 60미터 정도의 짧은 거리에서의 홀인원이지만 하루에 2번씩이나 그렇게 쉽게 들어가버리니 마치 귀신에게 홀린 것처럼 기분이 묘해지더군요. 내친 김에 만원 더 내고 홀인원을 한 번 더 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무더운 날씨에 너무 지쳐 버려서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습니다.

 

60미터 거리에서 두 번의 홀인원으로 인해 앞으로 60미터 정도의 거리가 남으면 아주 자신 있게 샷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날 가장 어려웠던 거리는 평지 50미터와 72미터 거리였습니다. 원래는 AW 풀스윙으로 75미터 정도를 보낸다고 생각했었는데 72미터를 한참 오버시킨 것을 보면 80미터 또는 그 이상 날아간 것 같습니다. 초보골퍼들이 스코어를 줄이기 가장 쉬운 방법이 어프러치와 퍼팅 연습을 많이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저의 경우 홀 당 퍼팅수는 2개를 넘지 않으니 어프러치 연습을 많이 하는 것이 라운드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다음에는 스크린에서도 홀인원을 한 번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네요. 정규코스에서는 별로 하고 싶지 않습니다. 뒷감당을 할 자신이 없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