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골프 공을 마음대로 가지고 논다는 것은?

빈스 윙 2011. 9. 19. 08:00

축구공을 마치 신체의 일부처럼 가지고 노는 사람들이 있다. 공을 땅에 떨어뜨리지 않고 머리나 어깨 등 신체의 일부를 이용해서 계속 튕기는 묘기를 부리는 사람들 말이다. 그런데 내가 얼마 전에 구력 23년인 골퍼에게 '공을 가지고 놀 줄 아는 골퍼', '공을 잘 다루는 골퍼' 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 날은 3인 플레이를 하고 있었는데, 전반을 마치고 후반에 구력 23년에 황혼골프를 즐기는 어르신과 함께 플레이를 하게 되었다. 역시 구력이 말해 주듯이 드라이버 샷은 젊은 골퍼들을 압도했고, 더블보기가 없는 안정적인 플레이를 보여 주었다. 스윙 폼은 23년의 습관이 베어 있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노련한 경기운영과 스윙의 일관성 등은 배워야 할 부분이었다.

 

전반은 선,후배끼리 부담 없이 아니 조금은 성의 없이 쳤는데, 후반에 처음 만나는 골퍼와 플레이를 하게 되니 약간의 긴장감이 나의 플레이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한 듯 하다.

 

골프에서 공을 가지고 논다면 어떤 부분을 말하는 것일까? 물론 드라이버 샷이나 세컨샷도 공을 잘 다뤄야 한다는 측면에서 가지고 논다고 표현할 수 있겠지만, 그 날 구력 23년의 어르신께서 말한 것은 다름아닌 어프러치 샷과 퍼팅이었다.

 

나는 어프러치와 퍼팅이 잘 되는 날은 내가 주로 사용하는 AW와 퍼터가 마치 내 신체의 일부인 것처럼 느껴진다. 클럽을 잡은 두 손은 마치 그립에 용접을 한 듯 한 손처럼 움직이고, 클럽의 움직임에서 내 신체의 일부가 움직이는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

 

그리고 머리 속에 공이 굴러갈 라인을 상상하며 정렬을 하고, 홀을 응시하면서 퍼팅 스트로크의 크기를 갈음하고 어드레스를 하고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머리 속이나 마음 속에서 준비됐어. OK’ 하는 소리가 들리는듯한 느낌이 든다.

 

그 날도 마찬가지였다. 후반에 퍼팅수가 13개에 불과했으니 말이다. 퍼팅수가 13개인 것은 퍼팅을 잘했다기보다는 어프러치를 그만큼 잘 붙였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린 주변에서 벙커 샷이나 트러블 샷도 홀에 가깝게 붙일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숫자였다. 쓰리퍼트가 하나 있었으니 후반 9개 홀 중에서 무려 6개 홀을 원퍼트로 홀아웃 한 셈이다.

 

나는 골프를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이성적인 판단 하에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그 날의 퍼팅과 어프러치는 평소에 내가 지향하던 이성적인 판단으로 한 것이 아니었다. 감각적인 스트로크를 했고 연습스윙(스트로크)을 몇 번 해 보면 이성적인 판단으로 스윙을 하거나 스트로크를 할 때와는 다른 느낌이 들었는데, 그 느낌 속에는 강한 자신감이 포함되어 있었다.

 

골프라는 이름의 강은 어떻게 흘러 가는가 - http://blog.daum.net/beanswing/521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골프는 이성적인 판단으로 하는 스윙에서 감성적인 스윙으로 발전하면서 느낌을 더 중요시 하게 되는 것 같다.

 

아직도 좌충우돌 헤매고 있는 초보골퍼지만, 이성적인 스윙이나 판단은 기본적인 것에 한해서 최소화시키고, 느낌이 있는 감성적인 스윙으로 나의 골프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공을 마음대로 가지고 논다는 것은 기본적인 것을 지키고 뭔가 느낌이 와야 가능한 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