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초보골퍼, 슬라이스만 고치면 될 것 같은데

빈스 윙 2011. 9. 21. 08:00

똑딱이부터 시작해서 하프스윙 그리고 풀스윙을 배우고, 골프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한다. 그리고 머리 올릴 준비를 하기 위해 드라이버를 잡고 스윙을 한다. 골프스윙은 한 가지라는데 왜 이리도 드라이버는 안 맞는지 모르겠다. 맞아도 공이 앞으로 갈 줄을 모른다. 골프공이 게 다리를 가졌는가? 왜 이리도 오른쪽으로만 날아가는지 모르겠다. 그게 슬라이스 라나 뭐래 나.

 

골퍼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겠지만 아마도 초보골퍼가 머리를 올리고 필드에서 처음으로 맞닥뜨리는 고충은 톱볼과 슬라이스가 아닐까 한다. 얼마나 톱볼에 대한 고충이 심했으면 고들개라는 스스로에게 하는 욕까지 나왔을까. 아마도 초보시절에 연습장에서 연습한대로만 공이 떠주면 100타를 깨는 것은 문제도 아닐 것 같은데혹은 슬라이스만 안 나면 골프가 쉽게 될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안 해본 골퍼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피땀 흘려(?) 연습한 결과 공이 제대로 맞으면서 뜨기 시작하고, 슬라이스도 잡히면서 드디어 감 잡았다. 드라이버 샷 슬라이스 - http://blog.daum.net/beanswing/395같은 글을 쓸 때는 골프의 모든 것이 해결된 것처럼 이젠 다 죽었어라고 입가에 가슴 벅찬 미소를 짓기도 한다.

 

골프방송에서 아마추어 골퍼들을 대상으로 12일로 하는 레슨(끝장레슨 빅토리던가?)을 통해서 자신의 가장 큰 문제점을 해결한 골퍼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얘기가 감 잡았어’, ‘이젠 다 죽었어. 하지만 그들은 대단한 착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그런 착각 속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애써 부인하지는 않는다.

 

나도 골프를 하면서 그래. 감 잡았어라는 말을 속으로 얼마나 되뇄는지 모른다. 하지만, 감이라는 놈은 뚜렷한 형체가 있는 것이 아니어서 글로 남기기도 힘들고 어떻게 표현하기가 어려운 존재다. 그야말로 정말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길이 없는 것이 이라는 놈이다.

 

처음으로 슬라이스가 하나도 안 나고 오비도 안 났던 라운드가 생각난다. 이제는 정말로 골프 칠 맛이 난다고 여기고 기고만장하여 금방이라도 싱글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에 도취되어 이젠 다 죽었어를 외쳤건만, 그건 나의 착각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 다음 라운드부터는 훅에 슬라이스에 스트레이트에 구질이 완전히 짬뽕이 되어 갈피를 잡지 못했으니까 말이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우스운 일이다. 그래도 그 날 오비를 6개나 내고도 100타를 넘지 않았으니 그걸로 위안을 삼을만하다. 그렇게 골프는 발전하는 것인가 보다.

 

골퍼들을 괴롭히던 문제 하나가 해결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는 것을 직접 경험할 때까지는 모르는 게 초보골퍼다. 그리고 그 또 다른 문제라는 게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골퍼의 스윙 속에 내재되어 있다가 혹은 더 큰 문제 속에 감춰져 있다가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라는 것을 초보골퍼는 상상도 한 적이 없다. 어떨 때는 완전히 사라졌던 옛날 버릇이 한꺼번에 왕창 찾아와서 골퍼를 괴롭히기도 한다.

 

슬라이스가 고쳐지는가 싶으면 훅이라는 놈이 찾아오고, 거리가 좀 늘었다 싶으니 오비가 많이 나기 시작하고, 티샷이 짜릿한 쾌감을 남기면서 날아가는가 싶더니 세컨샷이 죽을 쑤고. 골프란 원래 그런 것인가 보다.

 

골프란 그렇게 산봉우리를 하나씩 넘어가는 과정이다. 톱볼과 뒤땅이라는 산봉우리를 넘으면 슬라이스라는 혹은 훅이라는 산봉우리가 나타나고 비거리라는 산봉우리를 넘으면 오비라는 산봉우리가 나타나고, 이런 저런 산봉우리를 다 넘었다 싶으면 예전의 그 산봉우리가 다시 나타나고. 그런 게 골프고 인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