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초보골퍼에게 가장 짜릿한 경험이 있다면

빈스 윙 2011. 9. 9. 08:00

고수들에게는 처음으로 싱글을 기록하고 이븐파를 기록한 것이 짜릿한 경험이라면, 초보골퍼들도 나름대로 골프를 하면서 느끼는 짜릿한 경험들이 있다. 하긴 몇 달을 쳐도 공도 제대로 맞히지 못하고, 공은 초보골퍼들의 의도와는 전혀 상관없는 곳으로 날아가고, 각종 부상에 시달리기만 한다면 아마도 많은 골퍼들이 골프를 포기하고 말 것이다.

 

걸을 수 있는 힘만 있고 클럽을 잡을 수 있는 힘만 있으면 평생을 즐길 수 있다는 골프를 그렇게 쉽게 포기한다는 것은 너무 아쉬운 일이다. 그래서 초보골퍼들에게도 골프를 포기할 수 없게 만드는 짜릿한 경험을 맛보게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 중에서도 골퍼들을 가장 짜릿하게 만드는 것은 홀인원일 것이다. 어느 정도는 실력에 비례하겠지만, 실력으로 홀인원을 한다면 그것은 고수의 반열에 오른 골퍼들의 얘기일 것이고, 초보골퍼들에게는 실력보다는 운에 맡겨야 하는 것 아닐까? 백파를 할까 말까 한 실력으로 홀인원을 한 골퍼를 본 적이 있으니 말이다.

 

우리 같은 범인들에게 홀인원은 언감생심이고, 골프를 하면서 처음 느끼는 짜릿한 경험이라면 처음으로 제대로 맞은 샷이 나왔을 때가 아닐까 한다. 그 느낌은 무어라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뭔가 환상적인 기운이 클럽 끝에서 골퍼의 온 몸을 휘감아 돌아 골퍼를 감전시키는 그런 느낌이라고나 할까? 어째든 야릇하고 신기하기도 한 짜릿한 경험임에는 틀림없다.

 

이러한 첫 번째 짜릿한 경험이 골프에 빠져들게 되는 출발점이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첫 경험은 그리 오래가지 않으므로 그 첫 경험을 찾으려고 수 만 번의 스윙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 골프의 첫 경험은 하프스윙을 배우면서 찾아왔다. 7번 아이언으로 연습하던 그 시절 매일 뒤땅에 톱볼을 남발했지만, 그날만큼은 비록 하프스윙이지만 그야말로 유쾌 상쾌 통쾌한 샷을 날렸다. 그 날의 느낌을 지금까지 간직할 수 있는 것은 그 느낌이 지속적이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샷을 하면서 느낀 두 번째 짜릿한 경험은 골프를 시작한지 1년이 훨씬 넘어서 찾아왔다. 첫 경험과는 뭔가 다른 짜릿한 경험. 그것은 골프공이 마치 찹쌀떡처럼 클럽 페이스에 철썩 들러붙는 느낌이었다. 뒤땅도 톱볼도 아닌 공과 클럽과의 진실한 만남이 시작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두 번째 짜릿한 경험에는 보너스도 따라 왔는데 그것은 바로 비거리의 증가다. 첫 경험이 그냥 잘 맞은 샷에서 나온 것이라면 두 번째 경험은 세상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환상의 극치라고나 할까?

 

 

그렇게 골퍼들을 짜릿하게 만드는 경험은 7번 아이언에서 롱아이언으로 그리고 우드로 드라이버로 전염되면서 골퍼들로 하여금 골프에 중독되게 만들기도 한다. 왜냐하면 골프는 초보골퍼들에게 매일 매일 그러한 짜릿한 경험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골퍼들은 그 짜릿함을 찾아 매일 매일 샷에 몰두하면서 연습을 하게 되는지도 모른다.

 

초보골퍼가 연습장에서만 짜릿한 경험을 하는 것은 아니다. 라운드를 하면서 생전 경험해보지 못한 여러 가지 짜릿한 경험을 하게 된다. 라운드를 하면서 처음으로 파를 기록하는 순간도 강한 전기에 감전되듯이 짜릿하다. 당근 버디는 말할 것도 없다.

 

벙커에만 들어가면 헛손질을 몇 번해야 탈출을 하던 골퍼가 멋지게 벙커에서 탈출하는 순간도 기억에 남는 짜릿한 순간이 될 것이다. 그러다가 홀에 그대로 빨려 들어간다면 그것은 기절초풍할 노릇이다. 그냥 홀 근처에만 가도 기분은 상당히 업(UP)된다.

 

그린 주변에서의 어프러치 샷이 쏠랑 들어가면 그것도 짜릿하다. 그게 버디라면 초보골퍼 입장에서는 심장이 떨리도록 짜릿한 일이다. 아니 그냥 파만해도 감지덕지다.

 

3 퍼트를 남발하던 초보골퍼가 20 미터가 넘는 롱퍼팅을 성공시키면 온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물론 그런 일이 언제 또 일어날지 아니면 영원히 그런 일은 없을지 모르지만 그 순간만큼은 그린 위에 누워 떼굴떼굴 구를 정도로 기분이 좋을 것이다.

 

처음으로 두 자리 숫자의 스코어를 기록한 날은 어떠한가? 골프가 스코어에 민감한 운동이다 보니 그 날은 입가에 번진 미소를 감출 방법이 없다. 그리고는 영원히 월백만은 하지 않기를 바래본다. 아니 그 날만큼은 다시는 월백을 하지 않을 것 같은 기분에 도취되어 백돌이 생활을 완전히 청산한 것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처음으로 8자를 그린 백돌이의 미소는 또 어떤가. 짜릿하다 못해 어안이 벙벙해지지는 않을까?

 

이처럼 골프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짜릿한 경험들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짜릿한 경험들이 짜증나고 어렵다고 느껴지는 골프를 계속하게 하는 원동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는 생전 처음 느껴보는 짜릿한 경험이었지만, 그러한 짜릿한 경험들이 일상적인 일들이 되고, 또 다른 짜릿함이 몰려오는(?) 것이 바로 골프의 묘미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나는 오늘도 나에게 남은 또 다른 짜릿함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