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파3홀과 파5홀에 대한 초보골퍼의 느낌

빈스 윙 2011. 9. 30. 08:00

깨질 듯 깨질 듯 안 깨지는 100. 그 벽을 넘지 못했던 시절에는 파5홀 티박스에 서면 한숨부터 나오곤 했다. 어느 세월에 그린까지 공을 보낼 수 있을지 까마득하게 멀게만 느껴졌던 500미터 남짓한 거리는 나를 주눅들도록 하기에 충분한 거리였다.

 

누구나 알다시피 파5홀은 3 2퍼트로 홀아웃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하지만 초보골퍼에게는 언감생심이다. 특히, 드라이버샷 비거리가 짧은 초보골퍼에게는 더욱 더 그러하다. 4온만 하더라도 성공적이라 할 수 있는 파5홀은 초보골퍼들에게 공포심을 심어 주기에 충분하다. 샷이 안정적이지 못한 초보골퍼들이 연속해서 서너 번의 성공적인 샷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오히려 파3홀보다는 파5홀에서 양파가 더 많이 나오기도 한다. 나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파5홀에서 양파를 밥 먹듯이 하다 보니 스코어를 줄이기 힘들었고, 5홀에서의 양파 때문에 백파를 하지 못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그래서 파5홀은 소극적으로 대처해서 더블이나 트리플로 막자는 생각으로 한 걸음씩 또박또박 치는 전략을 구사했던 적이 있다.

 

물론 지금도 샷감이 좋지 않을 경우에는 4온을 목표로 또박또박 치는 전략으로 대응하지만, 백파를 목표로 했던 그 시절은 그렇게 해서 더블이나 트리플을 한다 하더라도 양파를 하는 것에 비하면 2~3타를 줄일 수 있으니 백파를 하는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전략으로 라운드를 할 때는 거리는 무시하고 제일 자신 있는 클럽으로 최대한 미스샷을 줄이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5홀에서의 미스샷은 자칫 잘못하면 양파라는 대량 실점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으므로 가장 안정적인 샷을 구사할 수 있는 클럽을 선택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조금이라도 그린에 가깝게 공을 보내고 싶은 게 일반적인 범인의 마음이다 보니 무조건 멀리 보낼 수 있는 클럽을 선택하다 보니 결국은 미스샷의 확률만 높이는 것이 아닌가 한다. 미스샷을 하나 하는 것보다는 거리는 조금 덜 나가더라도 안정적인 샷을 하는 것이 초보골퍼에게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고, 라운드의 흐름을 좋게 유지하기 위한 방법이라는 생각을 하면 그린에 조금이라도 가깝게 보내기 위해 컨트롤하기 어려운 롱아이언을 잡기 보다는 평소에 가장 자신 있게 샷을 할 수 있는 클럽을 선택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어째든 초보골퍼에게 파5홀은 연속으로 3~4번의 샷을 성공적으로 해야 하는 홀이므로 여간 부담스러운 홀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부담스러운 홀을 가장 자신 있는 클럽으로 공략한다면 스코어를 낮추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초보골퍼들에게 파5홀에 비해서 파3홀은 상대적으로 부담감이 적은 홀이다. 홀의 길이가 짧을수록 그 부담은 더욱 적어진다. 티샷만 잘 치면 파는 물론 버디까지 노릴 수도 있는 홀이기 때문이다. 5홀처럼 몇 번의 샷을 성공적으로 해야 하는 부담도 없다. 단 한번의 성공적인 샷이 나오면 프로골퍼 부럽지 않은 타수로 홀 아웃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양파를 한다고 하더라도 파5홀처럼 5타나 까먹지는 않는다. 그래서 그 부담은 더욱 줄어든다. 한번 만에 그린에 올리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2 2퍼트 보기로 홀 아웃 할 수 있으니 초보골퍼들에게는 가장 만만한 홀이라 할 수 있다.

 

나 역시 한때는 파3홀을 가장 만만한 홀로 여겼지만, 지금은 나를 가장 괴롭히는 홀로 변해버렸다. 같은 클럽으로 페어웨이에서 하는 샷과 파3홀에서 하는 티샷은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다. 페어웨이에서는 큰 실수 없이 잘 치면서도 파3홀 티샷에서는 같은 클럽으로 샷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미스샷이 자주 나오는 편이다.

 

처음에는 그 원인을 몰랐는데, 같이 라운드를 했던 동반자에게 그런 나의 문제를 얘기했더니 바로 답이 나왔다. 초보시절에는 파3홀이 위에서 얘기한 것처럼 부담 없는 홀이다 보니 큰 욕심부리지 않고 스윙을 하니 좋은 샷이 나왔지만, 지금은 반드시 그린에 올려야 한다는 부담감이 생기면서 스윙이 흐트러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파3홀 티샷은 공을 끝까지 보지 못하고 헤드업을 하는 경향이 아주 강했던 것이다. 공을 반드시 그린에 올려야 한다는 조바심에서 머리를 빨리 들게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특히, 160미터가 넘어 200미터 가까이 되는 파3홀에서는 스윙리듬도 흐트러지고 온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는 나의 스윙을 보게 된다.

 

예전 같으면 거리가 제법 되는 파3홀에서는 아예 2온을 목표로 스윙을 해서 좋은 스코어가 나왔는데 지금은 겉멋이 들었는지 한 번에 올리겠다는 욕심으로 인해 파3홀에서의 스코어가 좋지 않은 경우가 자주 있다. 오히려 파5홀이 더 편하고 파3홀이 부담스럽게 다가온다.

 

골프를 어느 정도 하다 보면 초보골퍼들이 파5홀을 부담스럽게 생각하고 파3홀을 만만하게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오히려 파5홀이 편하고 파3홀이 더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5홀에서야 한번 정도의 실수를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있지만, 3홀에서는 티샷을 실수하면 그 실수를 만회할 기회가 파5홀에 비해서 적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파3홀이나 파5홀 모두 가끔씩은 초보시절의 마음으로 돌아가서, 3홀에서는 무리하지 말고 1온이 안되면 2온을 한다는 생각으로, 5홀에서는 거리욕심보다는 안정적인 샷을 위주로 공략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든다. 특히 오랜 시간 동안 연습을 하지 않았다면 더욱 더 안정적인 플레이를 펼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초보시절에 만만하게 보였던 파3홀이나 부담스러웠던 파5홀 모두 지금은 어느 것 하나 만만하게 볼 수 있는 홀이 없다. 3홀은 1온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고, 5홀은 까딱 잘못하면 대량 실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부담감이 있다. 오히려 파3홀이라도 만만하게 볼 수 있었던 초보시절이 더 그립기도 하다. 골프,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게 없다.