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골프채를 잡고 하얀 공을 맞히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쓰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년을 훌쩍 넘어 3년이 되어 간다. 모든 골퍼들의 골프여정이 같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골프여정에 걸리는 시간과 수준의 차이가 있을 뿐 공통된 부분은 반드시 존재할 것이다.
골프가 멘탈이라는 말이 귀신 씨 나락 까먹는 소리로 들리고, 스윙을 빠르게 하라면서 힘을 빼라는 소리가 뚱딴지 같은 소리로 들리고, 골프레슨과 골프서적은 한국말과 글로 씌어있음에도 뭔 소리를 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고, 가만히 멈춰있는 공은 왜 그리도 안 맞는지...... 그렇게 골프공과 씨름하던 세월이 흘러 이제는 아주 조금 골프의 맛을 알게 되었다.
110타를 깨는 것을 목표로 했던 시절은 더도 말고 제발 공이 클럽에 맞아 주기만을 바랬던 시절이었다. 연습장에서 잘 맞던 공은 필드에만 나가면 등을 돌리고 요리 조리 나의 클럽을 피해 다녔다. 정말 제대로 한 번만 맞아 주면 소원이 없겠는데, 그 시절의 하얀색 요물단지는 나의 이런 간절한 바램을 외면하곤 했다. 헛손질에 뒤땅에 나로 하여금 클럽을 들고 이상한 춤을 추게 만드는 요물단지 때문에 골프를 그만둘까 하는 생각도 여러 번 했었다.
아무리 공이 나를 외면한다고 나까지 공을 외면할 수는 없는 일. 억지로 달래고 달래서 조금씩 공을 맞히기 시작하면서 100타를 깨는 것을 목표로 했던 시절도 있었다. 이왕 맞아 주는 거 맞아서 앞으로 가 주면 좋으련만, 항상 나의 의도와는 상관없는 곳으로 날아가 버리는 공이 야속하기는 110타를 깨지 못해 안달하던 시절과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다.
어쩌다 한번 공이 앞으로 가는가 싶으면 떼굴떼굴 굴러서 몇 걸음 되지도 않는 곳에 멈춰 서서 나를 비웃기도 했다. 내 공에는 날개가 없나? 공은 왜 이리도 안 뜨는지. 이왕 앞으로 갈 거라면 시원스럽게 창공을 날아가면 내 마음도 함께 날아 갈 것 같은데, 이 놈의 공은 항상 잔디 위를 꿈틀꿈틀 기어 다닐 줄밖에 모르니, 정말 너무 한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공을 띄우려고 손목까지 써서 퍼 올렸건만, 그러면 그럴수록 공은 잔디 위를 기어 다닌다.
급기야는 나로 하여금 골병든 사람을 잘 고친다는 병원을 수소문 해가며, 이 병원 저 병원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게 하는가 하면, 수 많은 날들을 침 맞으러 한의원에 출근까지 하게 만들어 버린 고얀 놈이다. 그렇게 망가진 몸뚱어리를 고쳐가면서 하얀색 요물단지에게 두 손 두발 다 들고, 그 고얀 놈을 감싸 안는 척하기로 했다. 고놈에게 덤벼서 도저히 이길 재간이 없다는 것을 병원신세지면서 알게 된 것이다. 그래 네 탓이 아니다. 모든 게 내 탓이다. 네가 이겼다.
얼마나 더 험난한 싱글로 가는 골퍼여정을 계속해야 할지 모른다. 그리고 나의 골프여정이 언제쯤 끝나게 될지도 알 수 없다. 끝을 얘기하기에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그래도 난 그 끝을 알 수 없는 험난한 여정을 즐기면서 재미있는 여정으로 만들어 가려고 오늘도 노력한다.
'골프 > 빈스윙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2년 전 태극기 휘날리던 감격을 다시 한번 (0) | 2011.08.12 |
---|---|
초보골퍼, 상체가 먼저 나가는 5가지 이유 (0) | 2011.08.11 |
하체의 움직임을 최대한 억제하는 스윙 (0) | 2011.08.09 |
세계적인 골프무대에 한국 샛별이 뜨는가 (0) | 2011.08.08 |
잘 맞고 있는데 과연 스윙을 고쳐야 할까? (0) | 2011.08.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